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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길 Aug 03. 2018

<큰 배낭 메고> 오키나와 2

낭만트레커 브랜든 in 58번 국도

오키나와는 일본 류큐 제도 남쪽에 있는 5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현에서 가장 크고 중심이 되는 섬이다. 북부는 산과 밀림을 이루고, 남부는 구릉 지대로 주민들 대부분은 남부에 모여 산다. 면적은 2,271 km²며 남북으로 108km 길게 뻗은 아열대 기후의 화산섬이다. 연평균 기온이 22도인 만큼 오키나와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기간은 4월 말에서 6월 초 사이다.

오키나와 본 섬의 해안은 현대식 시설을 갖춘 리조트를 끼고 발달했다. 자유로운 자연 해변을 상상했던 나에게 오키나와 해변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리조트를 낀 해안 대신 58번 국도를 따라 자유로운 바다와 하늘을 만끽하기로 했다.

58번 국도의 매력 속으로
오키나와 여행의 시작과 끝, 58번 도로를 탔다. 오키나와 58번 도로는 나하시 남쪽에서 시작해서 서해안을 따라 최북단 해도 곶까지 이어진다. 푸른 해안 길을 끼고 만자모, 츄미우리 수족관 등 유명한 많은 관광지를 지나는 148km의 황금 루트이다. 드라이브 내내 자동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바다는 눈을 뗄 수 없다.  
버스도 있지만, 오키나와 타임을 고려해야 한다. 옛날 코리안 타임처럼 항상 늦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버스가 예정보다 정거장에 일찍 도착했을 때도 제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떠나 버린다. 황당하다. 1, 2분 차이로 정확히 오가는 도쿄나 오사카 기차와는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과 다른 일본, 오키나와다. 120번 버스는 58번 국도를 따라 나하 공항에서 만자모, 츄미우리 수족관을 거쳐 나고시까지 간다.

58번 국도의 어디쯤 버스 정류장

                                                                                                                                                                            아메리칸 빌리지보다 더 미국다운 미야기

아메리칸 빌리지는 1981년에 반환된 미군 비행장 부지에 계획적으로 만든 도시형 리조트다. 대형 마트와 수입 잡화점, 패션쇼,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복합 쇼핑센터의 이름이지 차이나타운과 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이곳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미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은 차로 10여 분 떨어진 미야기다. 크고 작은 미국 분위기의 카페와 술집이 모여있다. 홍대 카페나 술집 분위기와 닮았다. 동양인이 없다. 미국의 어느 거리에 와 있는 듯했다. 열린 카페 창문 안으로 멋진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혼자 들어가기가 어색해서 카페 방문은 다음번으로 미루고 숙소로 갔다. 거센 비바람을 피해 캠핑 대신 ‘선셋 아메리카 호텔 ’이라는 조그만 카페가 달린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미야기 해변은 모래가 아니고 방파제다. 방파제 위로 산책이나 조깅을 할 수 있는 길이 2km나 쭉 뻗어있다. 선셋 해변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면, 미야기 해변은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미국인 같은 서양인과 그 가족들이다.

미야기 해안가의 술집 거리

                                                                                                                                                                        

아찔한 잔파곶 99계단 등대

오키나와 본 섬에서 가장 멋진 경치를 꼽는다면 단연코 잔파곶이었다. 입구에 예스러운 하얀 등대가 우뚝 서 있다. 등대 꼭대기로 가려면 유럽 중세의 성을 오르는 것처럼 가파른 99계단을 빙글빙글 돌면서 올라야 한다. 좁은 등대 꼭대기를 한 바퀴 돌면서 내려보는 잔파곶은 아찔했다.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타고 쭉 이어지는 해안 절벽이 장관이었다.

등대 북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20여 분 걸었다. 만자모와는 달리 한적하다. 산책로 끝에서 보는 하얀 등대는 쪽빛 하늘, 옥빛 바다와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졌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만큼 노을이 멋지다고 한다. 노을을 볼 수 있는 늦은 시각에는 등대에 들어가지 못한다. 시간이 많지 않은 관광객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야속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잔파곶 등대

등대 입장 시간 5월~9월( 9시 30분~16시 30분), 10월~4월(9시~4시) 입장료 어른 200엔

                                                                                                                                                                            오키나와의 대표 관광지 만자모

나에게 오키나와의 상징은 온나손 만자모에 있는 코끼리 바위였다. 오키나와 대표 사진은 항상 만자모였고, 만자모란 단어와 함께 항상 코끼리 바위가 있었다. 코끼리 바위의 이름이 만자모인 줄 알았다. 만자모는 ‘1만 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하고 넓은 벌판’이란 뜻이라고 했다. 만자모를 끼고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걸었다.

만자모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곳이다. 입구 쪽 주차장은 관광버스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줄 서서 사진 찍는 수많은 사람들로 코끼리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만큼 꼭 가서 옥빛 바다의 푸르름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오키나와의 상징 코끼리 바위와 만자모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최북단 해도곶 

해도곶은 만자모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72km 홀로 떨어졌다. 멀기도 하지만 가는 중간에 마을이나 볼거리가 없어서인지 찾는 관광객이 별로 없다. 쭉 뻗은 해안도로는 가는 내내 쪽빛 하늘과 옥빛 바다로 눈이 시리도록 펼쳐지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다. 최북단 땅끝이라 삼면이 바다여서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2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일몰과 일출의 하늘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안 좋은 날씨에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비바람이 거셌다. 비옷을 뚫고 들이칠 기세였다. 비바람을 뚫고 우뚝 솟은 표지석은 이곳이 땅끝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안전 울타리가 없는 곳이 많다. 위험할 수 있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의 경관을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거센 바람이 일으키는 파도가 절벽에 하얗게 부서졌다.

오키나와 최북단 해도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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