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권선희 시인
내가 만난 시인, 권선희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자기 별명이 개모래, 구룡포 개들이 다 권선희만 따라다녔대 섬에서 3년만 살면 시 쓰겄네 허리굽은 해녀들과 자식 잃은 노인과 떠돌이 개들을 보면서 그렇게 맘먹었는데 23년을 살았대 바닷가 부족이 입을 달아주었다면서 죽은 귀신 붙은 무당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빙의되어 노래한다네, 팔십이 된 해녀 박옥기가 그 첫 입술이었어 가장 비천한 사람처럼 허리 굽어 마당 비처럼 시장을 쓸고 다닐 때, 물질해 팔 남매 키운 내가 기특다, 기특다 내뱉어 주니, 꼬부라지던 허리가 꽃처럼 피어났대 해수탕 때밀이 화자 씨, 첫눈이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목소리 그대로 따라 하면서 구룡포에 살았대. 오른쪽 가슴에 악성 종양 발견하고는 남의 일처럼 <암만, 시인 생에 병마 하나쯤 다녀가야지> 말하고는 가슴에 보라색 십자가 그려주는 방사선과 남자를 보고는 평생 여자 젖통에 십자가 그리는 남자가 웃겨서 웃음이 터져버렸대. 그런 사람이야, 자기 몸에 퍼진 암 덩이보다 남의 밥 벌어먹는 일이 절절 해 웃음이 터지는 사람 말 못 하는 인생이 자꾸만 들려서 대신 말해주는 사람 구룡포 사람들이 다 들어앉아있어 시집 맨 마지막에, 마지막 시라면서. <구룡포, 내 영혼의 마킹로드>라고 쓰고 동네 가게 이름으로 두 바닥을 채웠어 이건 빼요 이게 뭔 시요?라고 묻는 출판사 편집자에게 권선희는 당당하게 내가 자주 가서 서비스 많이 주던 주영수산이랑 까꾸네가 빠졌네 재판 찍을 때 꼭 넣어 주세요.라고 했대. 그냥 동네 가게 이름뿐인 시인데, 나는 그 시를 읽으니까, 꼭 구룡포에 23년 산 거 같드라, 언니야 소비 지원금 나왔는데 권선희 시집 한 권 보내 주까?
쉰셋에 설희 쥴리를 자슥같이 키우며 속초 앞바다에 사는 달희에게 <개 아들 면회 가기>한 편 사진 찍어 보내어 묻는다. 권선희는 시인은 무당이라 하더라, 살아있는 넋들의 이야길 참 잘도 받아 적어놨드라, 좋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