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을 시작하는 첫 번째 도시, 우리의 이야기
치앙마이에 도착하다
동이 틀 무렵, 커튼을 걷고 태국의 아침을 맞는다. 여전히 꿈나라에 있는 사람들과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차를 마시는 이들이 있다. 세수를 하러 간 화장실에서 작은 마을을 구경한다. 상인들의 움직임이나 역에 쓰인 태국어를 읽을 여유가 있다는 건, 기차가 아주 느리다는 뜻. 허기가 깊어질 때쯤 라면을 들고 식당칸으로 향한다. 창문에 기대 은은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와 분주한 남자들이 보인다. 직원에게 뜨거운 물이 얼마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하는 수없이 배고픔을 물로 달래고 잠을 청한다.
오후 12시 20분, 차보다 느린 기차가 드디어 목적지에 닿은 순간. 안내 방송을 들은 모두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치앙마이 기차역. 프랑스 아저씨들과 함께 올드타운에 가기로 한다. 썽태우에 올라 인사를 건넨다. 배낭 몇 개와 아주 큰 캐리어, 좋은 인상을 가진 여행자들. 저마다 아름다운 여정을 마음에 담고 돌아가게 되기를!
반가운 거리와 더운 공기, 무질서한 오토바이들이 치앙마이를 실감 나게 한다. 3년이나 된 지난날의 기억은 생생하기만 하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 두 팔로도 안을 수 없는 큰 나무 옆에 서서 이 나라의 여름을 담는다. 가장 먼저 환전소 들러 바트를 찾는다. 지갑이 넉넉해진 우리는 시장에서 과일 스무디를 주문한다. 라탄 가게에 들러 레이스 천이 달린 모자를 사고 특이한 비키니에 마음을 빼앗겨 기분 좋은 지출을 하기도 하고.
볕이 좋은 오후, 가든 빌라 수영장으로 향한다. “입으니까 예쁜데?” 시장에서는 고개를 저으며 별로라고 했던 빈이 건넨 말. 수줍게 미소 지으며 선베드에 눕는다. 따사로운 햇살과 적당한 온도. 기차에서 벗어났으니 오늘은 호캉스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자유롭게 물속을 유영하지만 나는 발이 닿지 않는 곳을 두려워하며 후퇴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수영장에 가야지!
수영을 마치고 집을 나선다. 맛집을 찾아가던 도중 어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선다. “우리 그냥 여기서 먹을까?” 딱히 즉흥적인 성격은 아닌데, 오늘은 엄청난 확신이 들었다. 파리에서 먹었던 팔라펠을 잊지 못했거나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겠지. 크리스마스트리와 식탁 위의 화병, 그리고 사람들이 꼭 그림 같이 느껴지는 곳. 팔라펠과 팟타이를 먹고 분위기에 한껏 취해 아름다운 밤을 흘려보낸다.
사랑스러운 치앙마이의 시간.
오늘은 이만 잠자리에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