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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Jul 03. 2019

엄마, 오늘 반찬은 뭐야?

하루에 세 번 감사하는 시간, 서로의 마음을 읽는 시간에 대하여

지난 2월, 겨울이 힘을 잃어갈 때쯤 집이 생겼다. 작은 부엌과 화장실, 거실이 전부인 단칸방. 나는 그곳에 작은 조각들을 채워 넣었고, 금세 애정을 느꼈다. 평범한 날들이 흘렀다. 스투키를 키우거나 빨래를 하고, 친구들과 소소한 파티를 벌이기도 했으며 밤마다 글을 썼다. 때로는 고독한 밤을 보냈다. 옆집의 소음에 인상을 쓴 채 잠들기도 했고.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따로 있었다. 바로 밥을 먹는 일. 엄마 반찬은 금세 동났고, 가지 볶음이 며칠간 머릿속을 떠다녔다. 내 요리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엄마와 딸의 시간 

부엌에 들어가면 늘 엄마를 찾았다. “양파랑 고춧가루, 간장, 물 조금. 이게 다야?”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마법의 레시피를 받아 적는다. 도마 위 식재료는 싱싱하게 빛난다. 가지 두 개와 양파를 기름에 볶은 뒤, 미리 만들어둔 양념을 붓는다. 얼마 후, 가스레인지는 삐- 소리를 내고 가지는 새까맣게 타버린다. 결국 냉장고에 남은 반찬 몇 개로 식사를 해결한다. 돌이켜 보니, 나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 음식을 하는 건 언제나 엄마와 동생의 몫이었으니.


그로부터 두 계절이 흐른 지금. 자취생의 식탁은 여전히 단출하지만, 꽤 그럴듯한 음식이 차려지기도 한다. 비 오는 날엔 김치전과 따뜻한 수프를 곁들여 먹고 더운 날엔 할머니의 깻잎 김치를 꺼낸다. 친구들은 과분한 찬사를 보내며 가지 덮밥의 레시피를 묻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헛한 마음이 계속된다. 엄마 밥상이 그리운 이유겠지. 그 순간, 그녀가 전한 레시피에 빠진 재료를 알아챈다. 사랑과 정성. 엄마와 내 요리가 다른 건 이 때문이리라.


엄마는 묻는다. “ 먹었어?” 딸은 말한다. “. 엄마는? 오늘 반찬은 뭐야?” 밥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 어쩌면 말의 온도를 따뜻하게 하는 일일지도. 글에 힘이 있듯이 밥에도 힘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문득 궁금해진다. 훗날 엄마가 된다면, 닭볶음탕을 뚝딱 만들어낼  있을까? 시장에서  생선을 손질할  있을까? 김치를 맛있게 담글  있을까? 전부 불가능하다면, 부엌의 온도와 식탁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이 따스하기를 바랄 .





6인 가족의 건강한 식탁
자취생의 소소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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