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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후 Jul 31. 2023

[그림책- 오리건의 여행] -라스칼


듀크라는 사람은 스타 서커스단에서 최고 인기광대이다. 그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오리건'이라는 곰은 재주를 부린다.

그리고 무대를 끝마치면 듀크는 오리건을 우리로 다시 끌고 나간다.

어느 날 오리건이 듀크에게 말을 한다.

"듀크, 나를 커다란 숲 속으로 데려다줘."

그리고 둘의 여행이 시작된다. 오리건이 사는 오리건주의 숲 속으로 간다.

오리 건하고 같이 가는 여행에서 돈은 금방 축이 났다. 그래도 둘은 여행하는 게 행복하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오리건이 살았던 숲까지 가서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듀크는 그와 약속을 마친 후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떠난다.

듀크의 여러 모습에서 일하는 것, 떠나는 것, 생각의 전환 등이 보인다.

듀크는 서커스단에서 최고 인기였다는 것은 일을 최고로 잘했다는 것, 광대라는 것은 다양한 상상력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일을 멈추고 떠난다? 

"나도 그곳에서 백설공주를 만나게 될지..."라는 상상에서 자신이 이 일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몸이 아파서,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닌 백설공주를 만난다는 상상은 누구 하나 반대를 하지 못하는 기발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광대다운 유쾌한 이유이다. 

 

듀크는 인디언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기차표 두 장과 햄버거 삼백 개를 사고 나니 가지고 있던 돈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오리 건하고 여행하는 게 행복하다고 한다. 듀크는 그만두고 무엇을 선택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고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한, 동반자의 행복을 무엇보다 추구하는 사람이니 관계의 소중함도 아는 사람이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이 광대였다는 것을 인지하고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그 빨강코를 계속 붙어 있던 사람이다. 

트럭 운전수 스파이크의 차를 얻어 탈 때 스파이크가 말을 한다.

"왜 아직 빨강코에 분칠을 하고 있소? 이제 서커스 무대에 서지도 않은데"

"살에 붙어 버려서요. 난쟁이로 사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에서 흑인으로 사는 건 쉬운 일 같소?"

트럭 운전수의 말이 듀크에게 충격으로 와닿았을까? 나는 이 장면에서 생각의 충격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 나의 정체성, 내가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은 누가 갖고 있으라고 말하지 않지만 은연중에 나한테 붙어 있는 빨강코였다.  ' 너는 쉽게 말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할 수 없어.' ' 내가 한다고 잘하겠니?'라는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그게 다른 일을 못하는, 아니 안 하는 핑계라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또한, 계속 그 일에 얽매여 있어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워한다. '이 일 때문에 다른 일은 못해. 나는 너무 바빠'

'물론 쉬어야지. 하지만 이 일은 나에게 너무나 중요해. '라는 말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정당성을 끊임없이 찾곤 한다. 그 빨강코가 나에게 우리에게 있지만 떼어버릴 수도 떼려고 생각도 안 했다.  

그들은 옥수밭에서 잠을 자고 반고흐가 그렸을 법한 들판에서 산책을 하면서  여행을 했다. 드디어 오리건 숲을 발견하고 곰과 여행을 마친다. 곰은 숲 속 깊이 떠나고 듀크도 자유롭게 떠난다. 빨강코를 버리고....


자기 살처럼 붙어버린 빨강코를 버리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빨강코를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겠지. 하지만 듀크는 과감하게 그 코를 버린다. 그리고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오랫동안 빨강코의 흔적의 느낌은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붙어버려 떼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던 지난날에 비해 없을 때의 시원함과 앞으로의 도전을 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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