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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 Dec 23. 2022

아이는 가지고 싶은데, 임신은 겁이 난다.

부부사이, 2세 계획



우리는 아직 아이가 없다. 약간의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는 '나'와 아이를 키우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돈'이 2세 계획을 미루고 있는 가장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단순히 미루는 게 아니라 미래의 우리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자기는 아이 언제 가지고 싶어? 나는 우리 좀 안정되면 좋을 것 같은데~ 한 2년쯤?"


잠들기 전 문득 생각나 남편에게 질문해 보았다.


"글쎄~ 그래도 내년에 이사 가서 집도 좀 안정화되고, 자기도 임신하거나 육아할 때 힘들어서 회사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일단 돈도 좀 많이 모아두자~ 우리 같이 준비하는 사업도 좀 키워놓고 그럼 좋을 것 같아~"


우리는 내년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고정된 수입 외에도 부수입을 기획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어플 개발'에 대한 사업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의 2세 계획에는 '돈'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30대 초인 우리는 지금껏 항상 '젊음'을 늘 당연시해 왔기 때문에 늙음과 병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과 바로 연관되는 우리의 몸 상태가 어느 순간부터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종종 병원을 찾았다.






그 당시 20대 후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 하지만 자궁에는 적당하지 않은 크기의 근종이 있었다. 몇 달 후 다시 방문한 산부인과에서는 몇 cm 더 늘어난 근종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위치도 참 애매한 곳. 또 얄밉게도 딱 붙어있지 않고 길게 늘어져 대롱대롱 달려있는 게 어쩜 참 영악한 근종이었다.


지금은 아무 통증이 없어 아직 내 상태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지만, 추후 임신을 하게 되면 상황에 따라 수술을 해야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이는 가지고 싶지만 임신이 더 두려워졌다. 안 그래도 '돈'과 '사업', '부모공부' 등 준비를 하고 있던 우리에게 '건강'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가 더해졌다.


사실 2세 계획에 '건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동심리학을 공부해 오면서 학교와 여러 책 속에서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더욱 임신이 신중해졌다.


날이 갈수록 현저히 늘어나고 있는 아토피와 같은 선천적인 피부병과 부모의 영향을 받는 여러 기질들 때문에 더욱 책임감이 생겼고 그 책임감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자기야, 우리 임신준비 하기 전에 6개월 정도는 식단관리 해야 돼! 6개월 힘들면 3개월이라도! 자기는 조금만 해도 돼, 나는 완전 제대로 해야지..!"


나름 부담을 가질까 봐 남편에게는 더 적은 기준을 전달했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은 웃으며 답했다.


"응~ 근데 우리 ㅇㅇ이 건강도 중요하니까 고기도 많이 먹고 그래야겠네. 자기 고기 엄청 좋아하잖아~ 그런데 과자도 좋아하는데 줄일 수 있겠어~?"


2세 준비에 대한 진지하면서 심각한 주제이지만, 우리의 대화는 늘 그렇듯 서로의 입장도 생각하며 배려가 묻어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대화가 낯설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다.


큰 눈과 오밀조밀 작은 코 그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통통한 입술, 남편의 모습을 보면 미래의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궁금해진다. 남편도 우리를 반반 닮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상상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에,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아직까지는 이상이 없지만 남편도 조만간 다시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이사 후 자리를 잡고 식단관리와 건강관리를 꾸준히 한다. 사실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건 엄청난 축복이기 때문에 뭐든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다만 우리에게도 축복이 잘 올 수 있도록 그 길을 부지런히 닦고 쓸며 마중을 나가있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닌 우리 둘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병원은 왜 자꾸 미뤄?"


내 질문에 남편이 답했다.


"아직 우리 계획 내후년이니까 내년에 가도 괜찮아. 내년에 꼭 갈게!"


조급한 내 성격과 느긋한 남편, 2세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계획 단계부터 마찰이 생겼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기로 했다. 대신 내년 상반기에는 꼭 받기로!


내년 이사 가는 집은 추후 아이와 함께 지낼 곳으로 찾아보고 있다. 주변에 초등학교와 공원은 있는지, 유흥시설은 없는지. 아직 태어나지도 생기지도 않은 아이지만, 벌써부터 상상 속 아이는 커서 결혼까지 하고 손주까지 낳았다. 그렇게 나는 상상 속에서 먼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우리 부부의 2세 계획]


- 내년 이사 갈 집을 자가로 구해 자리를 잡자

- 임신과 육아로 인해 아내(나)가 회사를 그만둘 수 있으니, 지금부터 준비하는 사업과 부수입을 탄탄히 진행해 보자 (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

-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부터 꾸준히 돈을 모아두고, 육아를 할 때 너무 돈 때문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지 말자

- 남편의 연봉 협상 그 이후 준비하는 자격증과 경력을 채워 조금 더 복지가 좋은 회사로 이직까지 차근차근 준비해 나아가자 ( 나(아내)는 이직하지 않고, 지금의 회사를 쭉 다닐 계획이다 )


- 혹시나 2년간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시험관을 시도해 보자

- 도저히 임신 가능성이 없다면 나(아내)는 입양하는 것도 좋지만, 남편은 아직 고민 중이라 이 문제는 그때 다시 의논해 보자

-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이 당연한 건 아니기에, 그만큼 잘못된 것도 아니기에 너무 원망하지 않기로 하자. 상대방을 탓하거나 나 자신을 자책하지 않기로 하자

- 대신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새 생명이 온다면, 최선을 다해 키울 수 있도록 지금부터 건강관리, 육아공부, 돈 관리를 꾸준히 신경 써 보자







어쩌면 임신과 육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냥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단 한 번뿐인 아이의 인생이기에 조금 더 2세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신중히 나눴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쌓여갈수록 추상적이었던 미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다가왔고, 걱정하며 끝내지 못한 고민이 함께 정한 해결방안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 부부 조율일화 <육아, 돈, 스킨십, 시댁, 친정, 친구, 애정표현 등>는 꾸준히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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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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