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상실감'을 많이 느끼던 첫 이별 2달 뒤였다. 좁은 인맥 속에서 첫 이별까지 겪으니 외로움과 상실감이 느껴졌고 쓸쓸함과 무기력까지 더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요즘에는 오프라인 모임이 뜬다고 했다. 나에게도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넌지시 말해주었고, 고민하다 '심리학 스터디 모임'을 나가게 되었다.
그때는 내가 프리랜서 미술치료사(미술심리상담사)로 일을 할 때여서 같은 관심사, 같은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첫 오프라인 모임을 나갔을 때에는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의미를 말하거나 경험담을 나누기도 하며 도란도란 가벼운 수다도 떨었다. 1주일에 1번씩 이루어지는 그 모임은 내 예상과는 달리 심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보다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20~30대가 대부분이어서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스터디가 끝나면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가고 노래방도 가며 '모임 사람'에서 점점 '친구'가 되어갔다. 그렇게 감정이 깊어지니 서로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나는 여러 친구들과 번호를 교환했지만 주로 단톡(카카오톡의 단체 카톡)에서만 수다를 떨었고, 유일하게 지금의 남자 친구와 매일 개인 카톡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일상 얘기와 취미, 친구들, 가족 얘기를 넘어 추구하는 연애상과 과거의 연애와 각자의 상처까지도 나누며 점점 이야기는 깊어져 갔다. 그 당시 나는 새로운 연애에 대한 불안함도 커서 더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궁금한 부분들을 다 물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아무 불편함 없이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모습이 더 고마웠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에 마음이 서서히 열린 것 같다.
- ㅇㅇ이는 내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다 말해주네~
" 저도 신기해요. 몇 년째 만나고 있는 친구들보다 한 달 동안 얘기 나눈 누나한테 속 깊은 얘기가 더 잘 나오게 돼요. "
마음이 잘 통한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고 그 감정은 깊어져 갔다. 하지만 감정이 깊어질수록 나는 고민도 커져갔다. 심리학 스터디 모임과 사람들이 좋아서 같은 모임에서 사귀다 자칫 이별하게 되면 모두 잃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고민하며 밀어내던 며칠이 지났다. 그날도 아침에 일어났더니 변함없이 아침 인사 톡이 와 있었다. 이렇게 한결같이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는데, 나는 왜 사귀기도 전에 이별을 먼저 떠올리며 행복을 제 발로 차 버리는 걸까 하고 서러워졌다.
이 사람보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마음이 이렇게 잘 통하는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 더 이상 청승맞게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두 달 반 만에 우리는 이어졌다. 그 시간을 한결같이 기다려주고 마음을 표현해 준 남자 친구에게 너무나 고맙다. 어렵게 이어진 만큼 서로의 소중함은 더해갔고 오지도 않을 불행한 미래를 상상하며 겁먹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마음껏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행복한 연애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같은 모임에서 연애를 하는건 추천하지 않는다. 실제로나랑 같은 모임에서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커플은 둘 다 모임을 나가거나 둘 중 1명은 모임을 나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불편한 점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있다면 붙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