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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 May 07. 2021

인정하자, 내가 돈이 없다는 걸

인정 후 빠른 조율





  폐업 후 한동안 새로운 사업들을 준비 중이라 매우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 중 하나는 반 오토 운영으로 관리하는 공간 대여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나의 장소를 빌려주고 해당 이용요금을 받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의 어떤 상가를 계약하느냐가 가장 중요해 몇 달 동안 매물을 보러 다녔다. 약 500여 개의 사무실과 상가를 둘러보았고 우리 집과 1~2시간 떨어진 지역도 직접 보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진에 낚여 허탕질이 반복되었다.


  원하는 매물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전철역에서 도보 10분 내외였다. 그리고 나의 예산에 맞는 보증금 1000 이하, 월세 80 이하. 평수는 15~30평대로 서울과 경기 곳곳을 둘러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건물의 화장실, 층고, 방음 정도, 같은 층의 사업장들, 채광 정도 등 너무 까다롭게 살펴보아서 내 모든 조건에 맞는 매물은 없었다.


  그러다 지친 마음에 그냥 적당한 가격에 인수해서 보수공사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홧김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따지고 보니 좋은 생각이었다. 뭐든 완벽하게 준비가 돼야 시작하려는 나의 장점이자 단점을 조금만 포기하니 새로운 길이 보였다. 그 뒤로 여러 인터넷 카페와 사이트에서 양도 글을 찾아보았다. 1주, 2주 시간은 또 지나갔고 생각보다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그 글들 중에서도 나의 예산 금액과 맞는 글은 더 없었다.






  그래서 또 하나를 포기했다. 아니 인정했다. 내가 가진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1~2억으로는 서울 아파트를 사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처럼, 지금 이 예산으로는 내가 원하는 완벽한 장소를 계약할 수 없다. 빠르게 인정한 후, 내가 원하는 상가 조건들 중에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조율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흘려보냈던 매물들이 다시 눈에 보였고, 그때 놓쳤던 부분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렇게 매물을 1~2달 살펴보다 이러다 홧김에 나중에 후회할 곳을 계약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환기를 시키기로 했다.


  당분간 매물을 찾지 말자. 그동안 다른 일에 몰두하자.


  이렇게 1주일 정도 짧은 환기를 시킨 후, 호기심에 다시 한번 양도 글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발견하게 된 나름 괜찮은 지역의 매물이 있었고 보러 간 당일 계약했다. 사실 내가 처음 생각한 조건에 부합되는 것들은 딱히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우선순위인 조건 3개가 들어맞았고 나머지 조건들은 조금씩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욕심을 부렸으면 어땠을까?

  나는 아직도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에 매달린 사과가 언제 떨어지나 내내 고개만 들고 그 자리에 맴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원하는 조건에 내 예산에 맞는 매물도 분명 있었으리라. 하지만 나에게는 그만큼의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의 선택을 했지만, 이 선택이 지금은 차선 일지 몰라도 추후 최선이 될 거라 생각한다. 대신 그만큼 내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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