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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 Jun 14. 2021

무기력한 나에게 숨 쉴 시간을 주기로 했다.

우울과 무기력 그리고







  동업을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하는 사업이 2달째 계속되고 있다. 조용하고 숨 막히는 더위 속에 말없이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오는 요즘, 나는 무기력하다. 그리고 우울하다.


  그럴 때 예전 같았으면 억지로 이겨내려고 했겠지만, 이제 나는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껴야 할 동업자도 없고 홀로 하고 있으니 나에게 더 관대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걸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무기력하지만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 싶은 친구들을 모아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서로의 목표를 응원해주며 체크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나는 그 카톡방을 운영하면서 책임감을 느꼈고, 무기력하지만 의무적으로라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무기력감과 공허함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텅 빈 로봇처럼 생각 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재택에서 홀로 사업을 운영하는 나에게 하루하루 흘러가는 날들은 챗바퀴처럼 반복되는 시간일 뿐이었고, 더 이상 새로움과 설렘은 없었다. 무언가 시도하기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고 일상 밖에서 나 홀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컴퓨터를 끄고 일에 대한 생각과 압박감을 잠시 놓아보았다. 

그리고 햇살 가득한 날,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마음껏 그날 날씨를 느껴보았다. 그날은 날씨가 좋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유독 사람들이 많아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가득한 날이었다. 나는 한동안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바깥 날씨와 일상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고, 문득 연락이 뜸하던 친구들이 생각나 연락을 돌려보았다.


 " 주말인데 뭐해? 잘 지내? "

 "오랜만이야! 요즘 뭐해? 우리 곧 만나야지!"


  내 연락에 친구는 반갑게 답장을 해줬고, 나 역시 친구와 대화하는 동안은 잠시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 홀로 하는 사업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않아 가족 외에는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내 일상을 털어놓고 소통할 사람이 없어 더 공허하고 외로웠나 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일상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해보았다. '요즘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일을 하고 있어.' 솔직하게 말하자 내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짧게 끝났지만, 숨겨오던 나의 솔직한 고민과 일상 이야기를 거짓 없이 말하니 두꺼운 가면을 벗은 듯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나에게 관대해져 무기력해진 게 아니라, 나는 무기력해서도 안되고 쉬어서도 안된다고 나 스스로 나를 압박하고 조여오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나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좀 더 놓아주기로 했다.

  '제주도 여행을 가는 것' , '바다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 , '좋아하는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마음껏 뒹굴거리고 웃는 것' 등 나에게 사치라고 느꼈던 것들을 내가 충분히 즐겨도 된다고 나를 위로해 주었다.


   사람이 늘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 항상 열심히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쉬어가며 나의 에너지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를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억지로 끌고 다녀, 오히려 타이어가 터지고 범퍼가 긁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자동차를 살 여유는 없지만 적어도 타이어를 교체할 시간은 주자. 그게 나를 좀 더 살아가게 해 줄 것이다. 나를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사진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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