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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츄 Dec 02. 2018

나를 괴롭히는 작지만 강한 질병에 대하여

재발성각막미란이 뭐야?

나 또 눈 터졌어.

-술 좀 그만 먹어!


시뻘개진 눈을 간신히 뜨며 주말 약속을 취소했다. 몇 친구들과는 억울한 대화를 또 나누었다.

죄송합니다
이 글을 보신다면 죄송합니다 2

이번이 벌써 몇 번 째인지. 병원에 달려가며 흐르는 눈물이 아파서인지 속상해서인지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이 터진 건 아니고, 각막이 들떴다 혹은 까졌다 가 맞다.


재발성 각막미란. 지난 5월 갑자기 내게 찾아와 고통을 안겨준 이 병의 이름이다.


수능에서 정답은 문제에 있듯이 이 병은

1) 각막이

2)미란한다-무언가 안좋다는 뜻-

3) 그리고 재발한다


정확한 뜻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재발성 각막 미란(再發性角膜糜欄, recurrent corneal erosion) 또는 재발성 각막 상피 미란(再發性角膜上皮糜欄)은 각막의 상피 세포의 가장 바깥층이 기저막(보우만막)에 달라붙지 못하는 것이 특징인 눈병이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이렇게 뜬다..따흑

아픔과 증상을 요약해 보자면

일단 남이 보는 내 눈은 엄청 빨갛고 부어있다. 눈이 터진(습관적으로 쓰는 단어이므로 이 글에서도 유지하기로 한다) 당일 만난 친구는 한 쪽 눈이 다른 쪽 눈의 절반이 되었다고 평했다. 아마 각막이 부어오르는게 아닐까 싶은데 대체 얼굴은 왜 같이 붓는지 알 길이 없다.


충혈 정도가 아닌 출혈의 느낌이 나는, 공포영화 주인공마냥 시뻘건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려대는 것 또한 주요 증상이다. 휴지를 눈 밑에 대고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으면 반대편에 앉은 분이 가끔은 안쓰럽게, 가끔은 흠칫 놀라 바라보시는 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너무 아프다. 이 고통을 어떻게 지인들에게 알려 어리광을 더 부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어릴적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다 아스팔트나 흙바닥에 온 몸을 던져 넘어진 경험이 한 번은 있을 거다. 그때 무릎을 찧어 흙먼지와 피, 볼에는 눈물이 뒤섞인 채로 양호실에 절뚝이며 가던 고통을 떠올린다. 추가로 소독약을 상처에 바를 때 그 고통을 곱해서(더하기 말고) 눈에다 적용해보면 얼추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각막미란은 정말 원인도 전조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


대체 왜 생긴거지?

친구들과 내 생활 습관에 대해 진지한 토의를 해보았다. 기필코 원인을 알아 자신들은 이 병을 피해가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1. 생활 환경

집도 건조한 편, 사무실은 사막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병을 얻기 전엔 인공눈물도 딱히 쓰지 않았다. 물을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컴퓨터, 집에서는 스마트폰. 하루 종일 눈을 혹사시킨다.

가습기를 샀다



2. 음주

남들은 이게 1위 이유라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내 주변에 멀쩡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나의 뻔뻔한 주장이다. 이 역시 건조함을 초래해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요즘엔 절주(?)중이며, 혹시 술을 먹게 되어도 그만큼의 물을 마시고 자려고 한다. 물론 눈이 한 번 터지면 최소 2주에서 한 달은 술 생각이 사라진다.



3. 수면시에 건조함

잘때 눈을 뜨고 잔다는 걸 알긴 했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 약간의 공포감만 준다고만 생각했다. 눈을 테이프로 붙일 수도 없고...



4. 업보

제일 맘에 드는 이유다. 그냥 내가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싶다. 매일 좋은 일 한 가지씩 해야겠다.



치료법은 있나?

일단 눈이 터진 후에는 즉시 안과로 달려 간다.


보호용 렌즈를 끼고, 항생제 안약과 뮤로 라는 소금물 비슷한 안약을 처방 받는다.


항생제는 혹시 모를 세균감염 예방용, 뮤로는 각막 부종 완화용이다.


처음 증상이 발생해 영문도 모르고 안과에 갔을 때, 대기 인원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내 상태를 본 간호사분들은 즉시 나를 진료실로 안내해주셨다. 그만큼 보기에 놀라운 안구 충혈이었다.



보호렌즈를 끼면 당장의 통증은 줄어든다. 보통 눈꺼풀이 각막에 닿으며 통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며칠간 항생제와 뮤로를 넣은 뒤, 상태가 완화되면 렌즈를 제거하고 안연고(듀라티얼즈)를 처방해준다. 이건 잘때마다 넣는 약인데, 자는 동안 안구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여행을 가거나 해도 꼭 이 약을 챙겨간다.

그리고 수많은 인공눈물

수술도 있다고는 한다. 너덜너덜해진 각막을 라섹과 같은 원리로 다시 정돈(?)해주는 개념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미 라식을 했기도 하고, 100%완치 보장이 안되는 것 같아 안과에서도 딱히 권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이걸 왜 쓰냐면

이 병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이 블로그 글이었기 때문에. 안과에서 처음 병 이름을 듣고는 이게 대체 뭐람 싶어서 인터넷에 더 찾아보았다. 투병기 내지 관리 기록에 가까운 그 글을 보며 나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마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흘러흘러 이 글을 본 어느 분이 눈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증상이 일어났을 때 바로 안과에서 조치를 취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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