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느림이 무례가 되지 않는 도시

by 앨리스킴


이 도시에서의 운전은

처음 보면 약간 당황스럽다.


차들은 중앙선을 넘기도 하고,

차선이 모호한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좌우로 흘러간다.

틈이 보이면 툭 끼어들고,

또 누군가는 그 틈을

아무렇지 않게 내어 준다.


처음엔

내게 익숙한 기준으로는 선뜻 읽히지 않았다.

질서가 없어 보였고,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고는 드물었고,

막히기는 해도 엉키지는 않았다.


무질서해 보이는 장면들이 쌓여 있는데,

전체는 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만 예외인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게 이 도시의 기본값이 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끼어드는 것도 무례가 아니고,

끼어주는 것도 특별한 배려가 아닌,

그냥 여기서 통용되는 방식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방식에는

소리가 거의 없었다.


출퇴근 시간,

도로는 늘 붐볐지만

경적은 좀처럼 울리지 않았다.


앞차가 늦게 출발해도,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사람들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표정만 아주 잠깐 바뀔 뿐이었다.


기다림은 불편할 수는 있어도

공격의 이유는 되지 않았고,

지연은 짜증일 수는 있어도

분노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나는 이 차이가

성격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밤도 비슷했다.


주말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평범한 평일의 한밤중.


갑자기 폭죽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꽤 큰 소리였다.


누군가에겐 기쁜 날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가는 밤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나서서 제지하지 않았고,

불평도 없었다.

상황을 ‘정리’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에게는 소음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일상의 한 장면 같아 보였다.


나는 이 장면이

이 도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는 모든 일이

‘정돈되어야만 괜찮은 것’이 되지는 않았다.


조금 흐트러져도,

조금 어긋나도,

그 자체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 있었다.




이 도시의 질서는

규칙이라기보다 관성에 가까웠다.


“이렇게 해야 한다”기보다는

“보통 이렇게 한다”에 더 가까운 질서.


그래서 빠르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고,

완벽하지 않아도

틀린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이게 더 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한 달을 다른 질서 속에서 살다 보니,

반듯하지 않아도

질서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느려도 무너지지 않고,

정확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질서가 있다는 것.


그걸 이 도시는

조용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