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반가워야 할 사람들이 가장 조심스러웠다

by 앨리스킴


해외에 나가면 왜 유독

한국 사람끼리 더 눈치를 보게 될까.


참 이상하다.

먼 타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먼저 한 발 물러서게 된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는 말을

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땐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막상 겪고 보니 알 것도 같았다.




KL에서의 마지막 날,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 코스처럼

소문난 중국 레스토랑이 있다고 했다.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우리도 찾아갔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많지 않았다.

직원의 안내대로 자리에 앉았다.


주전자째 내어주는 홈메이드 차가 참 좋았다.

바깥은 덥고

에어컨 바람은 유난히 셌다.

그래서 따뜻한 차가 더 고마웠다.


메뉴판을 보니

가지튀김과 연두부 튀김은

비주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설레게 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익숙한 언어가 들려왔다.


젊은 부부와 어린 딸.

딱 봐도 한국 사람 같았다.


순간 딸의 말이 떠올랐다.

자리를 옮길까 말까,

아주 잠깐 망설이던 그 찰나.


남편이 먼저 사고(?)를 쳐버렸다.


“안녕하세요~”


너무 자연스러웠고,

순식간이라 말릴 틈도 없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답은 돌아왔다.

그런데 그 뒤로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자리를 옮기고 싶을 만큼 어색했지만,

그러기엔 더 이상했다.

괜히 서로를 의식하는 시간이 흘렀다.


그 가족의 말소리는 살짝 낮아진 것 같았고,

우리도 괜히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테이블 사이에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요즘은 이런 데서 한국 사람한테

괜히 아는 척하면 불편해한대.”)


내 귀속말에 남편은.

(“내가 실수한 거야?”) 하는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그냥 반가워서 인사가 나왔을 뿐이라고.


타국에서 가장 반가워야 할 사람들이

서로를 가장 조심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조금 씁쓸했다.


길에서 스쳐 가는 외국인과는

“하이”, “헬로” 하며 웃고 지나가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 앞에서는

괜히 한 번 더 주춤하게 되는 마음.



이제는,

타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도

괜히 계산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한 마디쯤

가볍게 건넬 수 있으면 좋겠다.


반가운 마음이,

굳이 숨겨야 할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