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보내준 봄 꾸러미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봄~봄~ 하고 가만히 소리 내어 불러보면 봄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는 느낌이다.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메마른 가지에서 새싹을 틔워내는 기특함이 가슴 뛰게 만든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어린싹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갓난아이와의 첫 만남만큼이나 설렌다.
긴 겨울 동안 꼭꼭 걸어 두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연둣빛 봄 속으로 어서 들어오라 손짓하는 것 같아 더 그렇다.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동네 앞산은 아직도 회색빛이 감돈다.
새싹들이 겨울잠에서 깨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그래서 봄은 제법 멀리 있다고.
코끝에 스치는 찬바람이 그렇게 전하는 것 같아 야속하기만 하다.
올해는 멀리 남해에 사는 둘째 언니한테서 먼저 봄이 배달되었다
’ 카톡~‘ 반가운 알림 소리와 함께 ‘우체국 배달완료' 문자가 떴다.
꼼꼼하게 포장된 박스를 열어보니, 음~~ 싱그러운 봄이 한가득. 봄 햇살처럼 따스한 언니의 마음도 듬뿍 담겼다.
고들빼기 쪽파김치를 비롯해 냉이, 달래, 머위, 쑥, 남해 시금치, 거기다 정성스레 말려 뒀던 고구마 줄기에, 텃밭에서 수확한 들깨까지...
친정엄마의 부재를 느낄 틈도 없이 알차게 채워진 꾸러미를 보니 고마움에 코끝이 찡하다
며칠 전 언니는 혼자 심심했던지 전화로 봄소식을 알려왔다.
“어머! 벌써 쑥이 났다야.”
“머위는 며칠 더 있어야 되겠어. “
“지금 고들빼기랑 냉이 캐는 중이야.”
그랬는데... 그 새 벌써 몇 날 며칠밤이 지나고, 언니 손을 거쳐 우리 집까지 싱그러운 봄이 배달되었다
‘나는 참 복도 많지~.’
언니 오빠들 여럿 속에 막내로 태어나 이것저것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으니 말이다.
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작은 언니는 때마다 해초들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기도 하고, 큰언니는 큰언니대로 뭔가를 챙겨 보낸다.
엄마가 계실 때에도 언니들은 내게 친정엄마 노릇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러면 언니들한테는 친정엄마 노릇을 누가 해주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짠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늘 마음뿐이다.
이래서 형 만한 아우는 없다고 하나보다.
한 동안 감기를 앓고 난 뒤라 그랬는지 뭘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없던 차에, 봄나물을 보니 입맛이 확 돌아 마음도 들뜬다
애써 일일이 손으로 캐 담은 봄나물들이 시들까 봐 걱정도 되고, 뭣보다 상큼 쌉쌀한 봄나물 먹을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물들을 끓는 물에 데치고, 고소하게 참기름과 들기름 넣어 얼른 무쳐야겠다
야생에서 나온 봄나물은 다 보약이라고.
봄나물 무칠 때엔 기본양념으로 최소화해야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고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나만의 [봄나물 레시피]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봄나물 - 냉이나물ㅣ머위나물 ㅣ달래. 오이무침 ㅣ쑥 된장국 만드는 법]
<냉이나물 무침>
-손질한 냉이는 씻어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쳐 헹구고 물기를 꽉 짠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파송송ㅣ다진 마늘 ㅣ 참기름 ㅣ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머위나물 무침>
-손질한 머위순은 씻어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쳐 헹구고 물기를 꽉 짠다
-국간장. 고추장. 된장 약간만 넣어 간을 맞추고, {파송송 ㅣ 다진 마늘 ㅣ 참기름 ㅣ 깨소금}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달래. 오이 무침>
-달래는 뿌리채로 잘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오이는 길이대로 반 잘라 얇게 어슷 썬다.
-{국간장ㅣ고추장ㅣ설탕ㅣ식초ㅣ매실액}을 조금씩 넣고, 새콤달콤 양념장을 만들어 간을 맞춘 후, 참기름 약간. 통깨 뿌려 살살 버무린다.
(양념장 만들기 번거로우면 시판용 초고추장을 활용해도 된다)
<쑥 된장국>
-손질한 쑥은 깨끗이 씻는다
-멸치육수에 된장을 묽게 풀어 끓인다
-{국간장 ㅣ파송송ㅣ다진 마늘} 넣어 간을 맞추고,
-팔팔 끓으면 씻은 쑥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쑥국ㅣ달래. 오이무침ㅣ고들빼기 쪽파김치ㅣ냉이나물ㅣ머위순 나물ㅣ시금치나물
남해 언니 덕분에 우리 가족은 식탁에서 먼저 봄을 만났다.
바깥은 아직 회색 빛이지만, 식탁엔 봄내음이 가득했다.
이날만큼은 과식해도 좋은 날!
그게 봄나물에 대한 예의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