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울음이 시끄럽게 들리지 않던 날

긴 기다림 끝에 피어난 짧고 찬란한 생의 기록

by 앨리스킴


한평생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는 매미처럼,

우리도 단 한 번

뜨겁고 찬란한 순간을 살아간다.



연일 이어진 열대야.

잠을 설친 탓인지,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늘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며

남편은 새벽부터 나를 깨워 일으킨다.


“해뜨기 전에, 산책 삼아 가볍게 운동하고 오자.”


그 말에 겨우 눈을 뜨고,

대충 얼굴만 씻은 채

아무 옷이나 걸치고 따라나섰다.


멀리 산 너머로 여명이 천천히 밝아 오고,

하늘은 연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평소 같으면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을 시간이라

어둡겠거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밝아 살짝 놀랐다.


숲은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일찍 눈뜬 매미들의 합창이 귀청을 찢을 듯 울려 퍼진다.


고요한 숲에는

나뭇잎 하나 흔들리는 기척조차 없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까,

생각만 해도 기운이 빠진다.



“아휴, 아침부터 시끄럽다…”

무심코 내뱉은 말에

옆에서 걷던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저 소리도 지금 저들에게는

가장 반짝이는 시간일 텐데.”


그 말에 발끝이 살짝 멈칫했다.


“7년을 땅속에서 지냈는데,

밖에 나와서 고작 며칠 울고 다시 가잖아.

매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


남편의 말은 농담 같았지만,

그 안에는 묘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매미의 생애는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어두운 흙 속에서 6년, 7년을 견디며

딱딱한 껍질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다.

어떤 종류는 13년, 17년이 지나야

비로소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왜 하필, 7년이나 13년, 17년일까.

그 숫자들이 모두 ‘소수’라는 걸 알았을 땐 조금 놀라웠다.

천적과의 주기가 겹치지 않도록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시간을 택한 것이라고 한다.


들키지 않으려,

세상과 단절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묵묵히 기다려야만 했던 생.


그리고 어느 여름날,

마침내 껍질을 벗고 세상 밖으로 올라온다.


어둠 속에서 보내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단지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다니,

왠지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오래 참고 견뎠을 텐데,

세상 밖으로 나온 시간은 고작 며칠뿐이라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매미는 쉬지 않고 울어야 한다.

자신을 알리고, 짝을 찾으며,

생의 본능을 다해 살아내야 하니까.


그러고 보면,

그 짧은 시간을 있는 힘껏 울며 견디는 모습이

한 생의 마지막 몸부림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시끄럽다’고 무심히 내뱉었던 말들이

문득 미안해졌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겉보기엔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찰나처럼 스쳐가고 만다.


우리는 그 시기를 지나고 있을 수도,

이미 지나온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때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짧은 찰나가 더 간절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잠시 고개를 들어

나무 가지에 앉은 매미를 바라봤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가

온몸 가득 울어대고 있었다.

‘찌르르 찌르르~’


그 울음이 이젠

이상하게 시끄럽게 들리지 않았다.


가장 짧은 생에,

가장 큰 목소리로 살아내는 저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한때,

그렇게 울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