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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ug 06. 2020

전통시장의 추억, 절반의 성공

전통시장은 있고 전통마트는 없다

 

내가 사는 동네는 근처에 시장이 없다. 대형마트만 여러 개 있어 생활의 편리성은 있으나 가끔씩  시장에만 있는 음식과 물건 등이 생각날 때가 있다. 시장의 시끌벅적한 소리와 조금 덜 정돈된 듯한 차림새도 나에겐 모두 추억 어린 모습이라 한 번씩 가보고 싶지만 가까운 곳에 없으니 시장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다.     


재난지원금 덕에 시장을 찾게 되었다.  5일과 10일에 열리는 전통시장인데  5월에 처음 을 때는 너도 나도 재난지원금을 덜어내듯이 쓰던 때라 너무 복잡하였을 뿐 아니라 물건 값이며 시장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겨움 등은 보이지 않아 다시 한번 제대로 전통시장의 추억을 느끼고 싶어 오늘  마침 5일이기도 해서  시장을 가기로 했다.


하필이면 폭우가 쏟아졌다.  차를 타고 주차장을 나올 때만 해도 오지 않더니 차도로 들어서자마자 쏟아부었다.  자주 맞지 않던  기상예보가 오늘은 맞을 때부터 뭔가 낌새를 차렸어야 했다.  근처라고 하기엔 좀 먼 거리로 우리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지만 간단하게 장 보러 가는 의미보다는 어릴 적 시골 5일장의 맛과 재미,  추억이 그리워  먼길을 마다않고 시장에 갔다. 하지만 비는 물폭탄처럼 내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고 비상등을 켜고 불안해하며 가려니 괜히 나섰나 싶은 후회도 되었다.     


어릴 적 시장의 추억 속에는 우리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 단짝 친구가 있다.

엄마를 따라 간 시장에서 가끔씩 얻어먹는 순대의 맛있는 추억, 대학생 된 맏딸이 집에 오는 주말이면 원조 딸바보 우리 아빠가 사다주신 시루떡의 그리운 추억, 서울로 전학 간 단짝 친구와 먹던 가락국수의 우정의 추억 등이 있어 가끔씩 그 시골 장날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지낸다.    


시장에 도착할 즈음 비가 멈췄다. 비록 출발은 힘들었지만 오늘 시장의 추억 쌓기는 정말 괜찮을 것 같은 기대로 시장으로 들어섰다.   5일장이 서는 곳이라 그런지 현대식 깨끗한 가게 뿐 아니라  노점들이 늘어져있어  옛날 골장날의 모습도 보이고  더 정감있어 보였다.


먼저 들른 곳은 국숫집.

가락국수의 추억이 있는 나로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봄에 갔을 땐 대기줄이 길어 포기했던 맛집이었는데 오늘은 폭우로 손님이 없어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게 되었다. 폭우를 뚫고 와서 먹는 칼국수와 수제비는 차를 타고 오면서 후회했던 것을 잊게 했다.

국숫집 성공~    


야채, 생선, 군것질 거리도 사고 과일까지 다 사도 가격과 물건이 훌륭하여 성공~    


 “이거 국산이에요?” 원산지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물건의 원산지를 물어보았다가 돌아서는 뒤통수에까지 계속 뭐라고  화를 내는 상인이 있어 실패~

노점의 물건의 가격을 물어보고 유기농 매장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길래 안사고 돌아섰더니 또 한참을 뭐라고 해서 실패~

물건을 사지 않는다고 혼이 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부러 비를 뚫고 찾아왔는데  나의  소중한 추억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이 더욱 싫었다.


돌아보니 나 어릴 적 시장의 추억 속엔 상인 아저씨나 아줌마의 친절함과 정스러움이  있었다. 엄마가 물건 값을 깎을 때에도 깎아주네 마네 하여도 결국엔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의 흥정이었고 어린 여중생 둘이 국수를 먹을 때에는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있어 기분 좋은 배부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비 오는 날 손님도 적은데 나처럼 묻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을까? 질문하는 내 목소리가 불편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도  씁쓸하다.  그래도 맛있는 추억은 그대로  간직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장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겐 지나간 시절의  추억이  되고,  삶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에  그래서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더욱 오래도록 잘 지켜나가야 해서 전통시장이라  이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전통시장은 있지만 전통마트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전통시장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전통시장을 지켜나가는 일은 상인과 소비자 모두 함께 해야 할 것임도 알기에  오늘은 비록 절반의 성공이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시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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