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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ug 08. 2020

쇼호스트의 말! 말! 말!

낚임과 득템의 어정쩡한 공생

남편이 급한 목소리로 부른다.

“빨리 와 봐.”

매일 청소를 한다고 해도 습기 속에 냄새가 잠겨있는지 화장실에서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청소를 하는 중에 부르니 짜증이 난다. 남편은 에어컨 켜고 소파에서 TV 삼매경 중이다. 못 들은 척 대답도 안 하고 반려견 사랑이 탓만 하고 있었다. 사실 사랑이가 들으면 억울할 것이다.( 쉬통에 쉬를 싸지만 쉬통 옆에 묻는 것 까지는 컨트롤이 안 되는데 화장실 냄새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니 )

“진짜 빨리 와 봐. 리얼 양가죽 재킷이래. 가격도 싸고 몇 개 안 남았대.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래? 함 보기나 할까?”

몇 개 안남았다는 말에 물기 묻은 손과 발을 대충 닦고 TV 앞으로 갔다.    


쇼호스트 그녀가 한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재킷 전체가 양가죽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낚    였    다.

남편은 쇼호스트의 말을 믿었고 나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그 믿음에 상반되는 모습이 연출될 때 우리는 흔히 「낚였다」라고 표현한다.     


홈쇼핑에 나오는 쇼호스트들을 보면 출중한 외모에 화려한 말솜씨, 그리고 부티나는 분위기까지 있어 또 다른 의미의 연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에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게스트로 내세워 판매를 하는 경우도 많다. 보기에는 연예인들이 앞에 나서지만 홈쇼핑의 주인공은 쇼호스트이며 연예인은 쇼호스트의 도우미 역할, 일종의 조연일 뿐이다. 그만큼 쇼호스트의 위상은 커지고 있다.    

 

쇼호스트 그들이 하는 말에 우리는 때로 득템이라 기뻐하기도 하고 낚였다고 씁쓸해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을 자세히 듣다 보면

   

첫째, 쇼호스트의 말은 판매 물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가득 차 보인다.

건강 관련 식품이나 기구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어느 의학박사보다 더 알기 쉽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을 한다. 본인들이 직접 공부를 했는지 스텝이 써준 대본이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풍부한 의학상식은 같은 시간 다른 채널의 건강프로그램에서 그 제품과 관련된 내용이 때맞추어 방송되는 기획력이 받쳐주어 더욱 그럴듯하다. 대단하다. 

   

둘째, 쇼호스트의 말은 소비자를 쥐락펴락한다.

얼마나 맛있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은 애교에 속한다. 음식 쇼핑 방송은 먹방을 방불케 하며 먹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TV 속 화면 요리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도저히 작동할 수 없는 후각까지 끄집어내어 소비자의 오감까지 조종하고 있는 듯하다.

역대 최초 최다, 파격 세일, 그리고 빠방♪♩하는 음향효과가 울리면 우리의 마음도 빠방 하며 움찔거린다.

단돈 얼마만 추가하면 두 세트를 준다는 말에 한 세트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두 세트를 사게 만든다.

이 방송 끝나면 다시없을 기회이며 이 물량이 오늘로 끝이라는 말에 또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게 만든다.

이 또한 대단하다. 

   

셋째, 쇼호스트의 말은 때로 상대적 박탈감을 들게 한다.(내 기준임)

“저는 이미 샀어요.”

“이렇게 가격 좋을 때 깔 별로 장만하세요.”

“저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두 분 다 사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세요.”

물론 본인이 파는 물건을 써보고 그 경험치를 말하는 것은 좋지만 파는 물건마다 다 산다, 색깔별로 다 사라는 쇼호스트를 보며 비록 판매를 위한 멘트려니 생각하면서도 하나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소비자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스타일리스트가 세팅해준 화려한 옷차림으로 명품 스카프를 두르고 명품 가방을 들고는 세 장에 몇 만 원 하는 블라우스가 훌륭하다 하는 쇼호스트를 보면 우습기까지 하다. 게다가 방송마다 등장하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참 부족한 딸이 되고 며느리가 되는 것 같다.

이는 불편하다. 

   

아이쇼핑에 이어 랜선 쇼핑까지 하는 시대에 사니 TV를 들다 보면 습관처럼 홈쇼핑을 보게 된다. 쇼호스트인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소비자인 우리는 우리의 판단으로 살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면 된다.


하지만 그들은 교묘하리만큼 일을 잘하고 우리는 아니 나는 자꾸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어 사놓고 쓰지 않는 물건도 있고 정말 아니다 싶은 물건도 가끔 있다. 게다가 굉장히 작고 빠른 목소리로 안내되는 「개인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의 개인에 꼭 포함되는 불운까지 있다.   

 

문제는 간혹 득템이라 부를 만한 것도 있다는 사실이다.


쇼호스트의 말! 뜨거운 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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