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들은 다른 학년에 비해 2학년 담임을 선호한다.
1학년은 귀엽고 예쁜 맛이 있지만 학교생활 적응 지도가 만만치 않은데 비해, 같은 저학년이지만 2학년은 1년의 학교생활을 통해 의젓한 학생의 모습을 갖추어서 여러 모로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학년 배정을 앞두고 2학년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1학년 시절의 기초학습훈련 및 학교생활 에서의 기본적인 생활지도가 미흡하니 말만 2학년이지 1학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021학년도 2학년 교실,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미흡한 면이 조금씩 보인다.
게다가 잠시 동안 학교물을 먹었다고 선생님 눈을 피해 눈치껏 복도 및 교실을 종횡무진하는 아이도 더러 있다. 두 달 정도 지나니 이제는 제법 2학년다워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니 친구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니 재미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등교하다 매일 등교하려니 힘들다.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있으니 좀이 쑤시고 자꾸만 딴짓을 하게 된다. 몰래 한 사랑처럼 몰래 치는 장난이 더 스릴 있고 재미있다.
학급은 아이들이 만나는 작은 사회이다.
공동생활에서의 규칙은 작은 것이라고 놓치지 않고 지도한다. 특히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강당에서의 체육 시간, 한 아이가 유독 눈에 거슬린다.
교실에서 강당으로 가는 내내 복도에서 뛴다. 복도 바닥에 넘어지면 타박상은 물론이고 치아가 다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하다.
"유정아, 걸어가야지."
강당에 들어서자마자 수업과 관련 없는 체육기구에 매달리고 급기야 높은 곳에 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더 위험하다.
"유정, 내려오세요. 선생님 허락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마세요."
그 즉시 지도를 하고 수업을 이어가는데 이번엔 언제 들고 왔는지 수학 시간에 쓰던 자를 빙빙 돌리며 뛰어다닌다. 너무 위험하다.
"박유정, 자를 돌리다 친구가 맞으면 위험해요. 그만.
잠깐 그치는가 싶더니 달리기 시간에 자를 입에 물고 달린다. 자를 입에 문채로 달리다 넘어지면 ~~ 상상조차 무섭다.
"박유정!!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 네가 다칠 수 있어."
자를 빼앗으며 단호하게 주의를 주었다.
유정이는 급식도 빨리 먹고 제일 먼저 교실로 온다.
아이들이 없는 사이에 유정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급이나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이야기하며 특히 자를 돌리거나 자를 물고 달리는 행동은 정말 위험하다며 이런 행동을 엄마가 아시면 엄마도 혼내실 거라고 말하였다.
"아니요, 우리 엄마는 착해요. 혼내지 않고 차분히 말씀하세요."
아뿔싸!
"선생님도 혼내는 거 아니야. 유정이랑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중이잖아."
아이들의 생각은 단순하다.
좋다의 반대는 나쁘다.
착하다의 반대는 안착하다.
나는 안착한 선생님이다.
자신의 잘못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를 아이는 혼이 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이야기를 하자고 아이와 말문을 열었지만 사실은 혼을 내고 있었다. 말은 부드러웠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혼이 나는 것 같으니 아이가 불편하였나 보다.
아이는 해맑은 얼굴로 이제부터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착한 엄마가 계신 집으로 돌아갔다.
안착한 선생님이 된 나는 마음이 편치 않다.
혼내지 않는 차분한 말씀,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는 분위기로 아이를 지도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나처럼 안착한 선생의 숙제인 것 같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착한 선생님이면 좋겠지만 엄부자모라는 말이 있듯이, 착한 엄마가 계시니 나는 안착한 선생님이 되어도 될 것 같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착한 엄마가 가르치실 것이 분명하니 아이들의 교육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를 위한 행동임은 틀림없지만 착한 엄마가 마냥 잘했다고 하기도, 안착한 선생이 잘못했다고 하기도 그렇다. 각각의 다양한 상황이 있으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어쩌다 안착한 선생이 되고 말았다.
착한 선생님이고 싶다.
편안한 분위기로 혼내지 않고 차분한 말씀으로 아이를 지도하는 착한 엄마들의 노하우,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