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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Apr 21. 2021

아이들은 웃어야 한다.

나도 웃을 수 있어 좋다.

오늘의 배움 활동은 일기예보 놀이이다.

종이 상자에 색종이와 종이컵을 붙여 카메라를 만들고 휴지심을 이용하여 마이크를 만들어  일기예보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작은 과자 상자는 작은 카메라를 만들고 티슈 상자는 어깨에 둘러메는 큰 카메라가 된다. 종이컵은 카메라 렌즈가 된다.


 다른 날보다 들뜬 발걸음으로 교실을 들어선다. 아이들의 얼굴에 재미난 기대감이 보인다.

봄시간은 둘째 시간인데 벌써부터 준비물을 보이며 언제 만드냐고 질문공세가 쏟아진다.


2학년 꼬맹이들의 역할놀이이지만 할 것은 제대로 다  갖추어서 배움 활동이 이루어진다.

카메라와 마이크뿐만 아니라 날씨예보판,  촬영용 슬레이트 , TV 화면까지 만들어야 할 것이 많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카메라와 마이크는 각자 만들고 각각의 날씨에 맞게  날씨예보판도 6개 정도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맡아서 그렸다. TV 화면은 책상의 투명 가림판의 가장자리를 검은색 도화지를 잘라 붙여 채널 및 방송사를 붙여놓으니  뉴스데스크가 꽤 멋지게 만들어졌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인해 등교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2학년이라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이기 등의 조작활동이 서투르다. 곳곳에서  " 선생님! 도와주세요."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선생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수업을 해냈을까 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서투르나마  자기들 스스로 만든 역할놀이 소품에 아이들은 만족하였다.


드디어 날씨예보 역할놀이 시간!

요즘 아이들은 거의 무대체질이다.  쑥스러움은 없고  웬만한 배우 뺨칠 정도로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먼저 앵커를 맡은 친구가 TV 화면에 앉으니 아이들은 진짜  TV라도 되는 듯  미있어한다.  거기에 뉴스 시그널 화면과 음까지 틀어주니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기본 대본에  조금씩 살을 붙여 실감 나게 기자를 호출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촬영 도우미"레디 액션" 하며 슬레이트를 친다.

그 소리에 맞춰 앵커, 기자, 시민, 기상 캐스터, 촬영감독, 카메라 감독, 등이 제 역할을 잘 해내어 작은 방송국이 완벽하게 표현되었다.


꼼꼼하긴 하나 행동이 느려 늘 학습 미완성이 잦았던  여자아이는  오늘의 역할놀이에 많은 흥미를 보이더니  작품 완성도도 우수하게 빨리 잘 만들었다.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던  아이라서 그런지  다른 날 보다 훨씬 학습 집중력이 왕성하였다. 게다가 역할놀이 대본을 다 외어서 기상캐스터의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짧은 시간에 대본을 외우고  완벽하게 연기마저 잘하니 친구들도  그 아이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훌륭한 모습에  박수 보낸다,

"정희는  작품도 잘 만들고 역할놀이 대본도 다 외우고  오늘 정말 잘했어요.  나중에 자라서  배우가 되어도 될 것 같은데." 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활짝 웃는 아이의 미소에  자신감이 보였다.


알림장을 쓰는 시간, 정희는 늘 꼴찌로 검사를 맡던 친구였다.

오늘  정희는  알림장도  빨리 썼다.  자신 있게 알림장을 내놓으며  아이가 웃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웃어야 한다.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선생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해맑게 웃으니 나도 빙그레 웃을 수 있다.


스스로 열심히 참여한 역할놀이 활동에 선생님의 칭찬을 받은 후 그 아이의 학습태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졌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단순한 알림장 쓰기이지만  그 작은 변화가 그 아이의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많은 변환점이 될 것임을 나는 믿는다. 내일도 모레도 정희는 학교생활에 더욱 즐겁게 임할 것이다.


오늘 수업, 이만하면 성공이다.

아이들이 신나고 즐거운 배움 활동이 이루어져 웃음이 피어나는 교실이 되었고  한 친구의 자신감에 날개가 달렸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작으나마 좋은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웃을 수 있었던 봄 선생의 하루, 이만하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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