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햇빛의 감사함

by 남동휘

주말 아침 아내가 걷기 위해 옷을 입는다. 아내는 모자에 얼굴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끼더니 요즘은 선글라스는 안 쓰고 모자를 푹 눌러쓴다. 신기하게 아내는 걷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용케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눈다. 사람들은 구분 안되게 다들 마스크부터 시작하여 얼굴에 뭔가를 뒤집어쓰고 있다. 내가 보기엔 거의 비슷하게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한 모습이었다. 햇빛에 원수라도 진 걸까?

흰 피부는 지금은 사라진 귀족 계급의 표현이고 도시인의 세련됨을 상징하나?

그와 반대로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건강을 상징할지언정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모습인 것 같다. 우리의 백옥 같은 피부 미인이 우선일까? 내 건강이 우선일까?


종양내과, 전염병 전문의 사이토 마사시의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나라원/이진후 역/2010))를 본다.

체온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은 30% 떨어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면역력은 500~600% 올라간다. 기미가 생길까 봐 자외선을 극단적으로 피하는 여성들이 많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피부를 가지고 있어도, 뼈가 약해서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없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뼈가 튼튼하려면 칼슘과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실외에서 햇볕을 쬐면서 운동해야 한다.

우리는 비타민 D 없이 생존할 수 없다. 비타민 D는 지용성으로 음식을 통해 일부분을 섭취할 수 있지만, 햇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에 노출된 몸에서 합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건강한 뼈를 유지하는데 비타민 D의 중요성을 잘 안다. 그러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당뇨병, 암, 심장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비타민 D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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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딸과 사위가 우리 집에 왔다. 딸의 취직시험이 며칠 남지 않은 관계로 얼마 전 추석에도 서로 연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비가 퍼붓는 날 무섭게 내리는 빗속을 뚫고 두 사람이 대구에서 순천으로 왔다. 딸의 친한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온다고 했다. 고인의 나이가 이제 62세 젊은 나이에 눈을 감은 것이다. 딸 부부는 승용차가 아닌 기차를 타고 왔는데도 심하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순천까지 올 수가 없었다. 아내가 중간역에서 내렸다는 딸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출근해 있었고 아내가 승용차로 진주까지 가서 빗길에 딸 부부를 태우고 왔다.

오랜만에 보는 사위의 얼굴이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보였다. 악수를 하면서 어깨를 두드려보니 근육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보기 좋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와 딸은 얼굴이 타서 밉다고 아우성이다. 이렇듯 얼굴이 하얀지 검게 그을렸는지가 미의 기준이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건강은 항시 뒷전이다. 어찌 사람들은 햇빛의 감사함을 모른단 말인가?


태양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의학 전문가 안드레아스 모리츠의((햇빛의 선물/에디터/정진근 역/2021)을 보자.

식물들이 광합성을 통해서 영양물질을 만들고, 광합성을 하지 않는 우리는 그것을 먹음으로써 햇빛 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오늘날 태양은 피부암, 실명을 유발하는 백내장 그리고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태양의 자외선은 호르몬 생산을 증가시키도록 갑상선을 자극하고, 갑상선 분비는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하면 몸의 기초 대사율이 증가한다. 이는 체중 감량과 근육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실은 자신을 햇빛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무릅쓰는 몇몇 사람들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과도한 노출로 피부에 화상을 입히지 않는 한 햇빛이 실제로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데도 말이다.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8 정도로 매우 낮은 자외선 차단제조차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 D의 95%를 감소시킨다.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의 75% 이상은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만들어진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면 피부의 비타민 D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기껏해야 햇빛에 의한 화상을 방지할 뿐이다.

혈액 중에 비타민 D 수치가 낮으면 유방암과 대장암의 발병 위험이 증가하고 피부암인 흑색종의 성장을 가속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서 염증이 증가하면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과 당뇨를 포함한 만성 염증의 위험이 증가시킨다. 인간의 몸에서 비타민 D가 항염증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발표되었다. 매일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 팔, 손 혹은 등에 10~15분 정도 햇빛을 쬐는 것으로도 피부에 충분한 양의 비타민 D를 생산할 수 있다. 직장생활 때문에 시간이 없는 사람은 주말에 2~3시간 정도 햇빛을 쬐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여름의 오전 10시 이후 오후 3시 이전에는 햇빛을 피하는 것이 좋다.


나는 2024년 4월경 거의 한 달 가까이 해를 못 볼 때가 있었다. 진짜 우울해지고 신경질이 느는 것을 느꼈었다. 극지방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적도 가까이 사는 사람보다 햇빛 쬘 시간이 적어서 나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는 해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나는 출근하는 날은 햇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다. 식당에서 부지런히 점심을 먹고 모자를 쓰고 난 후 15분 정도 걷는다. 한여름에도 점심시간에 걸었다. 요즘 출근하지 않는 날 아침에 20분 정도 뜨는 해를 쳐다보며 좋은 시간을 갖는다. 나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선글라스도 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얼굴이 탄다고 아내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아내나 딸이 포기했는지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말은 없다. 재미있는 것이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다가 안 바르면 얼굴이 새까매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다. 내 얼굴이 자외선 차단제가 없어도 햇빛에 적응을 하는 모양이다. 겨울과 봄가을에는 햇빛이 부드러워서 여름처럼 정오 무렵의 햇빛을 피할 필요도 없다. 햇빛이 공짜로 주는 건강이라는 경이로운 선물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도 걷는다. 나는 햇볕을 쬐며 면역력 높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4.9.29.

사이토 마사시/((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이진후 역/나라원/2010

안드레아스 모리츠/((햇빛의 선물))/정진근 역/에디터/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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