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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Oct 18. 2021

마카롱과 소주

아들의 첫 번째 선물

 아들이 '엄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야?'하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마카롱'이라고 항상 대답했었다. 처음 이 질문에 대답했을 때는 한참 뚱카롱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처음 먹어본 뚱카롱은 너무나 맛있었다. 하지만, 시골구석에는 뚱카롱은 커녕 보통 마카롱을 파는 곳도 없었다. 심지어 평범한 빵가게도 하나 없었다. 마카롱을 사려면 시내까지 나가야지만 했고, 그깟 거 하나 먹자고 시내까지 운전해 갈바엔 집에서 모자란 잠이나 더 자고 싶었다. 그래서 마카롱은 동생이 집에 놀러 올 때나 한 번씩 사 와 얻어먹고, 시내에 약속이 있어 나갈 때 한 번씩 사 먹곤 하는 나에게는 귀한 음식이었다. 먹고 싶을 때 못 먹어서 그런지 그때쯤엔 마카롱이 계속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세월에 지나 더 이상 마카롱이 나의 첫 번째 소원이 되지 않았음에도 아들에게 그렇게 대답해 왔기에 요즘도 아들이 물어오면 항상 마카롱이라고 대답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남편은 물욕, 식욕이 거의 없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식사를 배불리 먹고 후식 먹을 생각을 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로보곤 했다. 물론 고기를 먹고 볶음밥을 먹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 손으로 뭘 사는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직접 사 오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술이다. 특정 술만 계속 마신다면 내가 마트 갔을 때 사다 둬도 되지만, 그때그때 기분과 계절에 따라 원하는 술의 종류가 달라져서 내가 대신 사다 줄 수 없는 것이다. 아들은 아빠가 퇴근길에 술을 사 와 반주로 마시는걸 늘 보아서 그런지 아빠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바로 술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사 오는 두꺼비 술!


 얼마 전 언니가 집에 놀러 왔었는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는 둘을 묶어 집에만 있지 말고 산책이라도 하라며 내보냈다. 아들은 이모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던지, 자기가 갈 수 있는 가장 먼길, 그러니깐 동네 편의점을 가지고 했고, 둘은 걸어서 편의점에 갔었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당연히 아들은 편의점에 혼자 갈 수가 없었다. 항상 엄마와 같이 가거나 아빠와 같이 였다.


 언니는 조카에서 원하는걸 사 줄 테니 골라보라고 했던 모양이다. 아들은 세 가지를 원했다고 한다. 하나는 엄마를 위한 마카롱, 하나는 아빠를 위한 두꺼비 소주, 마지막으로 자기 것으로 콜라 껌을 하나 골랐었다.  


 이모 손을 잡고 한 손엔 비닐봉지를 들고 오는데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난 정말 몰랐다. 평소에 엄마가 안 사주는 불량식품을 잔뜩 골랐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한말이었는데, 기억하고 있다니! 아마 아들도 마카롱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간 것은 아닐 것이다. 편의점에서 마카롱을 본 순간 엄마 생각이 난 것 같다.


 그 편의점표 마카롱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심지어 너무 맛있어 그 후로도 한 번씩 동네 편의점에서 마카롱을 사 먹는다. 아들이 나를 위해 사다 준 첫 번째 선물 마카롱, 아빠를 위한 두꺼비 소주! 그 작은 머릿속에 엄마 아빠를 위한 마음이 항상 깃들어 있는 것 같지 않는가? 어쩌면 나는 작은 천사와 같이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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