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단발머리

아이의 선택을 믿는다는 것

by dearMe

정확히 언제부터 아들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일곱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당시 유행하던 게임 캐릭터가 길게 늘어진 앞머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는데, 자기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그래, 한번 길러봐" 하고 넘긴 말이 시작이었다. 매달 미용실에 데려가는 일도 번거로웠기에 한 달쯤은 안 가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한 달이 두 달이 되고, 어느새 미용실 갈 때를 훌쩍 넘겼다. 머리는 점점 자라 눈을 찔렀다. 눈을 가리는 머리가 보기 싫어 묶어서 어린이집에 보내면 돌아올 때쯤엔 금세 산발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어차피 크면 마음대로 기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더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머리는 단발이 되었고, 단발머리로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그는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걱정은 됐지만 최대한 단정히 빗겨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고학년 학생이 "여자가 왜 들어오냐"라고 소리쳤다. 남자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한동안 친구들과 선생님, 심지어 교직원에게까지 "넌 남자니, 여자니?"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나는 결국 그가 먼저 머리를 자르겠다고 할 줄 알았다. 평소 새로운 상황을 힘들어하는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아이는 제 것이라 믿는 순간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 머리는 끝내 잘리지 않았다.
전교생이 많지 않은 작은 학교라 소문은 금세 퍼졌다. 단발머리의 귀여운 아이가 남학생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고, 입학 초의 해프닝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의 머리는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다. 운동장에서도, 교실에서도 그저 그 학교의 평범한 아이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머리는 더 자랐다. 나는 한 번쯤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기를 생각인지. 혹시 허리까지 기르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히 그렇게 길게 기를 생각은 없다고." 라며 귀밑 단발이 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미용실에서 단정하게 다듬은 머리 위로 머리띠가 가볍게 얹혔다. 그 뒤로 6학년이 된 지금까지 그는 같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키도 훌쩍 크고 누가 봐도 남자아이 티가 나지만, 단발에 머리띠를 하고 다니니 사람들은 종종 딸로 오해한다.

한 번은 식당에서 직원이 우리를 보더니 자연스럽게 "따님은 뭐 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내가 "아들이에요" 하고 말하자 직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더 웃음이 났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컵을 들고 "그냥 딸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그 태연함이 나는 조금 부러웠다.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이제 그 질문을 조금 즐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머리가 길어지니 불편한 점도 많았다. 머리를 감고 나면 말리는 데 한참이 걸렸다. 드라이기를 들고 서 있으면 팔이 먼저 아프다며 투덜거리다가도, "그럼 자를까?" 하고 물으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힘든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듯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머리를 짧게 잘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아이만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닐지. 그런 생각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아이보다 내가 더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이의 머리를 지켜보는 일은 결국 내 안의 불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의 머리가 자랄수록 나는 조금씩, 남의 시선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보려고 애썼다.

한 번은 어떤 아이가 아들을 따라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아이는 짧은 머리가 싫었지만, 남자는 당연히 짧아야 한다고 생각해 참고 있었다고 했다. 아들을 보고 용기를 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켠이 조용히 흔들렸다. 나는 아마 그렇게까지는 못 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시선을 묵묵히 견디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으니까. 평소 낯선 가게 문을 여는 것조차 수줍어하던 아이가, 자신의 선택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서 있었다.




햇살 아래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씩씩하게 앞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본다. 앞으로 어떤 머리를 하고,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그 옆에서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걷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