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애플의 추억

캐러멜 애플

by dearMe

아들과 함께 핼러윈 사진을 보다 우연히 사진 속에서 캐러멜 애플을 발견했다. 그 사진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시큼하고 행복했던 옛날 추억이 다시 생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어릴 적 외국영화에서나 가끔 등장하는 특이하게 장식된 사과가 있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파는 곳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그렇게 장식된 사과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예쁘고 화려한 그 모양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어떻게 만드건지 무슨 맛이 날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을 때고 주변에 외국에 다녀온 사람도 없었던지라 물어볼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이지만, 그건 사과에 캐러멜을 씌우고 알록달록한 토핑으로 장식한 캐러멜 애플이었다.

나는 언제나 영미권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자식이 셋이나 있는 부모님께 나만 보내달라고 말하기 어려워 나중에 커서 내가 돈을 벌면 꼭 가보리라 결심했었다. 그리고 취직 후 당장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있었지만 2년만 꾹 참자 하는 생각으로 버텼다. 2년은 경력으로 쳐주는 기간이다. 퇴사 후 여행을 다녀와 재취업을 생각하면 경력으로 인정받는 2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딱 2년을 채우고 그동안 저축해둔 돈으로 난 캐나다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난 영어 포비아 수준으로 영어를 못했는데, 영어를 잘하고 싶은 동경은 있었지만, 영어를 별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혼자 그 길을 떠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냥 혼자 힘으로 외국으로 떠나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서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처음 가본 외국은 마치 영화 속을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는 것마다 너무도 이국적인 풍경에 가슴이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그곳 생활에 익숙해졌을 무렵 친구와 길을 가다 한 유명한 초콜릿 가계에서 캐러멜 애플을 발견했다. 난 주저 없이 들어가 하나를 사서 친구와 나눠 먹었는데 그 강렬한 첫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와 친구는 하나를 나눠먹었음에도 반밖에 못 먹고 말았지만 말이다. 겉은 달디단 초콜릿과 캐러멜로 코팅되어 있지만 속은 시큼한 초록 사과였다.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강한 신맛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가끔 사진이나 TV에서 캐러멜 애플을 보면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이다. 캐러멜 애플은 나에게 달콤하고 시큼한 추억의 맛으로 각인되어 버렸다. 그 맛은 처음 가본 이국의 풍경과 냄새, 거기서 만났던 다정했던 사람들의 얼굴까지 추억을 한 번에 불러오는 강한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 벌써 20년 전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한 장면이 그때였던 것 같다.


오월의 눈부신 햇살 속에 초록 나무가 무성한 가로수길을 걸어가며 캐러멜 애플 하나를 사서 친구와 깔깔거리며 나눠먹던 그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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