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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Apr 27. 2021

샐러드와 다이어트

 나는 어릴 때부터 편식이 심했다. 야채는 약 먹는 것처럼 싫었고, 삶은 야채는 화장품 맛이 났다.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만 주로 좋아했는데, 그런 습관은 삼십 대 초반까지 계속되었다. 타고난 체질 때문인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원하는 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마른 편이었다. 그렇다고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심하게 아프거나 하진 않았지만, 상하체 발란스가 안 맞는 심한 하체비만 있고, 부종 때문에 밤이면 신발이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팠고, 늘 심한 변비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편식이 이런 것에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딱히 많이 아프거나 삶이 불편할 정도가 아니라 그냥 본능이 원하는 대로 먹으면서 지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삼십 대 중반 결혼을 하면서부터이다. 항상 한 시간 정도의 통근거리에 있는 회사를 다니다 결혼을 하면서 집에서 10분 거리의 회사로 이직을 했다. 퇴근 후 바로 집에 와 남편과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려 하니 자연스럽게 식사시간이 늦어졌다. 나잇살을 더해서 욺 직임은 줄어들고 저녁을 늦게 먹어서 그런지 야금야금 살이 찌가 시작했다. 그제야 운동도 해보고 식단도 조절해보려고 했지만 평생 다이어트라고 모르고 살았고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살던 사람인지라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출산까지 하게 되었는. 출산 후 일 년은 모유 수유하느라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 후로 살이 너무 찐 내 모습에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옷도 하나도 안 맞고, 아이와 집에만 있으니 겉모습에 신 경을 안 쓰다 보니 어쩌다 한 번씩 외출할때 내 모습이 어느새 완벽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스스로도 변해있어 깜짝 놀랐정도 였다. 아줌마가 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 들어도 내 몸무게 유지하고 옷차림 깔끔하게 다닐 줄 알았는데, 살찌고 맞는 옷이 없어 포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다니니 너무 보기 흉한 꼴이 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 다니고 나서부터 내 시간이 조금씩 생겨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은 너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운동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을 많나 진짜 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조언을 받았다. 나는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질 거라 생각하고 운동 조금 하고 나서 힘드니 뭘 또 먹곤 했는데, 선생님이 운동만으로는 절대 다이어트가 될 수 없으니 운동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고, 처음은 6시 이후 금식하라고 첫 번째 미션을 받았다.


 그 후로 진짜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6시 이후 금식은 첫 삼일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힘들게 돈 내고 운동했는데 고작 간식 몇 개 먹어 망칠 순 없어!라는 생각으로 버텼더니 한 일주일쯤 지나니 저녁에 먹지 않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사람 몸이라는 게 얼마나 정직한지, 저녁 6시 이후에만 금식했는데도 살이 쭉쭉 빠졌다. 첫 5kg 은 금방 훅 빠진 것 같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또 정체가 왔다. 선생님이 여기서 두 번째 미션을 주쎴다. 저녁을 한 시간 빨리 5시에 먹고, 샐러드와 닭가슴살을 먹으라는 거다.  


 평소 야채라면 질색하던 나여서 샐러드란 걸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포기할 수없다는 생각에 맛있는 드레싱을 구입했다. 땅콩 맛 크림 맛 나는 드레씽으로 야채에 맛을 감추면서 먹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정체되었던 몸무게가 아주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다시 빠지기 시작하니 샐러드 먹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래 저래 검색하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내가 좋아하는 조합의 샐러드를 만들어냈다. 계속 먹다 보니 샐러드의 오묘한 맛도 알게 되었고, 요즘은 올리브 오일, 소금과 레몬즙으로만 만든 드레싱을 쓴다. 자꾸 먹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맛있고, 내 입맛에 잘 맞는다. 살만 빠지는것이 아니라 식습관을 바꿨더니 평생 따라다니던 변비와 부종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반 년정도 이어온 다이어트는 10kg 감량 후 20대 후반 몸무게를 찾은 후 끝이 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다이어트가 끝났음에도 지금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도 6시 이후 금식과 저녁을 가벼운 샐러드로 먹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몸무게는 조금 늘고 줄고를 반복하고 있지만, 식습관이 변해서 그런지 이 전처럼 몸무게가 폭등하지는 않는다. 

 

 힘들고 긴 반년 동안의 다이어트는 나에게 샐러드도 맛있다는 걸 알려줬다. 여전히 양상추나 시금치는 별로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긴 다이어트 기간 동안 샐러드는 나의 영혼의 친구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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