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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e Apr 29. 2021

반전의 초록색 시금치 피자

 20년 전 캐나다에 오 개월간 머무른 적이 있었다. 그중 3개월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캐나다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었더랬다. 그 집 식구들은 화목했고 나를 같은 가족과 같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한국에서 온 작은 아가씨가 음식이 입맛에 안 맞을까 슈퍼에 갔다 샀다며 한국 컵라면을 사다 두시고 원하면 꺼내먹라고 할 정도 었다. 얘기 듣기로 어떤 집은 냉장고에 자물쇠를 한 홈스테이도 있다던데 그 집에 비하면 우리 집 홈스테이 식구들은 는 정말 천사 같은 분들이셨다. 점심 도시락도 싸주셨는데, 지금 내가 학부모가 되고 보니 내 자식 도시락 싸는 것도 귀찮은데 홈스테이 맘이 싸주신 내 도시락은 단연 우리 반에서 최고였다. 매일 다른 메뉴의 이탈리안 음식으로 정성스레 싸주셨기 때문이다.


 도시락뿐만이 아니었다. 매일 저녁을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기분이었다. 래 이탈리아분들은 가정에서 모두 그렇게 드시는지 우리 홈스테이 맘이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김장을 하는 것처럼 계절에 따라 토마토, 올리브 병조림을 벽장 가득 만들어두시고, 집에서 살라미도 직접 만드셨다. 정육점에나 있는 고기 자르는 기계도 집에 있었다. 당시 요리에 문외 안이었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때 홈스테이 맘이 나에게 네가 나를 잊어버리더라도 내가 해준 이 피자는 못 잊을 거라며 해주신 피자가 있다. 반죽부터 손으로 직접 하셨는데, 진짜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비주얼이었다. 피자 토핑이 시금치와 치즈밖에 안 들어갔는데 색깔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시금치라니!!! 당시 편식이 심했던 나는 시금치가 너무 싫었다. 그 초록색 피자를 절대 먹고 싶지 않았지만 나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 주셨는데 말도 잘 안 통하는 나로서는 먹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정중하게 할 자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한입 먹었었다. 그런데 그 이상한 색깔의 피자는 정말이지 너무나 맛있었다. 전에 내가 먹어본 시금치 맛이 전혀 안 나고 고소하고  바삭한 도우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당시 레시피를 상세하게 알려줘 어딘가에 적어뒀었는데 음식을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라곤 없었던 이십 대의 나여서 그 소중한 레시피를 어딘가에 두고 잃어버렸다.


 홈스테이 맘의 예언과 같이 난 그 피자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 다시와 이태리 레스토랑 갈 때마다 그 피자가 있는지 메뉴를 찾아보는데 내가 먹어봤던 그런 시금치 피자를 파는 곳은 아직까지 한 곳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홈스테이 맘이 틀린 부분도 있었다. 그분은 세월이 지나면 내가 자기를 잊어버릴 거라 하셨는데 말도 안 통하는 동양 아이를 정성스럽게 살펴주시던 그 미소 띤 얼굴은 아직도 선명하게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감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타국에서 온 벙어리 같은 아이를 정성스럽게 대해준 분께 'Thank you'라고 밖에 말하지 못난 나 자신이 너무 싫었었다.


 음식에는 소실이 없는 나지만 그때 집에서 구워 먹은 피자가 생각날 때면 아이와 함께 피자 도우를 직접 반죽해 한 번씩 피자를 구워 먹는다. 그 요상한 색깔의 초록 피자 같은 맛은 안 나지만 말이다.



집에서 만든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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