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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터진새우 Oct 27. 2024

가난해지는 삶

은행은 보관만 한다.

"고객님, 이렇게 두시면 1년이고 2년이고 원금 그대로예요." 


 인터넷뱅킹이 잘 되지 않아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들은 말이다. 그 순간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은행에 넣어두면 당연히 이자가 붙을 거라 믿고 있었는데, 어쩌면 몇십 년 뒤에도 내 돈은 그대로일 거라는 불안이 스쳐 지나갔다. 은행 앱으로 몇 번이나 잔액을 확인해 봐도, 그 오랜 시간 내 돈은 꼼짝 않고 있었다.


 "연 3% 라도 늘고 있는 게 아니었어?"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때까지 돈을 버는 것만 신경 쓰고, 불리는 법에 대해선 무지했던 것이다. 은행 창구 직원의 표정이 떠올랐다. 매장에서 작업을 하다 온 지친 모습 그대로 허름한 나, 1억 원이 넘는 계좌를 아무런 금융 지식 없이 덩그러니 방치했던 나. 얼마나 어리숙하게 보였을까. 부끄러운 감정이 다시 밀려온다.


 그래 그럴만했다. 스스로가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그동안 경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만 다짐했을 뿐, 무언갈 찾아보거나 이렇다 할 행동을 한 것은 딱히 없다. 이렇게나 쉽게 경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말이다. 그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본 소득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부러워했다. 어쩌면 시샘했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시간 동안, 조금씩 난 가난해지고 있었다. 자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긴 시간을 일했기에 더 벌었던 것뿐이지, 모아둔 자산의 가치는 날마다 소리 없이 깎여 나가고 있었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요즘 빠르게 눈을 뜬 청년들은 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재테크를 공부하고 조금씩 적립한다고 한다. 뒤늦게 알아챈 내 인생의 시간이 이미 많이 흘렀으나, 남은 시간이 더 많다고 믿는다. 5060에 은퇴하고 재테크를 시작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니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일 것이다. 더 이상은 가난해지지 말자. 지나간 시간은 그만 생각하자. 그럼 결국엔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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