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일구고 나서 실패를 하였을 때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개발을 할 줄 몰라서' '영업이 잘 안돼서' '마케팅이 부족해서' 등 여러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항상 '무엇을 어떻게 더 잘해야 할까"가 따라다녔다. 때로는 '돈이 없어서' '사람을 잘못 믿어서' '인맥이 없어서'와 같은 외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마치 나의 무너짐이 내 잘못이 아닌냥 그렇게 위안을 삼은 적도 있었고,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할 줄 몰라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와 같이 겸손을 표현하며 동정 섞인 손가락질을 기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는 부족한 역량을 메우기 위해 '내가 몰랐던 직무와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뒤적거리며, 공부를 하며, 전문가가 되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기획자 출신의 어느 대표는 개발 공부를 하고 계시고, 엔지니어 출신의 어느 대표는 마케팅 공부를 하고 계시더라. 나도 은근 뒤쳐지기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선배에게 AI 산업을 대비하여 통계학이나 경영공학 대학원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털었던 적이 있다. 그 선배 기업가는 나에게 되려 질문을 했다.
"정말 그게 맞을까?"
정답은 "아니"었다. 그리고 선배는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차라리 지금 네가 잘하는 그 무언가를 더욱 잘하도록 노력해봐"
아주 단순하지만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물론 많은 서적을 읽고, 많은 교육을 들으면 사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되긴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또한 매번 사업을 추진하며 나중에 받아들이기 시작한 그러한 지식들이 실제 현장에 접목시켰던 경우는 거의 없는 듯했다. 그렇게 아무리 부족한 분야를 터득하려고 해보았자 그 분야의 노동자가 될 뿐 그 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지식을 쌓는 것과 수많은 연구와 경험으로 안목이 생기는 것은 다른 접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만 가득 쌓는다고 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컨트롤하거나 진두지휘를 하려 한다면 오히려 올바른 결정과 전략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대표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독서(습득)라는 것에 변함이 없다. 특정 분야를 할 줄 몰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는 있고, 어떤 목적으로 일을 하는지는 알아두는 것은 필요하다. 전문가들을 통해 간접적 경험을 얻고, 다양한 전문가(팀원)들과 보다 넓은 사고력으로 대화를 이끌어내어 더욱 좋은 아이디어와 전략을 그들로부터 끄집어내게 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지 굳이 애써 어설픈 노동을 하려고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세금계산서를 끊을 줄 몰라도 세금을 줄이는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애널리틱스를 다룰 줄 몰라도 언제 어떻게 투입하여 무엇을 도출해보는 것이 좋을 것인지와 같은 자세 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조금 내려둘 필요는 있다.
만약 '나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요'라고 한다면 하나의 분야에 전문가가 될지 말지는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당신이 훌륭한 엔지니어라면 기술 개발자들은 그들의 고충을 잘 헤아려주는 당신을 지지할 것이고, 훌륭한 기획자라면 의사결정에 보다 힘이 실릴 것이며, 훌륭한 마케터라면 팀원들은 우리 회사에 합류한 사실을 뿌듯해할 것이다.
만약 대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잘하려 한다면 회사는 올바른 성장이 일어날까?
아니, 팀원들은 자기를 무시한다고 느끼며 어설픈 당신을 남긴 채 떠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회사는 대표자의 역량까지만 성장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