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호 Aug 07. 2016

창업 후 각종 모임을 우선순위에 두지말아야 하는 이유

초기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커다란 플랫폼에 들어오게 되면서 가장 착각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각종 행사나 포럼, 모임에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모임이 신기하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든 나 자신이 어렵게 선택한 스타트업의 도전인데 반해 주변 혹은 가족의 시선으로는 이해 받지 못하였지만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서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도전자들이 함께 모여있는 것 자체만으로 큰 위로와 안도감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순은 스타트업의 대표자로써 바라보는 동일한 시각과 시야에 종속이라는 마법에 걸려버릴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사나 모임에 가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각종 분야의 뛰어난 사람들이 명함을 주고 받고, 유명한 기업의 스피치를 경청할 수 있고, 공개 IR을 지켜볼 수 있으며, 투자자나 좋은 인맥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러나 1~2년 미만의 창업가라면 1~2회 참석이 적당합니다.


열심히 쫒아 다니다 보면 성과는 있더군요. 필자 또한 온갖 공개 모임을 비롯, 가끔은 비공개 포럼에 초청되어 근사한 식사 대접을 받으며 퀄리티 있는 모임에도 나가볼 수 있었고, 수 많은 행사에서 찌라시처럼 명함도 돌려보았고, 오픈 IR에서 결승에 올라 두어번 공개 IR을 진행해보기도 하였고, 몇몇 투자자들과의 관계성도 맺어보고, 유명 멘토나 엔젤협회 회장님들도 제법 대면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지대한 착각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왠지 조금만 더 활동하면 이 업계에서 인지도도 올라갈 것 같고,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도 같고, 그러한 성과에 나의 훌륭한 아이템 또한 곧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한 1년 정도를 쫒아 다녀보니 조금씩 깨닫게 되더군요. 


공개 IR, 나도 한번 해보는 것이 좋을까?

만약, 내 아이디어의 사업계획서를 모든 이들에게 공개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 시선에서 피드백을 얻고자 한다면 한 번쯤 진행해보아도 괜찮습니다. 허나 실제로 공개 IR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제시하는 IR은 90% 이상 투자사업계획이 아닌 일반 사업계획서의 형태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원천 수준의 기술력 혹은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기업이라면 제시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현저히 떨어지거니와 그렇기 때문에 숫자적 자료보단 틈새 시장 범위와 짱짱한 창업멤버들의 팀웍을 강점으로 내세워 회사를 어필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핵심적인 숫자를 제시할 수 있다하더라도 공개 석상에서 대외비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오픈하기가 매우 어렵지요.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인 IR은 공개석상에서 절대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적으며, 고만고만한 수준의 초기 창업가들이 제시하는 발표는 나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게 진짜 사실입니다. (아마도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이라면 "이 문서는 일반 사업계획서의 성격에 머물러있다"라는 공개 피드백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공개 IR로 인해 일부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얼굴을 좀 더 깊숙히 넣어 살펴보자면 1) 정부 혹은 기업의 주관하에 꼭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약속이 되어있는 행사 2) 창업자의 기존 사업 성공 경험이나 탄탄한 사업적 레퍼런스 3) 고학력자들로 이루어진 팀 멤버 구성과 팀의 신뢰성 4) VC 기업의 특성 상 지금 투자가 어디에서든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타이밍적으로 유리한 행운 등의 요소가 작용되어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초기 기업일 수록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 공개석상에서 벌어지는 IR을 기준으로 우리 회사도 그정도 수준의 자료를 만든다면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데, 실제로 제대로 된 IR의 연습이나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죠. 어떤 투자를 유치할 거냐에 따라 투자사업계획서의 아젠다나 방향성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IR를 원한다면 차라리 행사장 보다는 스킬 증진 및 사례의 목적으로 소액의 비용이 들지라도 컨설팅을 통해 제대로된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더 도움되리라 사료됩니다. 더 나아가 투자를 계획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의 불확실성만 강조하는 꼴이지요. (조만간 스터디 차원에서 당사의 IR INDEX를 살짝 공개해보고자 합니다.) 


그들이 우러러보는 유명 스타트업 CEO가 되고 싶다.

속마음 그대로 표현하자면 가장 의미없고 가장 창업가의 구실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이 실무보다 모임을 중시하여 점점 더 모임에 아는 사람들을 넓혀가고, 모임 속에서 영향력과 인지도가 생겨날 수록 그 욕심은 늘어납니다. 아니, 사업의 초점이 옆으로 새어나간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군요. 욕심은 넓고 넓게 퍼져 각 창업 기관, 정부 기관에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국책과제 심사위원들과의 만남과 투자자들에 얼굴 도장이 찍혀나갑니다. 그들이 우리 기업의 안위를 물어봐주고, 여유있는 미소로 나에게 농담을 건네면 마치 이 공간에서 내가 잘나가 보이는 듯한 착각으로 어깨가 들썩거리죠. 실상은 예비군 1년차나 4년차나 똑같은 예비군인 것과 같은데 말이죠. 필자도 그랬고, 제 주변들도 그랬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번 심사에서 떨어졌지? 도대체 낼가 뭘 더 얼마나 잘보여야 하는거지?" 이는 강남에서 주최된 스타트업 CEO 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취기 오른 한 대표의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서비스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기업이었죠. 안타깝기 그지없었죠. 벌써 한 2년전 즈음 이야기군요. 그 회사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한 기업의 수장이라면 이제는 내가 아닌 우리 직원들의 인생, 직원들이 책임지고 있는 각자의 가정과 삶, 그리고 우리 서비스(혹은 제품)을 사랑해 줄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것인지, 또 그들은 지금 무엇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는지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1차적 고민이자 근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껍데기가 아무리 휘황찬란해도 속이 썪어가는 혹은 질소과자 마냥 속이 텅텅 빈 기업은 의외로 많습니다. "대표자니까 이래도 돼" 가 아닌 "대표자로써 모든 것을 꿰뚫으며 그 굳건한 중심에서 영향력을 펼쳐내는 것"이 제대로된 기업의 아이덴티티와 대표자의 브랜딩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 밖에도 창업가분들은 잘 아실테지만,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관계는 Give & Take 에서 출발합니다. 모임이나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적으로 부탁하거나 일방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려고 해서는 모임의 의미(투자 대비 성과)가 없다는 말입니다. 일단 그곳에 오는 사람들은 무엇가를 주기보다 얻으로 오는 집단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명함 하나 내미는것이 중요합니다? 아니죠. 내가 제조업인데, 제조업에 관심있는 투자자만 오라는 법은 없습니다. 또한 투자자들도 잠깐의 소개에 관심있는 데이터로 미팅을 이끌어내지 않는 이상 명함 하나로 연락을 기다리는 것은 더더욱 의미가 없죠. 잘 관찰해보면 소위 이름있는 기업들은 모임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다른 말로 초기 기업들끼리 교류 해보아봤자 더 나은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적다는 말입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고객 영업이 더 나은 시간적 투자라고 느끼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 행사 들은 꾸준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모임을 주관하고 주최하는 기관들이 모임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에서 과연 모집 타겟(창업자 유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지요. 물론 장점도 많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나열해보았습니다. 창업가가 된 이상 1분 1초가 금이고, 그 시간은 더 이상 나의 자유가 아닙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시간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의 시작, 허나 끝은 어디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