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 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그때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히 모임에서 알게 된 한 대표님이 계셨는데, 주변에서는 그 대표님을 굉장히 어려워하며 존경스러워하는 일관적인 태도들이 보였습니다. 저 또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고 자연스레 그분을 멘토로 삼기로 하였었죠. 다른 분들이 왜 그렇게 예를 갖추었는지는 후에 알게 되었는데, 겸손하셨지만 답변속에 묻어나는 진지하고도 화려했던 경험은 물론 현 사업에서도 이미 연 매출 100억 가까이를 달성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다양한 조언을 들었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점차 시간이 흐르고, 사업의 경험과 연륜이 저에게도 생겨나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멘토분이 했던 이야기와 결과가 다른데?"
저에게는 몇 가지의 잘못(혹은 어리석음)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치 남들이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뛰어난 미인과 연애를 시작했을 때와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멘토님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나의 사무실에 내방하여 격려를 해주고, SNS에서 나를 태그 해줌으로써 "나는 이러한 분께 케어를 받는 멘티"라고 티를 내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일상 속을 찬양하기 바쁩니다. 나에 대한 열정적 신뢰가 깨어지지 않았으면 하였죠. 그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입니까.
문제가 생기면 달려갔습니다. 언제든 도움을 주시기로 하였으니까요. 그러나 내가 직면한 문제의 근원을 모르는 상황일 텐데도 불구하고, 특정한 해결책을 제시하여 줍니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지금 당면한 문제만을 해결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아직 잘 모를 때입니다. 과거(근원)를 알고 이 결정으로 하여금 발생할 미래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선배님이시니까 맹목적으로 믿고 따릅니다.
사람의 심리가 어쩔 수 없습니다. 멘토라는 직무가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이라고들 생각해왔고, 정부에서 활동하는 멘토들은 대부분 투자자들로 구성되어있거나 기관 멘토일지라도 성공적 EXIT 경험이 있는 사업가들이기에 엑셀러레이터 활동을 하고 계시는 멘토분들도 상당합니다. (실제로 위 소속 멘토들 대부분 투자에 밀접한 것이 사실이기에) 해서 왠지 잘만 찍혀놓으면 투자를 기대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일부 사업을 살짝 수정해나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실수는 저의 잘못된 이해와 사고방식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사업적 분야에서 멘토를 잠재적 투자자 혹은 컨설턴트로 착각
사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맹신했던 멘토의 말을 들고 실천했을 뿐인데 실패를 했다는 둥, 어려울 때 도와주지 않아서 실패했다는 둥과 같이 말입니다. 이는 사실 멘티에게 잘못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례로 영업을 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소개 좀 받으려고 연락,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이걸 좀 봐줬으면 하는 바람 등 '경험담을 전달받는 와중에 호의로 제안을 받는 것'과 '내가 먼저 특정한 이익을 위해 제의를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형을 타겟으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좀비 멘토의 출현
실제로 정부가 제공하는 멘토 멘티 국책 사업은 아예 '멘티가 멘토에게 기댈 수 있는 창구'를 제시해버립니다. 국가는 '멘토'에게 컨설팅 비용을 제공하고 '멘티'는 당당히 해결책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기에 때로는 '멘토'의 기준은 사업의 경력이 없는 컨설팅 회사가 배정되기도 하며, 마케팅 회사가 배정되기도 합니다. 결국 항상 약점을 가진 멘티(스타트업 대표)들은 멘토라는 명목 하에 무한한 신뢰에 빠져들어 적절한 부분에서 '금전'과 '결과'라는 거래가 발생되어 버리는 것이죠. 무엇이 먼저 잘못되었다고 하기가 애매합니다.
따라서, 제가 생각할 때 우리의 사업적 멘토는 그렇습니다.
꼭 무엇인가 그들로부터 나의 임무를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아닌 회계, 세무, 법률, 마케팅, 개발, 기획, 전략 등
사업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전문적 지식을 조언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
똑같은 사례의 선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선배들
로써 그들 간의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며,
내가 가진 나만의 경험이나 지적 재산을 제공
할 수 있음으로써 선의의 Give & Take 가 형성되는 쌍방향 인터렉티브 관계는 어떨까 말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멘토에게 접근하면 실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사업으로 일어나는 행동과 결과는 계산 논리(Computational Tree Logic)와 같이 어떠한 특정 상태에서 전개한 결과가 동일한 논리적 구조로 명시되기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갈증을 달래줄 수분은 멘토로부터, 그 수분을 흡수하는 줄기는 멘티가 되어 본인만의 완연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서로의 역할임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자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어 나간다면 보다 건전한 멘토와 멘티의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