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실패를 종용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기 기업일수록 왜 Risk Management 역량에 관심이 필요한 것인지를 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창업 이론/실무 교육을 들었던 시간을 따지고 보자면 한 1,000시간은 족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혹은 부족한) 주제가 있었는지를 누군가 여쭈어 본다면 저는 단연코 "리스크 관리"라고 할 것이며, 가장 필요한 사전 교육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실패 사례와 어떠한 의사결정에 앞선 리스크 예측(발굴)"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사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중견기업 이상에서 신사업 등을 추진할 때 이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CRO(Chief Risk Officer)와 같은 직무나 별도의 특정 위험 감지 전담부서는 종종 금융기관이나 제약사 등 비교적 자금(비용) 관리에 밀접한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말이지요.
초기 기업에선 어떤가요? 제가 경험했고, 마주했던 다양한 초기 기업들 역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보다는 실행하고 일어난 일에 대하여 재빨리 수습하는 방식이 익숙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대적인 사실로써 사전의 리스크 감지는 린스타트업이나 에자일과 같은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매우 상의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건물을 지어 세입자를 받을 때 세입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도배나 벽지를 바꾸어 주는 것과 건물의 하자로 기초공사를 새로 지어주어야 하는 것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나의 예상 리스크를 발견하였을 때 1%의 실패율이 줄어든다
따라서 우리는 초기 기업임을 감안하여 체계적인 프로세스로 숫자를 뒤집어 살펴보는 리스크 관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보다 경영(의사결정)에 초점을 둔 사업 전반의 로드맵에 대한 사전 문제점을 끊임없이 던지자는 말입니다.
2015년도에 발행된 LG 경제연구소의 Risk Management [미래지향적인 의사결정, 직관에 대한 경계와 의심부터]에 대한 글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미래의 시장과 소비자를 주도할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직관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 직관은 과거의 경험 법칙에서 나올 수도 있고, 인지적 오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의 직관부터 의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이미 전 부서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개발 파트에서는 서버 관리를 하며 보안/해킹/네트워크 장애 감시와 같은 임무를, 기획 파트에서는 수시로 설문조사/사용성 조사/리뷰 관리로 고객의 보이스 체크를, 영업팀에서는 고객사들의 슈퍼바이징(Supervising)의 임무와 같이 말입니다.
그러나 경영이라는 파트에 있어서 의사결정 시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전의 리스크 대비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끊임없는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정부과제의 몇 십장 짜리 사업계획서보다 더욱 자신 있는 것이 바로 심의 발표입니다. 이때 핵심 포인트는 10분간의 사업 설명보다 5분간의 질의응답이 승패를 좌우합니다. 이때의 전략은 1) 미리 예상되는 모든 질문을 나열하고, 2) 가장 매력적인 질문을 선별한 뒤, 3) 10분간의 발표에서 그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명을 하고, 4) 예상했던 질문이 나오면 유창한 답변을 내어 놓거나, 5) 혹은 원하는 질문이 끝내 나오지 않았을 때 마지막 10초에 핵심을 어필하는 포인트로 발표를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업 과제뿐만 아니 경진대회나 학교 수업, 면접 인터뷰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지요.)
즉, 하나의 질문을 놓고 다양한 답변을 꺼내어 조각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경영전략회의 시간에 다음과 같은 주제 혹은 지시가 발생하였습니다. "올해 신규 서비스를 하나 더 출시해보자" 직원들 혹은 팀원들은 이미 과중된 업무에 얼굴이 붉그락 합니다. 경영자는 대부분 "왜"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무자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는 경영자가 직접 얻은 통찰로 직원(팀원)들의 공감을 사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전달하는 것은 가장 베스트 일 것입니다.
현황
지금 현재 경쟁사들 대비 우리는 시장의 어느 포지션에 위치해 있는지
경쟁사들은 어떠한 컨셉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우리와 다른지)
비어있는 포지션은 없는지 혹은 우리의 장점으로 틈새가 있어 보이는지
우리의 특장점과 맥락이 같은 모델이라면 그 산업의 성공사례가 있으며 무엇이 다른지
신규 아이템의 기존 산업에 pain point는 어디가 있으며 우리는 잘 알고 있는지
자원
로드맵 상 여유 자원이 있는지
인력이 없다면 얼마나 채용하여야 하는지
공간과 자금은 얼마가 더 필요한지
비용과 수익
고정비용이 얼마나 증가하게 되는 것인지
증가된 고정비용은 이익률과 매출액에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게 되는 것인지
자금 차입은 가능한 것인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시적 검토는 되어 있는지
등 이러한 요소들을 잘 정리하다 보면 "신규 서비스"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아닌,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언제, 무엇을 먼저 어떻게 진입해야 하는지의 시점이 도출됩니다. 그리고 이것을 토대로 실행할 수 있는 본격적인 전략 회의를 시작하는 것이죠.
그래프를 볼까요. 가능성과 비용이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일정 자금을 들여 시작을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예산을 미리 수립할 수도 있으며, 실제 사업의 진입까지 보다 안정적이게 비용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공의 초점보다 최소한의 실패를 유도한다면 10%의 실패율이 줄어든다
중견/대기업은 사실 리스크를 짊어지어도 회생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만, 초기 기업의 성급한 결정은 자칫 자살과 다름없는 결정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무너져내려 버린 후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었다'고 하는 말은 사실입니다. 의사결정에서 보다 신중한 의사를 결정하였을 때 모든 직무는 제 자리를 찾고, 올바른 방향에서만이 속도가 빛을 바랄 수 있습니다.
시작은 성공의 반이라면, 이제 이 50%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다수가 실패를 직면하는 이 순간에서 먼 미래의 성공이라는 희망보다 아주 자잘한 시도로 경험을 축적하고, 보다 화끈한 결정에서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에 다가가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되리라 사료됩니다.
며칠 전 HR 세미나의 서두에 이런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축록자불견산 합금자불견인(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 즉,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움키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긍정적인 시각과 빠른 추진력도 좋지만 주변을 경계할 줄 모르는 독단적 결정은 자칫 암흑 속에 나의 조직만 홀로 남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