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가상의 계급을 부여하고 계급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땅의 개수(총 자산)를 통해 주사위를 굴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변화가 계급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실험하는 게임이 진행되었습니다. 과연 잉여세금의 무상 배분 지급(기본 소득)은 서로 다른 계급층에 있는 이들의 삶이 보다 평등하며 희망을 품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일까.
이 게임은 단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사회 계급론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하여 대한민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정책적 시도와 결과를 게임에 투영하여 시작점부터 다른 각 계층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함에 있었습니다.
게임의 룰에서 그들은 모든 계급이 벌어들인 소득의 1/3을 국고(게임판)에 납부하고, 모든 국민(참가자)에게 공정하게 세금을 돌려주는 (핀란드의 실업 수당이나 성남시의 청년 배당과 같은 기본소득 배분의 성격) 형태를 게임 속에서 이행하며 짧은 토론을 나눕니다. 그중 두 명의 국회의원 참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어떤 일정 단계 수준에 올라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돈이 또 필요하거든요"
"최근 3년 동안 창조경제를 위해 많은 지원을 했지만 그것이 어떤 큰 성공을 유도하지는 못했거든요. 다만 청년들의 불안감 해소라는 측면에서 기본소득은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저는 이 국가 경제적 불평등에 관련한 기본 소득의 이야기가 창업의 현주소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본 소득 배분이 반대되는 입장 중 하나는 노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부여되는 형평성 불균형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또한 기본 소득이 공평하게 배분된다면 그 누가 더럽고 힘든 일을 맡아서 하게 될 것인가의 말에도 공감을 합니다. 다시 말해 이는 창업(사업의 시작 단계)에서도 유관되어 진다고 봅니다. 정부과제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발언들처럼 받고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창업가들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본 소득과 비슷한 정부의 지원사업이 노동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시작점부터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제가 비유하는 기본 소득은 국가의 지원사업(갚지 않아도 되는 무상의 창업 지원금으로 적게는 2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지원사업금)을 의미합니다.
첫 째,
사업의 초기 형태부터 정부지원자금을 찾는 예비 창업가는 자본금이 부족하거나(기본 자본금에 훨씬 못 미치는) 혹은 충분한 자본금이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창업가는 지원자금을 받기 전보다 받고 나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무상 자금 사용처는 각 항목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제 사업을 진행하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긴급한 자금이나 본인의 생활에 관련된 비용은 부족하기에 추가적인 대출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사업 3년 차 사채까지 이어져 파산 신고까지 한 사례도 있습니다.
둘째,
처음부터 이러한 지원사업에 의지하게 된다면 위기가 찾아왔을 때 자생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회적 면역력. 즉, 경쟁의 한계에 쉽게 봉착하게 됩니다. 기댈 곳이 있었기에 또 다른 기댈 곳을 찾게 되는 현상 말입니다. 마케팅에 봉착하면 마케팅 지원사업을 모색하고, 지원자금이 떨어지면 R&D 자금을 모색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지원사업의 활용은 자금조달 계획상 사업의 전략에서 한계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내적 가치의 필수 필요 항목으로 작용하지만, 이는 사업의 성과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자금은 단일성 항목으로 당해 수익적 측면으로 잡아봤자 내년도 재무 실적에는 그 공백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며, 근본은 자생이 아닌 타생이기에 연속적인 지원사업으로 연명해나가는 좀비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의 연혁을 보면 이러한 지원사업이 대체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외부자들의 시선엔 그리 달갑지 않는 정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더불어 내 자본금은 보유한 채 나의 리스크는 줄이고 남의 세금으로 충당하여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저 또한 지난 10년간 내/외부로부터 정부과제로 받은 총 사업 지원자금은 약 5억 원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에 멘토링, 컨설팅, 마케팅 등 현물적 지원까지 합산하면 그 이상은 될 것입니다. (현물 지원이란 무상으로 혜택을 받되 그 비용은 정부에서 대리 부담하는 사업) 그러나 전략적인 접근을 하지 못한다면 (사업 초반부터 받기 시작한다면) 향후 제대로 기회가 찾아왔을 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자금조달의 흐름이 막히는 사태를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역시 외부의 누군가가 보았을 때 자기 리스크는 짊어지지 않고, 언제든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타인자본에 의지한 기업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넷째,
기본 소득의 취지는 필요한 항목에 소비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이라면 기본 소비를 유도하여 보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에서는 필요한 항목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이기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더이상 원하지 않아도 자금을 제공하는 곳이 원하는 사업 방향 전개 또는 자금을 사용하겠다고 약속한 계획서대로 사업 방향을 맞추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주객전도 된 사태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혹독한 책임과 대가, 곧 사업으로 직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위험성을 내걸고 성공의 희망을 품고서 오늘 하루도 수 십개의 신생 창업팀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결국 어떠한 것도 풍족하지 못한 가난한 창업가들은 어쩔수없이 기본 소득(지원사업)에 목 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헌데 승승장구 잘 나가는 기업들을 한 번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유학파들이 즐비합니다. 곳간에 저장되어 있는 예비비(용도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리 지출로 계상해놓은 비상자금)의 폭이 다를 것이라는 짐작은 해볼 수 있겠지요. 그저 표면적인 사실이 그렇다는 것 일 뿐입니다.
어쨌거나 이 글을 통해 변화무쌍한 새로운 제도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의 지원제도를 거절하자는 의도도 아닙니다. 단지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과 공짜로 받기엔 그 대가가 출발선이 다른 자들에 비해 혹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함입니다.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창업가는 대부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던 몰빵형 사업임을 많이 보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러분들은 다시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계획서 하나로 정부지원사업 선정에 펄쩍 뛰고 있을 예비 창업가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더 이상 이러한 위험성을 묵인할 수 없어 '정부과제 잘 받는 방법'과 같은 사설 컨설팅 행위를 중단한지도 오래입니다. 우리는 모든 측면에서 부족하고 가난한 창업가 입니다. 그렇지만 고작 몇 천만원 종잣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영속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 성공할 것이란 희망에도 완전히 올인하면 안될 것입니다. 이런 실태에 기업가정신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닙니다.
무엇이 보다 공평한 배분이 될까요. 결론은 다시 사업의 본질로 귀결되고, 지원자금의 사용방법에 제대로 된 고찰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이 순환구조는 앞으로도 여러분의 후배창업자들에게 계속하여 반복될 것입니다.
방안이라고 한다면 부디 지금보다 단계적 목표를 낮추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