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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Nov 29. 2016

스타트업 번아웃은 팀원이 아닌 팀장급에게 온다는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번아웃(Burnout Syndrome)은 일반적으로 직장인(대게 직장인 번아웃 증후군)들에게 비추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러나 고강도의 업무가 주어지는 (단기간의 높은 목표와 시장 선점이라는 족쇄) 환경 속에서는 사실 팀원보다 팀장급 이상의 중간 레벨 이상자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특정한 임무에 완전히 몰두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상태에 도달하게 만들어 끝내 무기력함을 선물해주는 이러한 번아웃은 시간을 통제하지 못할 수준의 업무량이나 한정된 자원만큼 한정된 시간의 압박감에 쫓기는 스타트업 대표자 이하 중간 관리자급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더욱 비참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대게 직장인으로서 혹은 팀원으로써 번아웃의 탈출이라고 한다면 극단적으로 볼 때 기존 조직으로부터의 이탈이나 나의 삶으로부터 일을 잠시 멀리하게 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만에 하나 회사의 성장에 따라 나의 미래 가치가 약속되어 있는 관계라면 또는 당신이 스타트업의 한 대표자라면 오로지 그 중압감을 오로지 몸뚱이 하나로 굳건히 버티고 막아서야 한다는 것임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하려면 누구보다 건강관리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말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사업은 장기전이지만 다른 말로 수시로 닥쳐오는 번아웃에 스스로가 무덤덤하게 대처 및 대응하기 위함이지요. 특히 초기 기업의 설립자는 번아웃(정신적 탈진)이 수시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믿었던 핵심 멤버 혹은 공동창업자의 이탈 (최소 한 번 이상의 경험) 

그로 인한 마일스톤의 붕괴와 전면 계획 수정

그로 인한 팀원들의 스케줄 압박과 부탁 (내 책임이라는 심리적 부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줄줄이 이어지는 퇴사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

복지를 만들자니 현금은 새어나가고, 복지가 없자니 내세울 게 없고 

일은 일대로 쌓여가는데 통장의 잔고는 비워져 나가고

통장은 비어져가는데 곳간은 다시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취미를 가지고 싶지만 회사의 수명(또는 눈 앞의 KPI)이 나를 옥죄이고

당장 다음 달 직원들 급여가 빠져나갈 생각에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하면 할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것만 같고

참다 참다 모두에게 한 마디라도 할 새라면 권위적인 모습이라며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고 

이제는 새벽에 이메일을 주고받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눈이 피로하고, 힘이 빠지고, 어깨가 결리는 것을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라고 자기 위로를 합니다.

하소연하고 싶어도 누굴 만나면 일, 일, 일 이야기뿐

잠은 들지 않고, 눈을 감으면 여기서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수 백번 반복할 뿐


이 모든 증상은 멘붕에 번아웃이 더해져 감정에 교차되는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그나마 공동 창업자가 있으면 다행입니다. 그가 내 적이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혹자는 그러겠지요. 전부 자기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그러나 회사의 설립이라는 것은 설립 시작부터 사회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이 함께 발생합니다. 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목표, 같이 일하는 식구도 나의 식구요, 그들의 삶도 함께 책임져야 할 도의적 의무 말입니다. 


벗어날 방법이 도무지 없는 지독한 번아웃입니다. 이처럼 사실 대표자는 말 못 하는 동물과도 다름없습니다. 만약 팀장이나 부서장과 같이 중간 레벨에 종속되어 있는 자는 더욱 그 압박은 심할 것입니다. 실적에 모잘라 위아래 눈치라는 항목이 추가되는 것이지요. 특히 경력직들이 적은 초기 기업은 그만큼 신입의 비중이 높은데, 이들은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여 냉철한 판단과 따가운 질책을 변심이라 받아들이며, 그 단편적 모습만을 통해 자신의 성격으로 흡수하거나 심할 경우 회사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나 이러한 외로움을 이해하고 헤아려 줄 수 있는 기대는 애당초 없애버리는 게 본인을 위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번아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아시잖아요. 그건 누가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이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유일합니다. 그에 반해 저는 최대한 공유하고, 권고하고, 권장하려 합니다. 마음의 무게를 꺼내어 함께 나누는 순간만으로 상대는 모를지언정 나의 부담감은 덜어냅니다. 상사가 아닌 동료로서 말이지요.


만약 팀원의 입장이라면 팀장의 한 숨을 한 번쯤은 유머러스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간에 발생되는 번아웃의 극복은 취미를 가지고 신경을 어디에 돌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타트업이기에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 즉, 배제되어 있던 동료애의 부재를 서로 매꾸어 주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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