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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열곳 Dec 09. 2021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BY 이동규 / 겸손 / 교보문고 문구 / 언제나 갑 일 수 없다

신논현역에서 내려 강남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교보문고 건물에 큰 문구 간판이 걸려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워낙 글씨 크기가 크다 보니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읽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문구가 인상 깊어 여러 차례 읽고 마음에 되새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 지나가면서 보게 된 문구는 인상에 깊어 사진으로 남겨 두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문구는 바로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이동규 │겸손


입니다.


최근에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흔히 말하는 진상 고객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는 후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그 후배 직원은 팀 내에서 가장 친절하게 화주 응대를 하는 직원입니다. 전화 예절도 뛰어나며 화주의 어떠한 컴플레인이나 화에도 부드럽게 대답하며 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이 처음으로 전화 통화 중에 갑자기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른 후 마음을 가다듬고 화주 분과 이야기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구나.. 그래서 퇴근 후 지하철을 타러 같이 걸어가면서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요. 


얘기를 들으면서 강남역 대로 길을 걸어가는데 하필이면 딱 교보문고 문구에 저 글이 보였습니다. 그 화주분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 대신해주는 거 같았습니다. 갑질, 갑과의 을 관계가 줄어들었다 없어졌다고 하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아직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갑..으로 상대를 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회사의 대표일수록, 이 일을 한지 오래되셨을수록 거래처를 대할 때 이런 말만 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무언가를 더 해주는 것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 갑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업종, 업무에 따라 누군가에게 나는 갑일 될 수도 있고 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곧, 모두가 다 동일한 입장입니다. 언젠가는 나도 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할 수 없습니다. 겸손은 입장을 바꿔 생각할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저를 포함, 을의 입장에서 듣기 싫은 멘트와 그 멘트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속마음과 갑에게 바라는 점들을 적어 볼까 합니다.


♨ 열 받게 만드는 Comment ♨

Ⅰ벨이 울려 전화를 받자 바로 "어, *** *** 이거 확인 좀 해줘"라며 누군지도 안 밝히고 반말로 용건을 말하기 시작할 때

Ⅱ "다른 대는 다 해주는데 여기는 왜 안돼"라며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Ⅲ 오후 5시 50분에 전화해서 "~ 확인 좀 해서 메일로 보내줘요"라고 할 때

Ⅳ 목소리 쫙 깔고 존댓말은 쓰는데 성의 없이 "네" "네 그래서요" "네 말씀하세요" 라며 귀찮은 티 팍팍 낼 때

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전화해서 "~~ 확인 좀 해주세요"라고 할 때 (긴급한 경우 제외)


'속마음인데 들리길 '

Ⅰ 아... 예의가 없구나. 개념이 없나. 전화 예절을 못 배웠나 봐. 

Ⅱ 그럼.. 다른데 쓰세요. 왜 나한테... 그래..

Ⅲ 내가 지금 메일 보내도 넌 퇴근하고 내일 출근해서 볼 거잖아. 급하게 아니면 꼭 이 시간에 전화해서 요청해야겠니? 5시 반에라도 전화해주면 안 되겠니?

Ⅳ 너만 일하기 싫은 거 아니고 나도 일하기 싫거든 그렇게 티 내지 말아 줄래

Ⅴ 점심시간인 거, 퇴근 시간 지난 거 알면서 전화는 왜 하는데 급한 거 아님 메신저나 메일 보내 놓지


「 갑에게 바라는 점 」

Ⅰ 전화를 받으면 업체명이라도 알려주세요. 어디서 전화 주신 줄 알아야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로 얘기해주세요. 저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자식이에요.

Ⅱ 일개 직원인 저는 사실 결정권이 없어요. 다른 곳을 사용하시면 안 되는 사정이 있어 저희를 사용하시는 거면 비꼬지 마시고 조정을 요청해주세요.

Ⅲ 입장 바꿔서 제가 화주가 되어 당신에게 퇴근 10분 전에 전화해서 무언가를 요청한다고 생각해주세요. 한 번만 생각해주시면 돼요. 

Ⅳ 일이 많아 바빠서 힘드신 거 알아요. 그래도 문제가 없도록 진행하기 위해 체크하려고 전화드린 부분이니, 내가 담당하는 일에 문제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답해주세요. 

Ⅴ "점심시간인데 전화드려서 죄송해요"라는 말이라도 해주세요. 그래도 화가 나긴 하지만요. 점심시간과 주말은 직장인에게 중요한 시간임을 하실 거예요. 급하신 일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업무시간에 전화해주세요.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며 상대의 그날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머리만 숙이는 것이 아닌 마음의 변화로 나도 을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겸손한 사람이 되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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