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은 필요없다 / 모리 히로시
집중력은 필요없다.
요즘 같이 집중이 요구되는 시대에 저자는 집중하지 말라고 말한다. 소위 '분산사고'를 권장하고 집중하지 않는 작업방식을 이야기한다.
하루 1시간씩 작업하되 한번에 몰입하는 시간은 10분.
굳이 이렇게까지 정교한 삶을 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아무튼 작가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한번 들여다 보기로 하자. 참고로 이 책 저자는 나고야 국립대학에 근무하던 공학자 출신이며 소설가에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49살에 거의 25년 동안 몸담았던 연구직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작가라는 직업 역시 새로운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아니, 그 아이디어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작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글을 쓰는 단순한 노동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일 역시 연구자로서의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집중은 인간이 잘 하는 일이 아니다.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며 집중은 오히려 기계가 잘하는 영역이다. 그러니 집중하라는 말은 결국 기계처럼 일하라는 말과 다름 없다.
"재미있기 때문에 집중한다. 즐거워서 몰두한다. 아이들은 대체로 어른보다 솔직하기 때문에 자신의 뇌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금세 다른 데에 정신이 팔리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의 본능은 무시한 채 똑같은 것을 계속하라고, 그것이 집중이라고 가르친다."
누구나 경험하듯, 새로운 생각은 집중할 때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느긋하게 무언가 다른 걸 하고 있을 때 떠오르곤 한다.
"새로운 생각을 얻기 위해서는 집중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필요할지도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흘러 넘치는 정보 과잉의 시대. 작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재밌게도 이 책엔 인용이 전혀 없다. 정말로 하나도 없다. 신기하게도 그야말로 저자가 자기 생각만 주욱 풀어나간다. 그도 그럴 게 저자는 자료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정보가 마치 샤워기 아래 물줄기처럼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다. 강한 수압 만큼이나 엄청난 정보의 힘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는 누군가 우리에게 샤워기를 들이댔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수도꼭지를 비튼 결과다."
"무분별한 정보의 물줄기 아래에서 현명한 나의 태도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정보의 물줄기를 아예 신경 쓰지 않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샤워기의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저자는 다작이다. 출간한 작품이 200여 종이 넘는다. 분산사고를 하고 집중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다작을 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이 간단해서 오히려 맥이 빠진다. 꾸준히 책을 내는 이유는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라니.
"딱히 비결이라 할 만한 것은 없다. 직업이 글을 쓰는 것이기에 그저 집필 의뢰가 들어오면 내가 쓸 수 있는 내용을 골라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집필하고 있을 뿐이다. 꾸준히 책을 내는 이유는 한마디로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꾸준하게 의뢰받는 비결이 궁금해 질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까지 출간한 책들이 모두 나름대로 상품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저자가 '파블로프의 개'라고 부르는 방식인데, 음악을 이용해 마치 조건반사처럼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우선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다. 평소 음악을 즐기고 싶을 때는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두지만 글을 쓸 때는 다르다. 집필할 때는 이어폰을 연결해 정해둔 목록의 곡을 듣는다. 그 목록에는 LP 10장 정도의 노래가 들어 있는데 재생 목록은 늘 동일하다. 일단 목록의 음악이 재생되면 곧장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책도 그렇지만, 많은 작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우리가 밖에서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들의 생활이 상당히 규칙적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어쩌면 학생이나 회사원 생활보다 더. 고독을 즐기고 '저항'과 싸우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묵묵하게 써 나간다는 사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고 영화 '300'의 작가 스티븐 프레스필드가 ⟪최고의 나를 꺼내라!⟫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집필한 적이 거의 없다.
https://platanustree.com/books/9791158462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