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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Jul 01. 2019

페이스북 사진첩을 열면 보이는 것

모멘트, 삶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

'순간'을 창조할 수 있을까?


모멘트(moment).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순간”이 되겠지만 이 책 원서의 제목이 “The Power of Moments”라 그냥 “모멘트”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어쨌든 순간, 좀 더 정확히는 "결정적 순간" — 오래 기억되고 깊은 의미를 지닌 짧은 경험 — 은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주제.


순간은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순간들을 단순히 우연의 손에만 맡긴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칠 것인가. 29p


사실 이런 결정적 순간의 경험은 누구든 갖고 있다.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먼 곳으로 여행을 하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등등. 떠올리자면 기억할만한 순간들은 끝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그런 순간을 그저 우연의 산물, 아니면 시간이 만들어 준 선물이라 여긴다. 어느날 문득 생겨나고 마주하고 또 그렇게 지나 버리는, 길을 걷다 만나는 우연한 만남 같은.. 순.간.


그런 "순간"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 가족과 친구, 내가 속한 조직, 그리고 세상까지. 모두를 깜놀하게 만들고 어벙벙하게 하고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되게 할 그런 순간을.


히스 형제 — 이 책의 저자 칩 히스와 댄 히스는 형제 간이다 — 는 이런 결정적 순간(big moments)을 만드는 요소로 고양, 통찰, 긍지, 교감 이렇게 네 가지를 제시한다. 굳이 순간을 이렇게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자들의 생각을 한번 따라가 보자.


고양의 순간과 각본 깨트리기


고양, 영원히 간직하고픈 순간.

고양(elevation)의 순간은 영원히 간직하고픈 순간이다. 우리가 사진기를 꺼내드는 바로 그 순간.


당신이 평범한 것 이상의 무언가를 만드는 데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단순한 기준은 사람들이 사진기를 꺼내고 싶어 하느냐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면 그것은 특별한 순간이다. 우리의 본능은 특별한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이것이 바로 고양의 순간이다. 79p


고양의 순간을 만들어 내려면 몇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특히 저자들이 "각본 깨트리기"라고 소개한 부분이 인상에 남았다.


조직에 변화를 추구하고 싶다면 기존의 관행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절정의 순간을 의도적으로 창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핵심은 결국 각본을 깨트리는 데서 온다. 97p


각본을 깨뜨린다는 것은 우리가 특정 경험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나 상식을 깨트린다는 의미다. 예컨대 생일 파티는 꼭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불러야 하고 첫 만남은 격식이 있어야 하며 회의는 언제나 누군가가 주재해야 한다는 그런 격식 같은 것들. 저자들은 이런 "각본"을 깨트릴 때 고양의 순간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각본을 깨트리면 보다 풍부한 기억을 쌓을 수 있다. ⟪서프라이즈⟫의 저자들이 말했듯이, "우리는 뭔가가 확실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106p


통찰의 순간과 자기 확장


통찰, 불현듯 진실을 깨닫는 순간.


통찰(insight)의 순간은 불현듯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진실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이다.


진실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강한 일격을 맞는 것처럼 강렬하게 깨우치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그러나 내심 옳다고 알고 있었던 것을 갑작스레 인식했을 때, 그것이 바로 진실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다. 122p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진실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 수도 있고 자기 스스로를 확장하여 진실의 순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진실에 걸려 통찰의 순간을 경험하게 만드는 사례로 버지니아 대학교 마이클 파머 교수가 강좌설계강습회(Course Design Institute)에서 실행한 이른바 '포부연습'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하여 통찰의 순간까지 이르게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어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통찰의 순간에서 내게 좀 더 의미있었던 부분은 나 스스로를 통찰의 순간으로 이끄는 자기 확장에 관한 방법이었다.


자기를 '확장'한다는 것은 실패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136p


책에는 편안한 거들을 만드는 스타트업 스팽스Spanx의 창업자 블레이클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저녁 식사 대화 시간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질문 하나가 자신을 어떻게 확장하게 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뭘 하는 데 실패했니?" "우리가 대답하지 못하면 아버지는 굉장히 실망하셨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 방법은 매우 효과가 좋았죠. 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얼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중략) .. 아버지는 우리가 뭐든 시도하고 한계를 뛰어넘길 바랐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실패란 바람직한 결과를 일궈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셨죠." 151p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자기를 내던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일이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늘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안다.


멘토는 멘티를 위험에 노출시켜야 한다. 148p


긍지의 순간과 이정표 늘리기


긍지, 내가 나이길 잘했다고 믿는 순간.


긍지(pride)의 순간은 내가 나이길 잘했다고 믿는 순간이다. 고래도 춤추게 만드는 칭찬의 순간.


누구든 자기 자신을 인정 받았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러니 타인을 인정함으로써 그리고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우리는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타인을 위해 긍지의 순간을 창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들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167p


감사를 표현하는 것은 칭찬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동시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들의 기분마저 고양시키는 부메랑 효과를 지니고 있다. 178p


또한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긍지를 느낀다.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이정표를 늘리는 것도 긍지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좋은 방법이다. 이정표를 늘린다는 것은 예컨대 게임에서 단계별로 최종 공략 목표를 만들고 그 단계를 깨뜨리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큰 목표를 잘게 나눠 중간중간 세부 목표 지점에 이정표를 세워 두는 것이다.


설사 레벨 3 이후에 바이올린 배우기를 그만 둔다 해도 그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 긍지의 순간을 몇 개 간직할 수 있다. 187p


이 책에는 우리가 순간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나는 이정표를 늘리는 이 '레벨업 전략'이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교감의 순간과 의미에 연결하기


교감,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


교감(connection)의 순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혼자가 아님을 느끼는 순간.


집단에서 우리는 공유할 수 있는 의미를 만들었을 때 결정적 순간을 경험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에 결속력을 다졌다면, 그들은 함께 고난을 헤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239p


이런 교감의 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동기화 순간을 창조하고 함께 고난을 경험하며 의미에 연결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사명감을 공유하고 '오늘 우리가 아주 중요한 일을 했어!' 그 의미를 공유하라는 것.


'오늘 우리가 아주 중요한 일을 했어.' 그것이 바로 의미를 공유하는 순간이다. 개인의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아니라 보다 거대한 사명에 참여하는 데서 오는 심오하고 친밀한 교감의 순간이다. 246p


교감의 순간은 인간관계도 변화시킨다. 반드시 오랜 기간 만났다고 해서 친밀한 관계라고 말할 수 없고 교감의 순간이 만들어지면 금새라도 우리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올바른 순간을 창조할 수 있다면 관계는 그 즉시 변할 수 있다. 257p


관계는 저절로 깊어지지 않는다. 관계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상대에 반응하고 내가 먼저 취약성을 내보임으로써 깊어 질 수 있다.

어떤 때는 45분 만난 사람이 10년 만난 사람보다 더 친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교감의 순간을 창조하고 싶다면 우리는 타인에게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268p




이 책에도 나와 있듯, 종종 우리는 무언가를 몰랐을 때와 알았을 때,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때가 있다. 이른바 '통찰의 순간'을 경험하면 그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곤 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고 습관이 변하고 결국 나를 바꾼다.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다. 순간도 그런 것 같다. 순간은 그저 어디선가 불쑥불쑥 일어나는 사건인줄로만 알고 지냈을 때와 우리가 순간을 손수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그 반대로 순간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의 삶은, 우리의 행동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하루에 하나씩 순간을 만들고 순간을 느끼고 반응하고 순간을 기록하자!


책을 덮으며 문득 페이스북 사진첩을 열어 보았다. 사진과 얽힌 추억들이 떠오른다. 모두 순간들이다. 순간. 순간. 순간. 우리는 모두 순간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또한 서로에게도.  


명심하자.


당신이 용기를 낸 순간이 다른 이들의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


https://platanustree.com/books/978890122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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