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제품도 살리는 놀라운 습관의 힘
페브리즈는 망했다.
페브리즈는 방향제의 대명사다. 많은 소비자들이 '방향제' 하면 '페브리즈'를 떠올릴 정도로 익숙한 브랜드다. 그런데 이 페브리즈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최악의 실패작' 소리를 들어야 하는 운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것도 작은 기업도 아니고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 P&G에서 말이다.
원래 페브리즈는 P&G의 실험실에서 한 연구원에 의해 탈취제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수년 동안의 시장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악취를 없앨 수 있는 상품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P&G 경영진들조차 이 새로운 탈취제의 발명에 환호했다. 적절한 마케팅만 받쳐 준다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는 달랐다. 사람들이 냄새에 금방 적응한 탓이었다. 사람들은 주변 악취를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후각 특성상 아무리 강한 냄새라도 오래 맡으면 그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할 밖에.
"아, 기억나요. 그 탈취제. 글쎄 어디에 두었더라?"
"한동안 사용했지만 금방 잊어버렸어요. 여기 어딘가 둔 것 같은데."
"벽장에 두었나?"
이 때 P&G 마케팅팀은 새로운 생각을 해 낸다. 페브리즈의 신호(매일 사용하도록 유인하는 요인)가 정작 페브리즈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악취가 습관을 유발할 정도로 자주 인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페브리즈는 결국 벽장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페브리즈 연구팀에게 페브리즈의 문제는 결국 습관 형성과 관련된 문제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해야 페브리즈를 사용할 '습관'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뉴욕타임즈 기자 찰스 두히그가 쓴 책 <습관의 힘>에서는 이런 습관을 다룬다. 습관은 어떻게 형성되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습관을 만들어 내고 또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의 책은 MIT의 실험실에서 밝혀진 습관 고리(Habit Loop) 이론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MIT 연구진은 모든 습관에는 단순한 신경학적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습관 고리는 신호 - 반복 행동 - 보상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는 고리다.
이 습관 고리를 알아내면, 우리는 습관을 '정복'할 수 있다. 습관 고리, 즉 습관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보상과 신호, 그리고 습관에 따른 반복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내면 그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밤만 되면 으레 야식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행동(야식)의 습관 고리를 한번 분석해 보면, 우선 어둑어둑한 밤이 된 것이 '신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신호를 받으면 야식이라는 '반복 행동'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되고 그 결과로 어떤 '보상'(스트레스 해소? 포만감? 행복감?)이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습관 고리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리고 그 습관 고리를 조정할 수 있다면, 반복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다시 페브리즈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페브리즈 연구팀은 페브리즈를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신호를 찾던 중 페브리즈를 매일 사용한다는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었고 그녀로부터 페브리즈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해 냈다. 딱히 악취가 나지 않는데도 그녀는 페브리즈를 청소 후 마무리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향긋하지 않아요? 청소를 끝내고 페브리즈를 뿌리면 나한테 작은 선물을 주는 기분이에요."
아하! 연구팀은 페브리즈의 용도를 변경했다. 악취 제거에서 향긋한 마무리로. 광고 문안도 바꿨다. '섬유에서 악취를 제거하세요'에서 '클린 라이프를 위한 향기'로. 페브리즈를 '보상'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청소라는 반복 행동의 끝에 향긋한 냄새가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컨셉으로. 그리고 이 '깨끗하고 상쾌해서 행복한'이라는 '열망'을 부채질하는 데 모든 광고의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페브리즈는 새로운 컨셉으로 무장하고 다시 론칭되었고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동네 마트에 가면 방향제 코너에서 우리를 반기는 그 목소리. "페브리즈 하세요!~" ㅎㅎ
습관에 관한 책은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넘쳐 난다.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에 가보면 온통 습관 얘기다. 부자 습관, 공부 습관, 건강 습관, 메모 습관, 생각 습관 등등.. 아마 '습관'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 않은 책을 찾기가 더 어려울 듯 싶다. 그만큼 우리 삶에 있어 습관이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책 <습관의 힘>은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다(2012년 출간). 게다가 베스트셀러라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어 본 책일 것이다. 어쩌면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습관 책'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 이후로도 습관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이 책이 회자되는 이유는 그만큼 습관과 습관 형성 과정, 그리고 습관을 변화시키는 방법에 관해 제대로 소화시켜 소개하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저자 찰스 두히그의 '글빨'도 한몫한다.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의 탐사력과 꼼꼼한 구성, 그리고 책 전반에 녹여 넣은 다양한 사례들이 재미와 생생함을 더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개인의 습관, 기업의 습관, 사회의 습관으로 나눠 다룬다. 흔히 '습관' 하면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실은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 속에도 알게 모르게 습관이 있고 그 습관들이 많은 영역에 관여한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습관이 바뀌면 기업과 조직도 변할 수 있고 우리 공동체의 운명도 달라진다니.
누군가 내게 습관에 관한 책 한 권을 추천해 달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습관이야 말로 삶에서, 혹은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https://platanustree.com/books/9788901150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