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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Jul 15. 2019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요?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

미카일라는 성격이 명랑해서 함께 지내기에 편안한 아이였다. 한번은 바닷가로 여행을 갔는데 자동차 앞좌석에 앉아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서 햇살을 즐기면서 종알종알 소리로 "행복, 행복, 행복.."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였다.


그런데 일곱 살 무렵부터 미카일라는 점점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 하고 행동도 부쩍 느려졌다. 함께 걸을 때도 항상 뒤쳐졌다. 발이 아프고 신발이 맞지 않는다며 투덜거렸다. 어느날 아이가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어렸을 때 아빠랑 '꼬마 돼지' 노래 부르면서 발가락 장난을 치면 발이 엄청 아팠는데.

원래 그렇게 아픈 거에요?"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카일라를 동네 병원에 데려갔고 다시 아동 전문 병원으로 갔다. 딸아이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식 병명은 다관절성 소아 특발성 관절염. 무려 서른 일곱 군데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대체 하나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행복을 중얼거리던 순박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주다니!


— <12가지 인생의 법칙> 내용 중.


왜 내게 이런 일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누구나 이런 경험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혼돈은 순식간에 엄습한다. 조금 전까지만도 멀쩡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세상이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돌변한다. 주변이 온통 까맣고 나는 옴짝달싹 움직일 수 없다. 아무 일 없이 평화롭던 세상에 갑자기 불행이 찾아들고 불안과 공포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면 하늘에 대고 외칠 것이다. 왜? 왜 하필 내게 이런 불행을 주시나요?


그럴 때 우리는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고 지금껏 우리가 안다고 여겼던 게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며 인생에서 정말로 소중하고 중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조던 피터슨(이 책의 저자,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은 그 때를 위해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제시한다. 우리가 혼돈의 순간을 용기 있게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인생의 법칙들. 해서 그는 책 제목에도 '혼돈의 해독제'라는 부제를 달았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라는 제목을 결정하는 데도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많은 후보 중에서 이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단순함 때문이었다. 이 제목에는 원칙이 정리되지 않으면 카오스(혼돈)가 유혹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는 법칙과 기준, 가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마치 짐을 나르는 동물과 같다. 우리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짐을 짊어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일상과 전통도 중요하다. 그런 것이 질서다. 하지만 질서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혼돈이 우리를 덮치고, 그 결과 우리가 혼돈에 매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좁고 곧은 길을 걸어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12가지 법칙은 '그곳'에 있기 위한 지침이다. '그곳'은 혼돈과 질서의 경계선 위에 있다. — p.18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 법칙


언뜻 보기에 바로 의미가 전달되는 지침도 있고 무슨 말인지 잘 와닿지 않는 법칙도 있을 것이다. 내겐 특히 11번째 법칙과 12번째 법칙이 그랬다. 무슨 말이지? 궁금했다.


예컨대 11번째 법칙,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는 말은 당신이 보살펴야 할 사람들을 너무 완벽하게 보호하려 하지 말고 그들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라는 말이다.


그리고 12번째 법칙,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는 말은 인생이 아무리 고단하고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고.


이런 식이다.


사실 이 12가지 법칙 대부분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의미가 와닿는다. 하지만 저자는 짧게 가는 대신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하나의 법칙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아주아주 먼 길을 돈다. 예를 들면, 9번째 법칙,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는 한마디로 "경청(傾聽) 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깊은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속 공간으로 독자를 몰아 넣고 다시 빠져나와 신약과 구약을 넘나든다. (굳이 경청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 싶다)     


시쳇말로 TMI. Too Much Information! 안물안궁!!


원래 이 책은 저자가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올린 한 질문에 대한 답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쿼라에 올라온 질문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에 40개 항목의 답변을 올렸고 그 40개 목록 중 12개 항목을 엄선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쉽게도 찾아보니 저자가 쿼라에 올렸던 40개 목록 원본은 삭제되고 없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 목록 게재 이후 저자에게 무언가 '혼돈'의 시간이 있었던 듯 싶다. 하지만 40개 목록의 복사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저작권 대리인에게 법칙을 말하고 그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책을 쓰겠다고 했고, 그녀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하자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각 법칙에 관해 내가 애초 생각한 것보다 말하고 싶은 게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결코 간단하고 짤막하게 끝낼 수 없었다. — p.12


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저자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아는 게 너무 많았고 그러니 말하고 싶은 것 또한 너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이 책에서 욕심을 조금 접고 그저 '애초 생각'대로 각 법칙에 대해 짤막하게 코멘트하는 식으로만 책을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좀 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긴한 삶의 지침서'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하지만 내가 저자라도 절대 그러진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비타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먹는 순간 효과가 있고 어딘지 모르게 기분 좋은 느낌이지만 그 약효가 썩 오래가지 못하는. 그래서 효과를 보려면 계속 '복용'해야 한다. 이 책도 그렇다. 곁에 두고 비타민이 부족하다 싶을 때 한번 펼쳐 '12가지 법칙' 중에 지금 내게 와닿고 도움이 될 법한 부분을 찾아 읽어 보면 어떨까?


어쨌거나, 다행히 미카일라(앞서 소개한 저자의 딸)는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새로 소개받은 물리 치료사의 도움으로 병세가 호전되었다. 거짓말처럼 미카일라를 괴롭히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릎도 똑바로 펴졌다. 지금 미카일라는 오래 걸어도 아파하지 않는다. 맨발로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수술한 다리의 종아리 근육도 회복되었고 인공 관절로 교체한 부분도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결혼을 하고 딸도 낳았다.


아무리 안좋은 날이라도 주의를 기울이면 그런 작은 기쁨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 귀여운 여자아이가 발레복을 입고 길에서 춤추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정성껏 내린 향긋한 커피를 맛볼 수도 있다. 찾아보면 기분 좋은 행운은 얼마든지 있다. (중략)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존재의 경이로움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보상해 준다는 것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 p.488


하니,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https://platanustree.com/books/979119606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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