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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Jul 04. 2019

재밌으니까 책이다

책은 꼭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 변대원


아마 다들 그런 경험 한두 번은 있을 거에요. 누군가로부터 책을 선물로 받거나 혹은 뉴스나 블로그에 소개된 추천 도서를 읽으면서 '왜 나는 별로 재미가 없지?', '나한텐 잘 와닿지 않네!' 라고 느꼈던 경험.


이 책의 저자는 딱 잘라 말합니다.


세상의 기준은 오로지 나, 재미없는 책은 이제 그만 덮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오래 만날 이유가 없듯이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책과 오래 씨름할 겨를이 없다구요. 아무리 남들이 좋다고 해도 내가 아니면 과감히 책을 덮고 나에게 맞는 책을 찾으라구요.


책을 좋아하지만 늘 책이 어려운 저같은 사람에겐 정말이지 사이다 같은 말이네요. (자기합리화와 변경 꺼리로도 제격이구요. ㅎㅎ)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저 재미없으면 책을 덮으라고만 말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에게 맞는 책을 찾아 책 읽는 '재미'를 늘려 나가길 권합니다. 말하자면 ⟪금성출판사 세계문학전집⟫ 60권 세트부터 읽어서 책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만들기 보단 ⟪슬램덩크⟫ 20권 세트를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는 게 먼저라구요. 그렇게 재미로 다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이 '읽어야만 하는 것'에서 '읽고 싶어 죽겠는 것'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말합니다.


독서는 본디 재미를 추구하는 활동입니다. 그것이 콘텐츠의 본질이기 때문이지요. 지금부터 재미없는 책은 과감히 덮으세요. 45p


독서를 '만남'이나 '연애'라고 생각하세요!

책읽기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많은 독서가들이 책 읽기를 곧잘 인간관계에 비유하곤 하는 것을 봅니다. 새로운 책을 읽는 것은 곧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오래 두고 읽은 책은 오래된 친구, 그리고 처음 읽은 책은 첫만남 같은 것이죠. 오죽하면 "사람책"이라는 말도 있죠. 이 책의 저자도 같은 생각입니다. 독서를 '만남'이나 '연애'라고 생각하라고 말하죠.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가 맘에 안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라구요. 굳이 의무감에 끝까지 만날 필요 있냐구요. (저는 의무감에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라고 배웠습니다만 ㅠㅠ)


어쨌거나 이 소개팅 비유는 책을 처음 접하고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과도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도 그러더라구요.


책을 처음 볼 때나 무언가 나에게 필요한 책을 탐색할 때는 속독 모드가 유리합니다. 그러다가 '와, 이 책 정말 좋은 책이다' 싶은 느낌이 오는 책은 한번만 읽으면 안 됩니다. 엄청난 손해거든요. 소개팅을 하다가 이 사람이다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계속 만나고 싶잖아요. 소개팅을 하는 목적도 원래 그것이고요. 81p


"오직 기록한 것만이 기억된다"

독서법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기록이죠. 책을 읽으면서 책에 메모하거나 독서노트에 중요한 글귀나 생각을 옮겨 적거나 심지어 필사를 하기도 하죠. 그만큼 독서라는 활동에 있어 손으로 적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말이겠죠.


"독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으로 읽는 독서다." — 다산 정약용


이 책에도 다양한 독서법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손으로 읽는 독서'의 중요함도 빼놓지 않고 있구요. 손으로 읽는 독서법의 레벨을 적록 - 초서 - 필사,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하는 부분이 제겐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면, 적록(摘錄)은 책을 읽으며 필요한 정보나 참고할 사항을 간단히 적는 것으로, 따로 노트에 적어도 좋지만 책에 바로 적는 것을 권합니다. 초서(鈔書)는 책에서 일부 문장을 가려내 옮겨 적는 것을 말하죠. '퀀텀 독서법'으로 유명한 독서전문가 김병완씨가 강추하는 바로 그 독서법이죠. 마지막으로 필사(筆寫)는 책을 통째 베껴쓰는 거죠. 중세 시대 필경사들이 하던 바로 그 일!    


실용적인 팁을 좋아하는 제겐 저자의 방법이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저자는 자신의 적록법을 살짝 공개하고 있더라구요.

나만의 적록법 예시

참고해서 나만의 적록법을 하나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초서나 필사는 너무 힘들어요!!)




이 책의 저자 변대원님은 자신을 '지식탐험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참 멋지죠. 찾아보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이라는 컨셉으로 사이책방이라는 서점을 운영하시고 계시더라구요. 저는 이 분을 브런치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 분의 글을 구독하다가 결국 책까지 사 보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책에 관한 책들, 독서법과 관련된 책들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책들은 많이 읽는 편입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제가 느끼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 책 저자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서평가이거나 독서 컨설턴트, 작가처럼 주로 책과 관련된 일로 먹고 사는 분들인지라, 보통의 일반인들이 이 분들이 말하는 방법 대로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뱁새가 황새 쫒는 꼴이 되기 쉽다든 거였습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도 없구요. 범접하기 어려운 점이 많죠.


물론 이 책 저자도 서점을 운영 중이니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런 '프로'급의 독서를 권하진 않습니다. 또한 하나의 독서법을 두고 그 독서법을 고수하거나 강요하지도 않구요. 그저 사람은 모두 다르고 좋아하는 책 관심 있어 하는 책도 다른데다 처해있는 상황도 모두 제각각이니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 '재미있게' 읽으라고만 할 뿐이죠. (그래서 좋았습니다. ㅎㅎ)


저자도 책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독서가 힘들게 느껴져 시작조차 못하는 분들, 열심히 독서를 하고는 있지만 즐겁게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쓰였다구요. (저처럼) 스스로 자신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제목처럼, 끝까지 읽을 필요 없구요. 술술 읽다보면 '아, 내 잘못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불쑥 생기는 지점이 올 것입니다. 거기까지입니다.^^


https://platanustree.com/books/97911854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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