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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카루스 Mar 03. 2020

”종식”의 함정

“가만 있으면” 모두 죽는다.

과연 이 바이러스가 ”종식”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정부와 방역당국의 전략은 종식을 목표로 하는 듯 하다. 이번 주가 고비니 앞으로 얼마 간이 고비라는 둥 하는 말은 모두 그 기간이 끝나면 바이러스가 잡히고 통제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당국의 생각은 대략 두 가지 인듯 싶다.


첫째, 지금의 유행은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에 의해 유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며, 이 고비만 넘기면 방역을 통해 바이러스를 완전히 잡을 수 있다.


둘째, 계절이 바뀌면 바이러스가 잦아질 것이다. 대개의 호흡기 바이러스들은 계절을 타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지기 때문.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바이러스의 패턴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다른 바이러스들과 다른 패턴을 띤다면? 혹은 이 바이러스가 계절 의존성이 없다면?


차라리 두 번째 가정은 좀더 희망적이다. 아직 겪어 보지 못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호흡기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계절에 의존적이고, 해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질 것이라는.


그렇지만 첫 번째 가정은 좀더 비현실적이다. 이미 이 바이러스는 무증상 감염의 패턴을 보인다는 게 분명해 졌기 때문이다. 숙주가 감염증상을 보이기 전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숙주를 찾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말은 기존의 방역체계 — 유증상자를 찾아 격리하는 방식 — 가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만약 이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무증상 김염 패턴을 보이며 계절을 타지 않는다면? 그러면 “종식”은 어려울 것이고,


종식을 목표로 움직이는 지금의 노력들도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멈춰섰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학교도 휴교에 들어갔고 많은 회사와 공공시설이 언제 끝날지 기약없는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만약 종식이 되길 기다려 그제야 모든 경제활동을 재개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다 죽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아서 죽는 것이다.


물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러니 두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또 제법 많은 데이터가 쌓인 것도 사실이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한 만큼 치사율은 떨어지는, 감염율과 치사율의 반비례 관계라는 전형적인 바이러스의 감염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피해 숨을 게 아니라 과감하게 바이러스와 맞서는 방식의 대응이 어쩌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이미 통계로 드러난 대로,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 나가면서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독한 감기 한번 걸렸거니 생각하면서 걸리면 이겨내는 방식의 대응.


모른다. 그 끝은 가보지 않았으니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 뿐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왠지 지금의 이 호들갑과 무지에서 오는 공포를 이제는 조금씩 털고 용감히 일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봄처럼 용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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