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전혀 인간적이지 않은 완벽한 인간
머신러닝을 공부하면서 든 생각은, 머신은 미래를 잘 예측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차피 머신러닝이란 게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해서 그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 예측에 활용하기 때문. 한마디로 '선형성'의 가정이 숨어 있다. 따라서 '블랙스완'의 출현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미래를 잘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실은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간 역시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를 사는 탓이다.
그런 점에서는 머신과 인간이 똑같다. 둘 다 과거를 기반으로 미래를 ’회귀’한다. 게다가 인공신경망 등 모든 머신러닝의 아이디어가 결국 인간의 머리에서 나왔고 인간을 모방하고 있으니 두말해 무엇하랴.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기억의 차이와 감정의 유무 아닐까? 인간은 머신보다 치밀하지 못하다. 쉽게 잊는다. 오래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머신은 다르다. 머신은 부러 삭제하지 않는 한 잊는 법이 없다. 물론 신경망 중엔 과거 기억을 손실하는 것들도 더러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알고리즘 문제.
나머지 하나는 감정. 머신은 감정이 없다 — 적어도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반면 인간에겐 감정이 있고 감정이 생각과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거의 전부라 할 정도로.
궁극의 머신은 어쩌면, 감정이 없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대신 감정이라고는 없는 무미건조한 인간. 자폐에 가까운, 전혀 ‘인간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그런 ’완벽한’ 인간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