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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Jun 16. 2021

인권 조례, 왜 필요한가

누구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 - 인권조례 제정 주민 운동 제안

아래 글은 필자가 대구 북구 인권조례 제정 주민운동을 위해 작성한 제안서의 일부분입니다. 아직 정식으로 주민운동이 시작된 것은 아니며 제안 수준이라 현재로는 개인 글입니다.  이 글 작성을 위해 대구지역의 인권 관련 시민단체나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서울 한 구청의 인권담담관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무단전제를 삼가해 주십시오.


1. 1 배경


○ 2012년 국가인권위가 인권조례 제정을 권고한 이후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인권 조례(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인권증진조례, 인권기본조례 등)를 제정한 곳은 103곳(46%, 2020년 9월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5월 11일 수성구의 인권보장 증진 조례가 혐오 세력의 문자 폭탄과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임위에서 부결되었다. 이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선 3월에는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혐오 세력의 조직적인 반대 행동도 있었다. 결국 북구청이 혐오 세력의 민원과 집단행동에 굴복해 이슬람 사원 건축을 중지시켰고 현재까지도 공사 재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 혐오 세력은 이슬람 신도로 인해 소음과 음식 냄새 등 불편을 초래한다며 주거 밀집지역에 이슬람 사원을 지어서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대구에서 북구, 서구, 수성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에는 인권기본조례가 이미 제정되어 있다. 대구시(2016년 12월), 동구(2017년 9월), 달서구(2017년 10월), 남구와 달성군(2019년 10월), 중구(2019년 11월) 등 비교적 최근에 제정되었다. 수성구의회의 인권 조례는 부결된 반면에 서구는 조례 제정에 관한 어떠한 계획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북구의회는 일부 의원이 조례에 관심을 보일 뿐 자세한 추진 일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대구시와 대구 5개 기초단체가 '인권증진조례'를 제정했다 / 자료. 행정안전부 자치법규 정보시스템


○ 시군구별로 조례 내용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 인권 보장에 대한 강제 조항도 없고 인권 침해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이 상징적 조문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 수립, ◆ 인권교육, ◆ 인권보장을 위한 증진 활동 지원, ◆ 인권지수 개발, ◆ 인권위원회 설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 내용으로는 인권 교육의 효율적 실시를 위한 관계자 협의회 구성, 인권교육 교재 개발, 인권교육 강사 양성 및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별첨 확인) 우익 혐오 세력은 인권조례에 구체적인 처벌조항도 없고 논란이 될만한 문구나 내용을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반대 활동을 통해 인권 조례 부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2017년 6월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광역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었다. 당시 전체 의원 30명 중 28명이 참석해 무기명 투표를 했으나 찬성 6표, 반대 21표, 무효 1표로 무산되었으며 당시 자유한국당이 25석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같은 해 2월에도 달서구 의회가 '달서구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상정했지만 상임위에서 부결되었고 본회의에 부의 발의됐지만 역시 표결 끝에 제정이 무산됐었다. 수성구의회에서도 '수성구 시간제 근로 청소년 등 취업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두 차례 본회의 표결 끝에 무산되었다. 당시 새누리당 구의원들은 “청소년 나이 범위 문제와 청소년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한 부분, 사업주에 대한 과한 규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제정을 부결시킨 것이다.



○ 또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 부결 당시 일부 '보수단체'들의 조직적 제정 반대 행동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기독교총연합회, 충효예실천운동본부, 대한민국역사문화운동본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해병대전우회 등 10여 개 단체가 2주가량 달서구의원들과 달서구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폭탄, 전화폭탄을 보내고 의견서까지 보내 조례 제정을 반대했다. "좌편향 교육", "동성애 조장", "반기업 정서"가 주요 이유였다. 이에 앞서 인천시의회 인권조례 제정 과정에서 비슷한 방식과 내용으로 조직적 반대 의견이 들어와 조례 제정이 보류된 사례가 있다. 혐오 우익 세력의 조직적 반대 행동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5월 대구 수성구의원에게 보낸 인권조례 반대 문자 내용들. 평화뉴스 보도 사진 참조

○ 반면 올해 5월 수성구의회에서 부결된 ‘인권증진조례’의 경우에는 여야 12명이 공동 발의하였고, 해당 상임위가 여당 3명, 야당 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비교적 통과 가능성이 높았다. 또 대구지역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혐오 세력의 반대 입법의견에 맞서 찬성 입법 의견을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당 소속 구위원들은 “주민 반대 의견이 많고, 상위법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인권 조례 제정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혐오 세력의 집단행동만으로 이러한 부결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앞서 조례 대표 발의 의원과 같이 당 소속이면서 해당 상위임 동료 의원들까지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구의회 내에서 설득과 공조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또한 2021년 4월에는 북구의회가 상정한 민주시민교육조례가 부결된 바 있고, 2020년 6월에는 대구시의 성평등조례가 상임위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발생한 바 있으며, 우익 혐오 세력의 조직적 반대 행동이 인권 관련 조례뿐만 아니라 인권뿐만 아니라 민주시민교육, 성평등 관련 조례와 정책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 2019년 제정된 남구와 달성군, 중구의 인권 조례 같은 경우 의원 입법 조례가 아닌 행정 입법으로 조례 제정이 이루어지면서 큰 논란 없이 제정이 이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2016년과 2017년에 전국적으로 많은 지차제에서 인권 조례 제정이 이루어졌고 동구와 달서구도 이 무렵 별다른 반발 없이 비교적 조용히 제정되었다. 당시에는 대구의 자치의회 대다수가 보수 정당 소속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인권 조례를 반대하는 자치 의원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권조례가 제정된 103개 시군구 중 2016년과 2017년에 71곳이 제정되었고, 2019년에 20곳이 제정되었다.


○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의 ‘인권증진조례'에 강제성과 처벌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상징적 내용을 채워져 있다. 또 각 지차체의 특성이나 상황이 반영되어야 인권증진조례가 대부분 비슷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은커녕 실효성과 강제성조차 담보되어 있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인권증진조례가 제정된 다수 지역에서 인권위원회조차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2019년 기준 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차체 중 46%에서만 인권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음) 이는 기존 자치위원들이 인권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 내 인권감수성과 인권 친화적인 문화 조성보다는 개인의 실적이나 업적을 위한 상징적 행위로 보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이다.


1.2 왜 인권 조례가 필요한가?

○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 할 수 있다.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항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권리는 모든 국민의 각자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 때 실현 가능한 조항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는 인권보장이 전제되었을 때에게 지켜질 수 있다.


○ 그런 점에서 우리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고 규정한다. 국가가 개인의 인권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보장해야 할 의무까지 명확히 규정한 셈이다. 인권은 국가권력이 가급적 지키면 좋은 대상이 아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핵심적 의무로 규정한 것이다. 이때 국가의 개념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정부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2차 세계 대전 이후 창립된 UN은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인권보장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되었고, 1976년에는 세계인권규약이 발효되었다. 개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인권 탄압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각 국가에 국가인권기구(natonal human rght instutons)가 제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11월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들어졌다.


○ 제대로 된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인권 정책이 지역 주민들과 밀착해야 하고 중앙집권적 관리 방식이 아닌 지방 단위의 연대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했을 때 인권의식이 제대로 발현되고 인권 친화적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 지방자치를 중시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역 주민들과 더욱 밀접하게 이루어지는 인권 정책과 인권 친화적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앞서 말한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국가의 인권 보장 의무를 규정해 놓았다는 점에서 인권 보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하면서 당연한 의무로 보아야 한다. 법제처 또한 2012년과 2013년에 ‘인권조례 제정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인권보장을 위한 실행적 이행 수단을 마련하는 것… 중략… 조례 대상인 자치 사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 사무 중에 인권 업무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 인권 관련 법령과 정책에서 중앙정부과 지방자치단체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 각 지역의 인권기본조례제정은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인권 보장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 모색과 실행 체계를 구축은 필수이다. 구체적인 인권보장 실행 계획이나 인권교육, 인권센터, 인권전담부서와 인권보호위원회, 예산 확충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근거로 인권기본조례 제정은 기본 전제가 된다.


○ 국가인권위에서 발간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경북 거주 응답자의 71.4%가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74.5%는 우리 사회의 차별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에서 대해 대구경북 응답자의 43.9%는 성별에 따른 차별, 32.7%는 장애에 따른 차별, 31.6%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심각하다고 보는 경우도 16.3%, 종교에 따른 차별도 8.2%가 응답했다. 특히 성(性), 성소수자, 종교, 장애, 연령, 경제적 지위 부분에서는 차별 정도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에서 발간한 <2019 혐오 차별 국민인식 조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 경험 빈도는 대구경북 거주 응답자의 66.2%, 남성을 대상으로 혐오 경험 빈도는 56.8%,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는 62.2%로 나타났다. 또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 혐오 차별 대책 수립 요구에 대해서는 대구경북 응답자의 80.8%가 찬성하였고, 이는 전국 평균과 유사한 수치이다. 국회 차원의 정치인 혐오 표현 반대 표명은 찬성 73.3%, 인권 다양성 존중 학교교육 확대 찬성은 85%, 혐오 차별에 대한 형사처벌 찬성 의견은 75%로 나타났다. 차별금지 법률 제정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69.2%로 나왔으나 전국 평균보다는 3.7% 정도 낮은 수치이다.


2. 그들은 왜 인권 조례를 반대하는가?

○ 최근 수성구 인권 조례 부결 사례에서 보수 정당 자치의원은 ‘상위법과의 충돌’을 근거로 부결 근거를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의견은 수성구뿐만 아니라 앞선 다른 자치의회나 타 지역의 보수 정당 소속 의원들이 자주 제시하는 근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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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관련 조례안의 제・개정(개정대상: 대구광역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첫째로 현행 법제에서 인권과 관련한 사안의 법리로 구성하여 조례로 규정하는 것의 한계, 즉, 조례의 제개정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권을 포함하면 국민의 권익은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헌법상 기본권, 법적 권리, 인권이다. 헌법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그 기본권 실현을 위한 국민 개개인의 법익은 법률로써 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법률유보의 원칙이라 한다. 예를 들면 헌법에서는 개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고, 민법에서는 그 재산권의 종류를 규정하는 형태다. 따라서, 주민의 법익은 법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조례는 법규명령의 위치로 법률에서 다시 하위 법령으로의 위임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조례가 법률에도 없는 법익을 인권이라 하여 정의하고 규정하는 것에는 법제 구조상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 2021년 5월 대구시의회 한 의원의 답변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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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헌법의 차별금지 영역 규정이 단순히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이다. 따라서 인권조례 반대 근거로 제시된 상위법과의 충돌설은 타당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인권 조례 제정이 ‘법령의 위임 범위’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하는 것이라는 것이 통설과 판례(대법원 2002.4.26. 선고  2002추 23 판결)이다. 법령의 위임이 없더라도 ‘법령에 반하지 않는 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 인권조례가 부결된 대다수 경우는 혐오 우익세력의 조직적인 반대와 이를 빌미로 인권조례 제정 반대를 다수 주민 의견으로 포장해 반대하거나 이를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세력, 정당의 정치적 결탁에 의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조직력을 앞세워 아래와 같은 문자 폭탄을 소속 의원들에게 날리기도 한다.


  이들은 인권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근친상간, 소아성애 등을 조장하는 법령이라고 비난한다. 또한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 폐지를 주장한다. 그리고 인권조례가 이슬람을 옹호하며 난민 확산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우리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과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성적 지향’ 즉 ‘동성애’ 조차도 차별해서 안 되며 이슬람교 신도라서 해서 차별해서 안 된다는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정의)에서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구체적 예시로 ‘성적 지향’을 들고 있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 건국 당시부터 헌법에서 차별 금지를 명시했지만 이로 인해 동성애가 증가했다는 근거나 이슬람교와 동성애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더 옹호했다는 구체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례나 근거는 없다.


○ 인권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세 번째 근거는 주민들 간 역차별과 부작용 문제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역차별이 발생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사례나 내용 역시 없다.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소수의 성적 지향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왜 다수의 성적 지향성을 차별한다는 것인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 왜 주류 종교인을 차별하는 일인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엄마-아빠-자녀’로 구성된 소위 정상 가정에 어떠한 피해를 준다는 것인지 합리적으로 제시된 바 없다.


○ 인권조례 부결 근거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이다. 즉 인권 조례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아서 조례를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많이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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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에 인권 관련 조례의 입법이 번번이 좌절되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인 지역의 반대 여론 때문이다. 입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법적용 대상의 법감정이다.
이에 관해 많은 수의 의원이 인권조례를 통해 얻는 수혜층의 이익보다 침해받는 다수의 이익이 크다고 여겨 이를 상당성에 맞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 대구시의회 한 의원의 답변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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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해 대구와 비슷하게 우익 혐오 세력의 공격을 경험한 바 있는 서울의 한 인권담당관은 입법 예고 기간 중 들어온 반대 의견이나 문자 폭탄을 근거로 주민의 다수가 인권조례를 반대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분석 결과 혐오 우익 세력이 지역 주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않을뿐더러 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방식으로 유사한 내용으로 문자 폭탄을 날리는 형태가 해당 지역 주민 여론이 아닌 여러 혐오 단체와 일부 우익 기독교 단체의 집단행동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익 혐오 세력의 조직적 행동을 주민 갈등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견해라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 또 인권조례 제정과 관련된 주민 여론 조사나 설문 결과는 구체적으로 찾을 수 없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8년 11월 경남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보수단체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도민 52.4%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조차도 의도적으로 왜곡된 설문 문항을 이용한 결과로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앞서 제시한 국가인권위 설문조사 보고서를 통해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차별을 경험하고 있고, 차별금지와 인권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조례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전제 하에 지역 주민 다수가 인권 조례 제정에 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추는 가능하다.




3. 인권조례 제정 운동 사례


○ 경남 진주시는 2007년 인권조례 준비를 위한 연구 모임이 형성되었고, 2008년 국가인권위와의 협력 단체 사업에 선정되어 조례 제정을 위한 강연회, 시민토론회 등을 진행했다. 2009년에 진주시 양해영 의원이 인권조례안을 발의했으나 상임위에서 보류되었다. 인권 정책이 국가 사무이고, 공론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시민추친위원회’가 형성되어 2012년 9월에 제정되었다.


○ 울산광역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인권조례 제정운동이 시작되었다. 시민청원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시민들의 소극적 반응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인권연구모임과 인권조례 제정 시민모임을 구성하였다. 이 모임에서 인권조례 초안 검토, 시민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2011년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외에도 광주, 전북, 서울 서대문구 등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진행되었다.


○ 2016년부터 인권조례가 무산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2016년 서울 광진구의 인권조례 입법예고에서 광진구 기독교연합회를 중심으로 반대 민원이 4,700건이 접수되었다. 이처럼 인권조례 제정을 입법 예고했다가 철회한 기초지자체가 2019년까지 총 27곳으로 확인되었다.


○ 반면 서울 은평구와 인천광역시, 부천시의 경우 혐오 세력의 조직적 반대 행동에도 불구하고 인권조례 제정에 성공한 경우이다. 서울 은평구는 당시 인권센터장이 적극적으로 교계와 협의하여 이슈가 확산되지 않고 제정에 성공하였다. 인천의 경우 2016년 보류하였다가 2018년 12월에 조례를 제정하였다. 부천시의 경우 2019년 조례 반대 민원이 집중되어 보류했다가 2020년 10월에 제정하였다.



4. 인권조례 제정, 어떻게 해야 할까?


 인권 기본조례 제정 전략


○ 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제안자는 지금까지 북구의회 의원, 시의회 의원,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담당자, 주민조례 제정운동을 경험한 바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인권운동단체 활동가, 언론인, 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한 바 있는 타 지역 인권담당관 등과 소통하여 관련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권조례 제정 주민 운동에 대해 비교적 실패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지금까지 지자체 인권조례는 대부분 국가인권위 조례 제정 권고 이후 행정부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해 추진되었다. 반대로 행정부가 인권 정책을 추진하였을 때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실질적 움직임 없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다수였다.


○ 기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역의 보수성과 자치의회의 소극적인 태도, 혐오 세력의 조직적 반발을 감안하면 구의회나 행정부 발의를 통해 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하되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안이 좀 더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제시하였다. 특히 인권 조례 제정 과정에서 자치의회와 행정부,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참여 및 협업이 조례 제정 성공의 주요 조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주민 참여만으로 조례 제정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민 참여 기반의 조례 제정 방식이 정책의 정당성을 담보하고 인권 달성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배제하기 어렵다.



인권 교육 및 인권 친화적 문화 확산


○ 시민대책위나 주민 모임 등을 통한 인권 배움터나 인권 교육, 강좌 등의 지속적으로 개설하고 이를 통해 인권 친화적인 지역 분위기 조성에 일조할 수 있다.  시민단체 중 마을도서관이나 전교조를 중심으로 차별 문제, 학생노동인권, 장애인권, 성소수자 문제, 젠더 등의 다양한 이슈와 결합해 참여자들이 인권 감수성을 향상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또 인권 관련 영화 상영회, 인권 관련 도서 저자들과의 만남 등 지속적인 인권 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인권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방안도 모색할 수도 있다.  인권 연극이나 인권토크콘서트, 인권 페스티벌 등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 장애인 인권 단체와 연계하여 장애인 인권 관련 영화 상영회, 마을 축제 시 주민 참여형 장애인권 부스 운영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시민단체의 한정된 활동력과 인력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인권 관련 행사나 강연을 확장하고 지속시키는 데 있어 지역시민단체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 시민단체 이외의 다른 외부적 요인들이 얼마만큼 받쳐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활용해 인권 관련 행사를 개최할 수도 있으나 이 역시 행정기관과 밀접한 연계와 공감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더구나 행정기관의 협조 관계를 벗어나 관 주도로 운동이 이루어질 경우 지역 주민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고려할 지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인권조례 추진단 관련해 일반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법률전문가, 사회복지 관계자 등 지역 주민 위주 구성이 바람직할 것이나 구청 공무원이나 지역 정치인과의 연계와 협력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예산과 행정력을 가지고 있는 구청이나 구의회가 중심에 서서 조례 제정 운동을 진행할 경우 주민들의 의견이 도외시되고 주민들의 자치적인 역량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주민 참여형 인권조례 제정은 주민들 스스로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제정 과정에서 인권 가치의 확산, 인권 담론이 포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 조성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기존대로 지자체 전문가와 자치의회 중심으로 조례안을 제정한다면 신속하게 조례 제정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조례 제정 그 자체에만 집중한 결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 인권조례 제정 추진단 구성 전 북구청장과의 면담, 북구의회 의원들과의 간담회,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의 자문과 협력체계 구축, 대구지역 인권 관련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 전방위적인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진보정당에서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 2018년 발생한 미투 운동 및 스쿨 미투 운동 단체나 조직들과의 연대도 인권 의식의 확산과 기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 더 이상 인권을 지키는 것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말도 안되는 혐오와 차별 발언이 멈춰졌으면 좋겠다.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제일 불편한 말 중에 하나가 학생 인권을 지키다가 교권이 무너진다는 소리이다.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가 왜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인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소리가 왜 역차별인가?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정치권에서, 지역 행정기관에 통한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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