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봉석 Aug 25. 2022

미래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컴퓨터 기반으로 시행한다고 한다. 종이로 된 시험지와 답안지 대신 학생들은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설치된 교실에서 LCD 화면으로 답안을 체크한다. 교사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학생들이 어디까지 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종이 낭비도 하지 않고 첨단 기계를 활용한 방식이니 친환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처럼 보일 수 있겠다.

이렇듯 교육부나 교육청이 제시하는 미래교육의 모습은 대개 AI교육, 블렌디드 러닝, 그린스마트교육 등으로 불리는 최첨단 IT기기나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방식이다.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수학 문제를 풀면 AI가 그 학생의 상태를 즉시 점검하고 바로 피드백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AI가 제시하는 대로 학생들이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관리만 하면 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교사가 직접 수업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술 만능주의, 최첨단 기계 도입 위주 교육정책 이면에 어떤 교육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부재한다. 또 학생들이 한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의 어떤 삶을 영위하도록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교육청과 학교에서 미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은 대부분 교육정보화 기기 도입이나 설비, 고교학점제 기반 조성 같은 시설 사업에 치중된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같은 경우, 많은 강좌를 개설해야 하는 만큼 많은 교사를 필요로 하지만 교육부는 오히려 신규 교사 채용을 줄였고, 교원 정원은 축소시켰다. 대신 AI교육, 스마트러닝, 원격수업, 블랜디드 러닝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기술과 기계가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녹음된 기계음과 화려한 화면 프레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교사의 수업을 대신한다. 이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소위 실력 좋은 강사가 설명하는 EBS 동영상을 교실에 틀어주고 학생들이 잘 듣고 있나 관리만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나 교육청 입장에서는 교사를 많이 뽑을 필요도 없고 기존 교사 수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 것이다. 거기에 학부모나 시민들에게는 최첨단 기계와 그럴듯한 시설이 설치된 교실을 보여주면서 이게 바로 미래교육이라며 보여 줄 만한 꺼리도 생기는 셈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결국 미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은 배제되고 기계와 기술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형국이다.


  학습자 중심을 외치며 미래 교육을 강조하는 대구교육청에는 청소년 인권 관련 부서와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청과의 지난 교섭에서 장학사는 인권이라는 말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교섭에서 빼 달라는 요구를 했다. 또한 고등학생에게 입시는 중요하니 방과후수업(보충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경쟁교육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온갖 차별과 인권침해는 미래교육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각종 기술과 기법 도입 중심의 교육 정책이 학력향상과 입시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학교, 경쟁에 따른 억압과 부당한 차별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최첨단 기계와 화려한 기술이 도입된 들 그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미래 교육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기후위기와 교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