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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Sep 28. 2022

교육복지사업은 돈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지난주 복지업무 담당자 연수회를 다녀왔다. 강사는 교육복지사업이 예산을 쓰는 일이 아니라 가슴으로 살피는 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 대다수 학교 현장에서 교육복지사업 업무는 가슴은커녕 기피업무 중 하나다.

이 와중에 교육청은 공문으로 교육복지 사업비 잔액을 0원으로 만들라고 한다. 돈이 모자랄 정도로 학생들에게 충분히 예산을 지원하고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만 진행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예산 잔액을 0원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사업이나 이런저런 행사를 진행하지만 개중에는 보여주기식 체험이나 일회성 행사, 형식적인 사업도 적지 않다.


  학생 개개인의 형편을 고려한 제대로 된 교육복지사업이 진행되려면 충분한 인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청은 대개 이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복지사의 처우 개선이나 인력 충원에는 관심이 없다. 교육복지사 대부분이 십 년 넘게 학교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수당 인상도 없이 열악한 임금을 받으면서 온갖 사업을 진행해왔다. 더구나 있던 복지사마저도 인력 감축 중이다. 그렇다고 사업의 강도나 양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거기에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매년 교사 정원도 축소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학급 수는 83개가 줄어들 예정이지만 교원은 그 두 배가 넘는 189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그와 반비례해 빈자리를 기간제 교사와 시간 강사로 채웠다. 전국적으로 기간제 교사는 작년 57,000명에서 올해 62,000명으로 증가했다. 줄어든 학생 수보다 더 많은 교사를 줄이고 대신 그 빈자리를 기간제 교사나 시간강사로 때우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이렇게 교사 정원이 줄어든 학교마다 교사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업무량이 점점 폭증한다. 예전에 한 사람이 하던 업무가 이제는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맡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도 방과후학교와 교육복지, 장학금, 교육급여 업무를 동시를 맡고 있다. 심지어 나보다 더 많은 업무를 맡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청이 일을 할 사람을 줄이면서 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오로지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헤쳐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이 도움 될 리 없다. 정규수업에 기초학력 수업, 상담, 행정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전에 학교가 담당하지 않았던 돌봄, 방과후, 복지사업 등이 더해지고 거기에 각종 공모사업, 연구학교, 기초학력 사업, 안전업무, 자체 연수, 의무 연수 등이 계속 더해지면서 업무량과 공문량이 폭증했다. 이렇게 되면 학교 업무가 형식화되거나 유명무실해지기 십상이고, 교사들은 수업과 상담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반드시 해야 할 일, 필요한 업무의 질이나 내실은 약화되고,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기 마련이다.


  학교든 교육청이든 사업이든 제대로 하고 싶다면 하라는 요구만 있을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염불이 될 테니까. 복지사의 처우개선과 인력 확충, 어려운 학생들의 형편을 찬찬히 살펴볼 교사들의 업무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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