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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석 Nov 23. 2023

교육권 보호 법률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1. 교육권 보호 법률 개정,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1-1. 들어가며

○ 학교 현장에서는 오랜 전부터 일종의 ‘아동학대 신고 공포증(Phobia)’이 만연해 있었다. 교사들이 수업이나 생활지도 과정에서 학생이나 보호자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경우 사안의 진위 여부나 실체와 관계없이 무조건 직위해제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민원이나 신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거나 생활지도나 상담을 기피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 학교에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경우는 전체 교원의 1.9%에 불과하고, 그렇게 신고를 당한 교사들 중에서는 1.6% 정도만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많은 교사들은 나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은 커져 갔다. 이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법적 분쟁 과정에서 이어지는 각종 어려움 – 우선적인 분리조치와 직위해제, 경찰서나 법원을 드나들며 가지게 되는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 등이 크기 때문이다.      


○ 학교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신고 내용들을 살펴보면 사안이 명확한 경우보다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 봐도 명백한 체벌이나 폭력이라면 이론의 여지가 없겠지만 학생 지도과정에서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거나, 팔을 잡았다거나, 자리에서 서 있게 했다던가, 혼잣말을 했다든가 하는 경우도 정서적 학대 등 이유로 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랜 기간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관습적 지도 방식들이 법적인 신고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 반면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생을 함부로 대하는 교사들에게 시정을 요구할 통로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학부모에게 교사와 학교의 문턱은 높다. 게다가 아동학대 사안이 발생한다면 교장을 포함해 신고의무를 가진다. 그리고 일부 학부모 중에는 보복 목적의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도 있었다.      

○ 서이초 사안 이후 7, 8월과 9.4 공교육 멈춤의 날까지 매주 수만,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서울 광장에 결집했다. 그리고 교권 보호를 위한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 법 개정과 교권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21일, 소위 교권 회복 4법이 국회의원 대부분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찬성(반대 1명)으로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1-2. 지켜야 할 교권은 무엇인가?     

○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교권의 의미는 무엇인가? 협의의 개념으로는 교권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사 교육권이라고도 한다. 광의의 개념은 교원의 교육할 권리뿐만 아니라, 전문직 종사자로서 신분보장이나 불체포 특권 등 신분상 권리, 인간으로서 행복추구권이나 신체 및 양심의 자유, 노동권 등을 포함하다. 여기에서는 협의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고자 한다.      


○ 교권에는 교육과정 편성권, 교재 선정권, 교육내용 결정권, 교육방법 결정권, 평가권, 학생지도 및 징계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법적·행정적으로 교육과정, 수업과 평가, 학생징계 등과 관련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과정 편성권은 교육부와 교육감에게 있고, 교과서·평가·생활지도·학생징계 등의 권한은 학교장이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협의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교권’ 혹은 ‘교육권’은 교사가 아닌 교육부, 교육감, 학교장에게만 있는 셈이다. 교사들은 교육감, 혹은 학교장에게 위임받은 수업, 평가, 생활지도를 하고 있는 셈이니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교사들은 시민으로서의 기본권과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위계적이고 관료적인 학교 문화에서 교사들은 시키는 대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 교육공무원법(1982년 제정)에도 ‘교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교권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교원지위법(1991년 제정)에는 교원에 대한 예우(제2조), 교원 보수의 우대(제3조), 교원의 불체포 특권(제4조), 학교안전사고로부터의 보호(제5조), 교원의 신분보장(제6조), 교원징계 재심위원회의 설치(제7조), 교원의 지위 향상을 위한 교섭·협의에 관한 사항(제11조~제13조)이 있지만 교권이나 교사의 교육권(교육과정, 교재, 수업, 평가, 상담, 생활지도 등)이 무엇인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 2013년부터 학교에 ‘교권보호위’가 설치되고, 2016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이 나왔다. 그러나 이때 사용된 ‘교권보호’나 ‘교육활동 보호’의 개념은 단지 교사가 학생·학부모의 물리적·언어적 폭력이나 성폭력범죄,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 교사의 수업권 같은 본연의 권리 보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권보호’는 단지 교사가 교육감과 교장에 의해 학생·학부모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정의된 것이다. 교사를 보호할 주체는 교사 자신이 아니라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이었고 학생·학부모는 잠재적 가해자로만 자리매김한 것이다. (<민석쌤의 교권상담실> 참조).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이번에 교권보장 대책이나 소위 교권회복 4법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1-3. 국회의 교권 보호법률, 무엇이 무엇인가?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에 개정된 교권보호 법률의 기본적인 틀이 학생과 보호자(학부모)는 가해자, 교사는 피해자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사 보호, 학생에 대한 징계 강화, 학부모의 의무 명기 등 전반적으로 학생, 학부모의 의무와 불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또 교육감의 교육권 대책 수립, 학교장의 민원 책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이나 평가권, 교재 선택권, 교육방법 결정권 등은 교육활동 자체에 대한 권한은 제외되어 있고 다만 생활지도와 관련해 일부 권한이 추가되었다. 또 학교관리자나 동료, 교육청 관료 등은 교권 침해 가해자 범주에서 여전히 제외되어 있다.      


○ 수업을 포함해 학교교육활동을 하면서 교사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것이 당연하다. 교육과정과 수업설계 등 당연할 수 있는 권리·권한을 보장받지 못하는 교사에게 교육권과 주체성 또한 보장받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개정 법률은 반쪽짜리 교권 보호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렵다.      


○ 이번에 신설된 초·중등교육법 제20조 2 제2항과 유아교육법 제21조 3 제2항에는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제17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도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동학대는 원래 고의범만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엇인가에 따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 8월 <학생 생활지도 고시>를 확정·발표했다. 따라서 이 고시와 이에 따라 개정한 학칙에 근거한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 지금 개정안으로 올라온 ‘아동복지법’에도 ‘법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교사가 법과 학칙에 따라 학생을 지도했다면 원래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내용상 중복이 된다. 따라서 그동안 각 교원단체에서 요구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실효성에서 논란이 있었다.     


○ 이번 아동학대 면책 개정안이 교사를 아동학대 가해자에서 완전 면책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이초 사안과 연이은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교사들의 집회 참가자 수가 증가하고 여론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자 많은 국민들과 학부모들은 교사의 집단행동에 여론적 지지 내지는 감정적 동조를 보이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사를 아동학대에서 완전히 면책하라는 요구는 그것과는 결이 다르고 대중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억울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아동학대 신고대상에서 교사를 아예 제외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비록 생활지도 고시가 발표되었다고는 하나 전국 수천 개의 학교와 수만 개의 교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생활지도 고시가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교사의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인지 아닌지를 완벽히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동학대 관련 모호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사-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에서 법적 논란이나 분쟁의 여지가 생길 우려가 높은 것이다.      


○ 무엇보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을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앞서 개정된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은 ‘정당한 생활지도는 면책’한다고 정했고 교육부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는 올해 연말까지 <학칙>에서 ‘생활지도 방안’을 제·개정해야 한다. 이때 교육부의 <생활지도 고시>와 그 해설서 내용을 기준으로 학교는 <학칙>을 정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지도했다면 ‘정당한 생활지도’를 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생활지도 고시는 이 문제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2. 교육부의 생활지도 고시안, 무엇이 문제인가?     


2-1. 생활지도 고시가 학교 안 상황과 맥락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가?


○ 교육부는 전교조 등을 제외한 교총, 교사노조연맹 등 일부 교사만 모아놓고 <학생생활지도 대책과 고시안>을 위한 공청회를 졸속적으로 강행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7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과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을 발표하고 8월 31일에는 당초 안과 별 차이가 없는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확정했다. 여기에는 학생·교원·보호자의 책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생활지도의 범위와 방식,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생활지도 등에 관한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      


○ 확정된 고시는 기존 고시안과 비교해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보호장구 착용과 ‘건전한 용모’ 문구가 삭제되었고, 반성문 대신 ‘성찰 글쓰기’로 용어가 수정되었으나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양한 교실 상황과 맥락을 과연 고시가 담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 학교 현장에 적용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없겠느냐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 또한 고시에는 생활지도 방식으로 조언(제9조), 상담(제10조), 주의(제11조), 훈육(제12조), 훈계(제13조), 보상(제14조)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고시가 확정되기 전에도 교실에서는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등의 지도방식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훈계냐 훈육이냐는 방식의 문제뿐 아니라 학생생활지도 과정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 차별적 언사를 포함해 학생의 잘못에 비해 과도한 벌칙 등을 주었을 때 갈등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활지도 고시는 교사의 생활지도 방식을 나열했을 뿐 어떤 행위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지 않았다. 물론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행동의 맥락이나 관계까지 고려해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고시가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사-학생 간, 교사-학부모간 불화나 오해, 갈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지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실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상정해 추측해 볼 수는 있다.          



2-2. 금지와 분리가 또 다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 교육부 고시 제4조에는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해서 안된다>는 금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제11조 1항에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조(훈육)에는 1항에는‘주의’를 주었음에도 중재가 어려운 경우에 ‘훈육’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같은 조 9항에서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지·사용 금지한 물품을 학생으로부터 분리하여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제13조에는 훈육했음에도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된 언행의 개선이 없는 경우 훈계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제13조 3항에는 ‘문제행동을 시정하기 위한 대안행동, 성찰 글쓰기, 청소’등을 시킬 수 있도록 벌칙 조항을 두었다. 또 제16조(생활지도 불응 시 조치)에는 ‘교원의 지속적인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위 규정에 따르면 만약 학생이 국가인권위 권고사항을 근거로 수업 중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고, 이에 따른 훈계도 지속적으로 거부했다면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한 마디로 학생이 휴대전화를 계속 제출하지 않는다면 징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 현재 대구지역은 많은 학교에서 학칙이나 규정에 따라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별도로 수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중학교는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등교 시 수거하고 일과 후에 돌려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생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등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기존에 학생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던 초등이나 고등학교에서도 신설된 고시를 근거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학교에서 수거하려고 학칙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다. 생활고시에는 학생 휴대전화를 원칙적으로 소지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생활지도 고시에서는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제12조 6항 <수업방해행동을 한 학생에 대한 즉시분리·일시분리> 정책이다. 학생이 수업 중 소란을 피우거나 방해할 경우, 다른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해 수업 중 다른 좌석으로 이동하거나 교실 밖 장소로 분리, 정규수업 시간 외 특정 장소로의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육활동 방해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하는 수많은 행위들은 상황이나 맥락, 교사의 관점이나 지도방식에 따라 교육활동 방해행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교사나 상황에 따라 학생의 행동이 반항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의견표명을 하는 것인지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학생이 한 동일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어떤 교사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어떤 교사에게는 수업 방해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어떨 땐 훈계를 받는데, 어떨 땐 오히려 칭찬받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수업방해행위로 규정해 학생 분리조치를 하거나 가정에 통보를 하게 된다면 형평성 시비나 논란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또 명백해 수업방해행동이라 할지라도 그 원인이 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의도성을 가지지 않은 단순 실수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과 민원의 여지가 있다.      


○ 다시 말해 수업 방해 행동을 학칙에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하더라도 교실 내 맥락과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담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의도성을 파악하는 부분은 당사자가 아닌 바에야 제삼자가 구분하기란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을 일시분리할 경우 헌법에 보장된 학생 인권과 교육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심할 경우 징계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그런 점에서‘수업방해행동 학생 일시분리 정책’이 현재의 학교 환경이나 상황에 부적합하다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다. 대구에도 2019년부터 <다수학생 수업보장제>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소수 학생이 다수 학생의 수업을 방해할 경우 학교에서 알아서 일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이다. 명칭부터 학생을 <다수>와 <소수>로 구분하고 <다수> 학생의 교육권만 보장하겠다는 취지여서 차별적·적대적이며 인권 침해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제도 역시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학생이 방해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따로 분리할 공간이 없거나 케어해 줄 교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활지도 고시 이전에도 학생 분리제도는 명목상 운영되고 있었지만 인력과 공간, 예산상의 문제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고시에 수업 방해 행동을 한 학생을 일시분리하라고 지침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 더구나 올해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원 정원 확충이 아니라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대구도 올해부터 교원 정원을 400여 명 감축했고, 내년(2023년)에도 300여 명의 교원 정원이 감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사 업무부담은 늘어나고 교과전담교사는 줄어들고 있고, 겸무나 기간제 교사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거기에 대구교육청은 교육부의 교원 축소를 빌미로 학급 수 대거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즉시 분리조치가 학칙에 반영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될 리 만무하고 오히려 분리조치된 학생이 방치되는 등 반교육적, 반인권적 상황이 발생할 위험성을 가진다.      


○ 생활지도 고시 제5조 1항에는 <교사 수업권과 타인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수업방해행동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6조 2항에는 < 건전한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생활 지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16조(생활지도 불응 시 조치) 2항에는 ‘교원이 지속적인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 대해 학교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 그렇다면 수업 중 상습적으로 잠을 자는 학생이 있다면 이를 교육활동 방해행위로 보아야 할까? 또 고시 내용만 보자면 상습적으로 수업 중 자는 학생에게 교사가 여러 차례 주의, 상담을 거쳤다면 징계를 주는 것도 가능하다. 고시상으로는‘교사의 수업권과 타인의 학습권에 영향을 주는 행동’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 학생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야간 노동을 하는 청소년이라면? 혹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이라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녀야 했고, 입시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라면? 혹은 입시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어서 수업을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학생이라면? 실제로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겠지만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 제12조(훈육) 8항에는 ‘학생이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학생의 물품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당초 고시안에 있던 ‘의심’이 ‘합리적 의심’으로 수정 보완된 셈이다. 다시 말해 학생의 소지품을 학교와 교원이 검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의심’만 있다면 조사할 수 있다는 당초 고시안보다 개선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합리적 의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이를 오용하거나 과도하게 해석해 학생 물품을 마음대로 뒤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다.      


○ 제12조 4항에는 <학교의 장과 교원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학생의 행위에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고 제시되어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과 교원은 다른 학생이나 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5항에는 <물리적 제지가 있는 경우 해당 교원은 이를 학교의 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하여야 하며, 학교의 장은 그 사실을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수업 중 극도로 흥분한 학생을 교사가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만 실제 고시에 포함될 경우 교사에게 흥분한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라는 의무가 반강제적으로 부여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두 사람 간 관계나 교실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극도로 흥분한 학생을 교사가 왜 물리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제12조 4항에서 규정한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라는 말도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으로 학칙으로 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있다. 또 고시대로 다른 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그 학생이 다쳤을 경우에 생길 논란의 여지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거기에 체격이 작은 교사가 인지 능력은 떨어져도 체격이 큰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고시대로 하는 과정에서 교사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위험부담이 크다는 비판도 생각해 볼 점이다. 또 학생이 교사를 다치게 하는 경우라 해도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에 따라 교권 침해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체적 피해가 발생한다면 교사 입장에서는 폭력으로 비칠 수 있으나 맥락에 따라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단순 사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다툼의 소지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학교 상황에 따라 물리적 제지를 할 때마다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학교장이 그때마다 학부모에게 알린다는 의무 사항도 제대로 이행될 수 것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인지능력이나 행동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학생의 경우에는 수업 중 돌발 행동이 매일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가 물리적 제지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교사가 교장에게 매번 보고, 교장은 학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교사에게 또 다른 업무부담이 되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학칙에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해도 폭력과 물리적 제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물리적 제지가 어디까지 사회적으로 허용된 범위인지 합의된 바도 없다. 따라서 이번 교육부 고시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이로 인한 논란과 갈등 발생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다.      


○ 제12조 11항에는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의 생활지도에 관한 세부사항을 학급생활규정으로 정하여 시행할 수 있다. 다만 특수교육대상자가 배치된 학급에서는 보호자 또는 특수교육교원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위 규정은 교사 개인마다 학급 생활지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침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학교 현장에서 학급 담임교사가 학급규칙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를 법적 고시로 규정하고 이를 법적 해석과 구속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많은 교사들이 학급 학생들과 민주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학급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교사는 일방적으로 학급규칙을 정해놓고 학생들에게 준수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상황이나 철학에 따라 학급규칙을 다양하게 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규칙이 모두 타당성, 합리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나 경우에 따라 부적절한 지도 방식이나 내용이 포함될 수 있고 합리성을 벗어난 규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고시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배치된 학급’을 제외하고 학부모나 학생 측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타당성을 담보할 단서 조항이 없다. 따라서 잘못되거나 불합리한 학급규칙을 만들어질 수 있음에도 학생이나 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치는 과정 등을 명기하지 않아 문제 있는 학급규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위 고시 2의 당초 안은 <반성문 쓰기>였으나 이번 의견수렴 절차 이후 <성찰하는 글쓰기>로 용어가 변경되었다. 하지만 반성문과 성찰 글쓰기라는 용어 사이에는 실질적 의미 차이가 존재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반성문 쓰기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업 중 상황에 따라 교사가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에게 반성문 작성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교실 상황이나 맥락, 교사와 학생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학생이 정말 잘못했다고 느끼지 않거나 교사의 오해나 실수가 있음에도 반성문(성찰글쓰기)이나 청소를 강요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학생이 조언, 상담, 주의, 훈육 단계를 거쳤음에도 매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잔다면 교사는 반성문 쓰기나 벌청소 같은 훈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의 그러한 행위가 매일 지속된다면 해당 학생은 매일 반성문 쓰기와 벌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만약 이 학생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밤늦게까지 혹은 새벽마다 일을 하는 경우라면 그때에도 학생에게 매일 벌청소나 반성문 쓰기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또 일반계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입시 위주 경쟁교육에서 낙오된 학생들이 하루종일 잠만 자거나, 혹은 수능에 해당 과목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업 대신 잠만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시 말해 해당 학생이 수업 중 자주 잠을 학생이라면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가정, 사회, 환경, 제도적 변화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생활지도 고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적 배려나 지원 없이 학생의 행위 자체로만 범위를 한정해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과도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가진다.      


○ 제4장 특수교육대상자의 생활지도 규정 제15조에는 ‘학생 또는 보호자가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고의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간주해 징계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교육대상 학생 중에는 지적 장애나 정서적 장애를 가진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들이 수업 방해행동을 했다면 고의성이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런 경우 교사가 각자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고, 대개의 경우 고의성이 없다고 보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현재도 수업방해행위에 대해 징계나 제지가 가능하지만 고시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그만큼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의 특성이나 성향이 다양한 만큼 교실 상황에 따라 수업방해행위인지, 정서· 행동장애로 인한 특유의 행동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특정 행위를 기준으로만 처리하는 방식이 교사-학생-학부모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 물론 생활지도 고시가 없었을 때에는 규정이 모호하거나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교실 안에 많은 갈등이나 문제 상황이 방치되는 등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다만 생활지도 고시가 마련되었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얼마만큼 해소할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고시가 마련되고 학칙이 개정되었다고 해서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이나 악성 민원을 제대로 막을 수 있는지, 혹은 민원 발생 소지나 갈등을 더 키우게 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활지도 고시가 일정한 효과나 순기능의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답하기 어렵다.     


○ 그렇다 할지라도 현장 교사들이 교실에서 경험한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현 생활지도 고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서로 논의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 없이 도입된 성급하게 도입된 생활지도 고시가 학교 현장에 더 많은 부담과 부작용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생활지도 고시는 학생과 학생의 가정, 교사와 학교가 처한 사회적, 지역적 상황과 배경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학생이 어릴 때 가정으로부터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거나, 범죄에 노출된 경우, 인지나 정서발달 과정이 다른 경우는? 학생 생활지도를 해보면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훈계, 상담, 징계만으로 학생의 문제행동을 근본적 해결하는데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쟁서열화 교육 체제가 지속되는 한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노동 문제, 개인의 영달을 중시하면서 적대적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문제는 공교육 정상화를 어렵게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활지도 고시와 학칙 개정이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제대로 된 교육활동 보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3. 교권 침해는 인권 조례와 학부모 탓?   

       

3-1. 학생 권리를 보장해 주면 교육활동이 침해받는다는 교육부     

○ 교육부는 지난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교육부는 교권 침해의 근본 원인을 학생 권리와 교권 간 불균형이 교육활동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적시했다. 구체적으로‘학생인권조례의 영향’으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 한 것이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교총 설문조사 결과(23년. 83.1% 동의) 근거).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실제 현장의견인지 확인할 수 없는 교총 설문 결과를 그대로 교육부 정책에 포함시키고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시된 사례를 보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도 학생의 사생활 자유를 강조한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한다. 또 차별받지 않을 자유 때문에 칭찬도 차별로 인식해 효과적인 수업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학생의 휴식권을 강조하면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에 대한 지도가 곤란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학생인권조례 어디에도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구절이 없다.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와 무관한 사항이라는 의미이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제한하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까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해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결정례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하게 되었다는 주장한다. 사실 관계에 부합하지 않고 고의적이며 왜곡된 주장이다.


  또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교육부는 차별받지 않을 ‘자유’로 왜곡하고 있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기본 권리이다. 교육부가 학생인권조례에 나온 ‘차별받지 않을 권리’ 때문에 교사가 학생 칭찬을 하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는 식으로 곡해하는 것 역시 헌법에 명시된 문구마저 왜곡하는 일이다.      

  학생의 휴식권 보장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가 지적된 이유는 입시경쟁 교육 체계에서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 등 과도한 학습노동으로 인해 충분히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말이다. 이를 두고 마치 수업 중에 학생들이 자는 문제가 학생인권조례 탓이라고 한다. 교육부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생활고시와 교권 보호 대책을 만들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3-2. 교권 침해는 학생과 학부모의 탓?     


○ 이번 교육부의 <교권보호대책>의 핵심은 교사 - 학생, 교사 - 학부모의 대립관계를 설정하고,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학부모에 대해서는 학교, 교사와의 소통 단절을 주된 바탕으로 한다.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 중 즉시 분리를 명시하고, 생활지도 범위와 내용을 구체화하면서 징계나 불이익을 주는데 초점을 둔다. 학부모 민원에 대해서는 악성 민원시 서면사과와 특별교육 이수 등 조치 규정을 부과하고 있다. 또 학부모-교사와 소통하는 대신 교감·행정실장·교육공무직 등으로 구성된 민원대응팀에서 일괄적으로 응대하도록 하며, 학교방문 절차를 만들어 외부인(학부모) 출입을 제한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학부모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학부모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학부모는 악성민원인원으로, 교사는 피해자로만 규정하면서 향후 교육적으로 필요한 소통마저 제한할 위험성을 가진다.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나 악성 민원은 대처할 필요가 있겠지만 교사-학부모간 일상적 소통과 대화 창구마저 단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면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교권 4법이나 교육부 및 각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교육권 보호대책에는 근본적 해법이나 관련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악화되었다며,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능 등 입시경쟁서열화 체제와 개인 출세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수능이 끝났다는 이유로, 수능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개인적 책임만을 묻는 방식이 합당하냐는 것이다.      


○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거나 과도한 민원을 당하는 근본적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도입 이후 일부 학생이나 보호자들이 학교와 교사를‘내 세금으로 먹고사는 교육서비스 제공자’로 인식한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동된다. 90년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도입은 교사들이 공교육의 주체가 아닌 교육서비스 제공 노동자로 치환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고,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서비스 수요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앞서 교권 개념이나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일제고사 사례에서 보듯 교사는 수업권이나 교육과정 운영권, 평가권 등 교육권을 제대로 인정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등에서 알 수 있듯 정치기본권이나 노동기본권 같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은 적이 없다. 정부와 교육부는 교사 집단을 단지 국가권력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한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런 점에서 교권 침해의 가장 큰 주범은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 있다. 그들은 교사의 교사로서, 시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이초 교사 사안에서도 많은 교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나타낸 바 있다. 정부와 교육부가 교사들을 이용하기만 했고, 교사의 입장을 한 번도 대변한 적 없다는 깊은 불신을 보여주었다.      


○ 대구만 해도 2017년부터 매년‘교육권 보호 대책’이 공문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교육청은 대구의 교육권 보호대책이 다른 시도에 비해 우수한 편이라고 주장한다. 대구가 다른 시도에 비해 교권 보호 역할을 잘하고 있었다고 자부하는 셈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 교사들의 정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2019년 대구 휴게소 사안에서 살펴보듯 학부모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사안이 발생하면 대구교육청도 갈등 해결보다는 민원 수습에 초점을 두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심지어 학교관리자들은 교권침해 피해 교사에게 ‘역량 부족 문제’를 지적하거나, 당신 잘못도 있으니 좋게 마무리하자고 강권하는 2차 피해가 흔하게 발생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구도 교권보호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거나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나마 개최되는 교권보호위 통계도 교육청과 학교관료에 의한 교권 침해 사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4. 학교 정문을 막고, 학생을 분리하는 방식은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 전교조 본부를 비롯해 각 지부에서도 교사 교육권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에는 즉시적이거나 미시적인 대책과 관련된 것이 적지 않다. 학생 일시분리 장소를 교장실로 정하기, 법률상담 비용과 범위 확대, 민원대응팀 구성방식, 학칙 표준안 제정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또 대중 정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여러 대책들이 검토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부작용이 없을지 등 검증해 볼 부분도 적지 않다. 교권보호 법률과 교육당국의 대책, 전교조를 포함한 교사단체의 요구들이 과연 학교에 그대로 적용되어도 실효성이 있는지, 더 큰 문제나 부작용을 유발하지는 않을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교육을 바꾸는 것은 교사들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학생, 학부모, 시민 전체가 연대해야 가능하다는 가장 큰 원칙과 전제를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교육당국을 포함한 국가권력이 우리가 제시하는 교육혁명 등 근본적 해법을 순순히 수용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오랜 기간 교육담론을 주도해 왔고, 장기적인 비전과 대안 제시도 같이 고민해 왔다. 장기적 전망 속에서 중·단기적 대책들을 배치하고 흐름에 맞게 문제를 수정하고 보완책 마련을 고민해 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들이 이러한 전망과 원칙 속에서 대책을 제시하고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오히려 전교조가 오랜 기간 함께 해왔던 사회적 약자와 투쟁을 외면하거나, 교육 3주체와 연대해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원칙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부터라도 학생, 학부모, 교육노동자가 단결과 연대를 통해 방향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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