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아 Feb 23. 2023

영어학원 투쟁기

V 버킷리스트 68 - 아이의 영어공부에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 어린이집 레몬민트반 5살 꼬물이들이 만나 이제 초등4학년이 되었다. 간간히 연락만 하며 대면 만남은 없다가 올해 초 신년회를 빙자하여 아이 없이 가볍고 신나게 만났다. 엄마 모임은 당최 싫어하기도 하지만, 불러주는데도 없어 이곳이 오직 하나뿐인 동네 초등교육의 정보방일 수 있는데, 그마저도 2년 만에 만난 것이다. 재미있고 소소한 일상얘기로 시작하지만 엄마모임은 기승전 학원얘기로 끝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런 나를 지켜보는 레몬민트 엄마들. 아이 나이가 과년한데 아직까지 피아노랑 태권도만 보내는 엄마는 나밖에 없다. 예체능은 초 저에 끝내고(?) 이제는 국영수로 갈아타얄 시간인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엄마들의 결론이었다.


바람개비 같은 내 마음에 광풍을 불어넣어 주사 아이와 나는 레몬민트 친구들이 다닌다는 어학원에  어렵사리 딱 한자리 남은 예약을 잡아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다. 레테(다들 이렇게 부르더라) 다녀 본 후배썰에 의하면 ’그동안 영어공부는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조금씩이라도 매일 태블릿 보고 영어했어요.‘라고 했다가 그런 것은 공부가 아니라고  오금을 박아서 창피했다는 전설을 듣고, 나는 아무 말도 말아야지 다짐하며 아이의 레테 평가를 덤덤히 들었다. 진짜 5분도 안 걸리는 ORT만 했으니까... ....


아이의 레테는 같은 연령대 수업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어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어깨뽕이 차올랐고, 상담선생님께서 ‘저희 어학원은 커리큘럼이 진짜 좋아요!‘라고 거듭거듭 말씀하시는 ‘지금부터 고등학교 3학년 **어학원의 교육과정’ 전체와 매일의 퀘스트를 기쁜 마음으로 들었다.


1. 학원 off-line 출석 : 2일 반 (수업시간 90분) / 3일 반 (수업시간 60분), 출석일에는 무조건 단어 쪽지시험 - 통과할 때까지 집에 못 가고 교실에서 공부.

2. 학원 on-line 출석 : 매일 교재를 통한 과제, 단어 암기, 원서 읽기

3. 학원비는 각각 별도이며 합하면 36만 원 정도


초 4 수업인데, 진짜 빡빡하고 공부를 너무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RPG에서 맨몸으로 노가다해서 퀀텀점프하는 수준으로 퀘스트를 해치워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도? 내가 이 커리큘럼으로 공부해도  영어가 질려서 싫어질 것 같았다. 이건 내 기준이고, 사람의 취향은 다 다르니까 어학원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해하길 바람. 어쩌면 학원비가 너무 비싸 감당 안 되는 통찰의 빡침에서 오는 방어기제일 수도 있음.ㅜ.ㅜ


이곳이 레몬민트 친구들을 포함하여 우리 동네 웬만한 초등학생들은 다 보내는 보통 어학원이라니! 나만 빼고 다들 부자였던 거였어!


그러다가 인스타에 홀려 혼공쌤, 효린파파쌤 피드를 보았다. 영어교육에 있어 말씀으로 우리 가운데 우뚝 서계시는 분들로, 선생님의 글을 읽고 마음 깊이 새기지만, 실천은 없었던 신앙과도 같은 선생님들 이시다. 아!̆̈ 이분들의 말씀을 듣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 남편아 같이 가자. 나 혼자 듣고, 37000원 아껴서 내가 너를 설득하는 것보다 단 한 번의 영접으로 온전히 동화되어 자녀영어교육에 힘을 쏟아부어 보자꾸나. 남편에게 자녀교육강연을 들으러 가자고 한 것도 처음이고, 장소가 일산인 데다 주차도 어렵고, ‘공짜 아니야! ’라고 하면 당연히 까일 줄 알았는데 선선히 간다고 해서 진심 놀랐다. 혼공쌤이 남편이랑 같이 들으면 더욱 좋다고 하여 찔러본 건데 동시성 터지는가? ㅎㅎㅎ


키보드까지 들고 가서 신들린 듯 수업을 들었다. 필기하면서 적으면 말씀을 놓칠까 봐 ㅋㅋㅋ 저소음 멤브레인 키보드로 엄선해서 들고 갔다. 80분짜리 수업 2개를 쉬는 시간 딱 10분만 주고 꽉꽉 채워 강연하시다니! 좌골뼈가 의자쿠션에 박힐지경이었다. 영어교육의 큰 그림과 방향성과 방법은 익히 다 아는 내용이다. 내가 이곳에 간 진짜이유는 이분들의 강연에 진심으로 설득당하기 위해, 그동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했어!

V 버킷리스트 68 - 아이의 영어공부에 믿음과 확신이 생겼다.


나는 왜 버킷을 저렇게 써놨을까? 버킷리스트의 결과보다는 저걸 깨는 것에 무게가 실린 건가?

‘믿음과 확신으로 영어공부를 실행한다.’  또는 ’ 믿음과 확신으로 영어공부를 하여 영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등 아웃풋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말이다. ㅋㅋㅋ

어쨌든 68번 클리어!




작가의 이전글 하동 문학기행 첫째 날 - 박경리 문학관과 토지세트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