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앞서 말했던 나의 증상들이 완화되는 것같은 느낌이 생기면서,
약간의 자신감과 동시에- 나의 원래 모습이 다시 궁금해졌었다
나름 그래도, 싸이월드 시절에는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냐는 이야기를 듣던 나인데
집중해서 전략서나 마케팅 플랜을 만드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던 나인데
+ 한국말로 농담따먹기를 너무 좋아해서(나의 단어로는 '언어유희') 영어를 배우면 이 정도까지 구사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영어를 잘하기 힘들거라는 생각을 아주 거만하게 했었음
어느 순간, 바보가 된 것처럼 '이거' / '저거' 하는 형태로 말하고 있는 나...
그렇다 애초부터 이런 상태는 아니였던 것이다
토요일 오후 아이를 수영장에 보내고 갑자기 생각난 것은
내가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느라 집중력을 잃어버려서 이럴 뿐, 애초에 우울증이 이렇게까지 나를 잠식할 상태는 아니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였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 도둑 집중력'을 검색했고, 근처 서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불안감 어쩔 줄 모르는 그 불편함은,
나와 같은 기획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빚어지는 성향이다
숫자 하나, 몇번째 숫자 뒤에 '.(점)'이 붙는지 안 붙는지로 사내의 모든 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그 불안은 점점 극대화되고 점점 나도 나를 못 믿는 경험이 발생하기 너무 쉽다
이 영역이 '스트레스'
업무적인 영역을 제외하고더라도 잦은 핸드폰 확인- 1이 없어지는지 남아있는지
내가 산 주식 값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모두 우리의 불안을 잠식하며 자면서도 한번씩 깨서 미장을 보게 만드는 요새의 현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 더불어 구조화된 불안을 야기시켜, 수익구조로 만드는 빅테크의 먹이사슬과 같은 것
우리는 인터넷을 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이 것은 자의적으로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생기고나서 더 나빠진 나의 눈과
그때쯤부터 시작되는 나의 멍청거림은, 사실 그 시기에 회사생활을 시작한 나로써는 무엇이 먼저 문제였는지 앞뒤 구분은 어려웠지만- 책을 읽고 나니 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빅테크 기업에서 그렇게 매번 외치는,
"고객이 원하는 것" "Pain Point" 그리고 "WoW한 경험"
고객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함으로써 그 사이를 파고드는 것이 비즈니스의 모태라고 하지만,
요새 같은 경우에는 일부러도 이렇게 시장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간극을 벌리고, 돈과 시간을 쏟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애플 같은 경우에는, 내가 이 영역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Button을 만들어둔 상태 같고-
AI가 더 일상화되고 비행기를 타고다니고 물자가 연결되는 것을 글로벌이라고 부르던 이전과 달리,
우리의 몸은 그대로 있고 나의 자본과 모든 글로벌이 내 손 안에 있는 지금-
내 불안과 도둑맞은 집중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관리하다가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부의 지도를 잃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초개인화되는 것들이 매우 좋은 것처럼 20년전 다녔던 대학교 마케팅시간에 배웠는데,
반면에 잃어버린 것도 매우 많다- 그러니까 보기 싫지만 억지로 보게 되었던
'9시 뉴스'의 뉴스를 보고 아빠엄마와 토론의 끝을 이어가던 어린 시절이라거나,
한방에 자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주말의 명화'에서 자는척하며 몰래보던 추억
함께하는 추억들은 모두 쌓기 어렵게 된 셈이다
내가 다녔던 C사는 그러니까
내일 우리 아이만 놓고 갈 실내화, 내가 잠깐 자기 전에 내일 먹을 음식을 잊은 '워킹맘'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비즈니스를 만들어줌으로써 리테일의 부동의 1위를 만들어냈는데
어쩌면 구조적으로 우리가 엄마 손을 잡고 문방구 앞을 지나가며, 오락을 하던 추억이라던가
엄마가 잃어버려서 실내화를 신지 못해서 친구 실내화를 빌려 신고 화장실에 갔다온 추억이라던가
아름답지는 못하지만, 잠깐 웃을 수 있는 누군가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앗아간 셈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C사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나라보다도 발전 속도가 빠른데, 사회구조는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개개인에게 부과되는 이 상태가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고-
이재명 정부를 보면서 깨닫는 틀어막고 억제하는 정책보다는,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자원(돈, 시간 등의)이 좀 더 Human Friendly 하게 순환되는 구조를 생각해보는 것이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본은 한국에 가장 많다
그리고 그 집중력으로 먹고 사는 회사들도 미국, 중국, 다음으로 한국에 가장 많을 것이다
이미 집중력은 없어졌다 치자,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그러면 그 다음은 어떻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가 가장 어렵고 긴급하게 해야 하는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