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인-영화
이런 류의 영화는 이제 졸업해서,
나는 더 이상 이런 상업적 냄새가 나지 않는 영화는 보지 않으리라 언젠가부터 다짐했었다
언제쯤이였을까, "그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스페인 영화감독의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혼수상태의 여자가 돌보아주는 "간호사"의 성관계로 갑자기 임신이 되어 버렸고 그 과정에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런 내용의 영화였던 것으로 생각난다
가족도 찾아오지 않는 주인공에게 혼수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준 "간호사"를 범죄자로 볼 것인가,
혹은 의사와 같은 은인으로 여길 것인가- 굉장한 갈등과 논란을 빚게한 영화였다
그 영화의 내용이 있을법하기도 하고, 너무 비릿해서 다시는 보지 않기로 했지만
요 근래 남편과 엄마와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괴로움 그리고,
아이를 볼 때마다 '괜찮다'고 되뇌이며 잊은 것 같은 내 유년시절이 생각나면서 충동적으로 영화를 보고 whitewine을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남편과 뜨겁게- 사랑을 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어느 정도 내 사랑의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였다
내게 사랑이란,
1. 항상 그 온도를 유지하지 위해 노력하는 것
2. 안전하다고, 믿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온도를 유지하는 것
최근 여러가지를 겪으며 느낀 것은
이 또한 그러니까 '돌봄' 또한 사랑이라면,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어떤 마음일지,
상대방이 어떤 상황일지 확인하면서 필요한 것을 주고,
필요없다고 하는 것을 감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어쩌면 그와의 관계에서 지칠때마다,
내가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인내하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 하자면 이런거다
내가 제발 이 것만 좀 해달라고 말한 것을 겨우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겨우 해주는 남편
(다른 사람 일에 관심없고, 자신에게 불편할 것 같은 일을 합당하다고 여겨지면 말하는 내용까지만 딜리버리 한다, 다만 내용은 충실하지 않고 했다는 껍데기만 남아서 결국 내가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항상 벌어진다)
필요 없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여 본인이 원하는 바를 끝끝내 해내는 우리 엄마
내 사랑의 세번째 조건은 두 사람의 성향 사이의 간교한 줄다리기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기 자신에 위한 배려를 적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쓰겠다
이는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무시하거나 내가 할 수 있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남편에 대한 긴 예시와 과하게 모든 것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하는 우리 엄마의 예시를 모두 다 적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어떤 사랑 앞에서는 '주인'이와 같이 내가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마음을 열지 않았고,
어떤 때에는 '괜찮다'는 말로 나를 다 덮으려 했다
사람들에게 괜찮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고, 또한 나에게도 괜찮다는 것으로 덮으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은 괜찮지 않다 하나도 괜찮지 않다
나는 여전히 그 트라우마 사이에서 괴롭고, 과하게 자신을 보호할 때가 있으며,
또 굉장히 과하게 본인을 소모할 때가 있는데 여전히 괜찮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스스로 내 상처를 핥아가며, 치유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내가 '괜찮아'를 달고 살면서, 왜 내 스스로를 갈아 넣었는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매 순간이 감동적이고 매 순간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주인공의 친구로 나오는 주인공이, '너 정말 괜찮은 것 맞아?'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갑자기 났다면 너무 어색할까- 그 누구도 괜찮지 않고, 괜찮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것일 뿐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할 뿐 실제로 괜찮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 다시 한번 내 일상으로 돌아가보자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다른 친구를 때리거나 꼬집는 것으로 표현하고,
나는 '괜찮다'로 덮고, 남편은 회피하며 '나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우리 엄마는 매번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부정적이기만 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
이 모두는 같은 것이다
이제는 '괜찮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고민해볼 차례다
그리고 영화는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야 말로 시작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이에게, 너의 감정을 어떻게 이야기 하면 좋을지 이야기 해주기 위해서 내 감정을 다시 한번 자분자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로 작성해볼 것이다
그리고 애써 괜찮다는 말로 덮고, 내가 예민한 거 아닐까로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의심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논리적으로 그 맥락의 뿌리를 찾아서 내려가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