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좁아질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결핍이 우리의 시야를 가두는 방식에 대하여

by 아이스핫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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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까지 며칠 남았지…? 카드값은 이미 한참 초과. 다음 달엔 진짜 절약해야지.”


익숙한 마음속 독백.

정신을 차려보면, 또 한 달이 비슷하게 흘러갔다. 늘 부족하고, 늘 쫓기듯 산다.


이게 나만의 문제일까?

사실은 아니다.

우리 대부분이 ‘결핍’이라는 조용한 수렁에 발을 담근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결핍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은밀하게, 우리를 지배한다.


결핍은 단순한 부족함이 아니다

‘결핍(scarcity)’이란 말 그대로 어떤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태다.

그게 돈이든, 시간이든, 감정적 여유든 상관없다.


문제는 그 상태가 우리의 인지 능력을 바꿔버린다는 점이다.

눈앞의 부족함에 몰두하다 보면,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가난을 떠올리는 질문만으로도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이 IQ 13점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밤을 꼬박 새운 상태와 맞먹는다.


결핍은 단지 ‘없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리는 힘이다.


좁아지는 시야, 터널링

결핍이 계속되면 우리는 ‘터널링(tunneling)’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말 그대로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지는 것이다.


지하터널 안에 있으면 우리는 출구만 본다.

그 외의 건 다 배경이 되거나,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이 돈만 생기면 돼.”

“이 일만 끝나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렇게 우리는 자꾸 ‘지금 당장’만을 바라보게 된다.

중요한 인간관계도, 장기적인 계획도, 창의적인 대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건 지금의 터널 안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악순환의 회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결핍은 터널링을 낳고, 터널링은 잘못된 판단을 부른다.

그 결과 우리는 더 큰 결핍 속으로 빠져든다.


예를 들어 현금이 급해서 대출을 받는다.

그러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또 다른 빚을 지게 된다.

그 와중에 정신적 여유는 더 줄어든다.

그 결과, 장기적인 문제 해결은커녕 눈앞의 불을 끄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


결국 ‘결핍 → 터널링 → 실수 → 더 큰 결핍’의 고리가 반복된다.

이건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결과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법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첫걸음은 ‘지금 내가 터널 안에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이다.

이건 생각보다 큰 전환점이 된다.

내가 왜 이렇게 조급한지, 왜 한 가지 생각에만 매달리는지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선택지를 조금씩 다시 보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핍은 항상 ‘지금 당장!’을 외치지만,

진짜 해법은 시간을 조금 벌었을 때 나온다.

잠깐 산책을 하거나, 노트를 펴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터널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용기다.

터널 안에서 내리는 결정은 대부분 ‘생존을 위한 반사작용’일 뿐,

지혜로운 판단은 아니다.


결핍은 내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가 부족하다.

돈이든, 시간이든, 마음의 여유든.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부족함이 ‘나 자신’을 정의하게 두지 않는 것이다.


결핍은 삶의 한 조각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터널에 갇히지만,

그 터널은 언젠가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반드시 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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