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항해, 그리고 우리가 남긴 것들

YCombinator 도전기

by 아이스핫초코

2016년, 여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우리가 모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다는 것. 챗봇 기술과 컴퓨터 비전 솔루션을 결합한 우리의 아이템은 시장에 대한 확신보다는 가능성과 실험정신에 가까웠다. 우리는 완성된 무엇보다, 함께 만드는 과정에 더 매료돼 있었다.



그 해, 우리는 Y Combinator에 지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엑셀러레이터 중 하나, 스타트업 생태계의 심장과 같은 공간. 그곳에 우리의 가능성이 통할 수 있을지, 우리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지만,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1차는 짧은 화상 인터뷰였다. 마치 안개 낀 새벽 바다에 노를 저어 처음 내딛은 항해처럼, 우리는 결과에 대한 확신도 없고, 방향도 흐릿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낯섦과 긴장 속에서 작은 가능성이 조심스레 존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는 ‘2차 인터뷰 초대’를 받았다. 이제는 정말 마운틴뷰로 날아가야 했다.


낯선 땅, 낯선 공기, 그러나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였다. Y Combinator의 오피스에 들어선 순간부터 인터뷰실에 앉기까지, 우리는 오직 1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팀의 결속력, 기술, 그리고 비전을 최대한 압축해 보여줘야 했다. 짧지만 뜨거운 대화, 날카로운 질문들, 그리고 숨막히는 집중. 인터뷰가 끝나고 문을 나섰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실망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 그리고 왜 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지를 더 선명하게 확인했다. 수많은 창업 이야기 중 하나로 남았을지 몰라도, 우리에게 그 시간은 단순한 ‘도전’이 아닌 ‘성장’의 시간이었고, ‘결과’가 아닌 ‘관계’의 증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때의 마운틴뷰, 그 짧지만 진한 인터뷰, 그리고 함께했던 항해의 기억은 지금도 내 안에서 선명하게 남아 있다. 실패는 찰나였고, 그 실패가 남긴 경험은 오래도록 나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가 되었다.


언젠가 다시 그 문을 두드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땐 조금 더 넓은 시야와 단단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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