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갇힌 우리,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의 감옥

자기 계발이 부른 자기 혐오의 굴레

by 아이스핫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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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코겔버그의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개발』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기술 비판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일상의 디지털화와 자기 계발 열풍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정교한 착취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코겔버그는 오늘날의 우리가 ‘데이터 가축’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각종 앱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추적하고, 기록하며, 측정한다. 수면 시간, 걸음 수, 식단,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도 숫자로 환원된다. 문제는 이 모든 데이터가 고스란히 기업의 손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점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감시 체제는 카메라와 감옥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자신을 감시하고, 자신의 삶을 실시간으로 플랫폼에 업로드한다. 푸코가 말한 ‘규율 사회’가 디지털 공간 안에서 더욱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섬뜩한 자각이 밀려온다. 우리는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감시하고, 기업의 데이터 생산자가 되어 살아간다. 그것도 아무런 의심 없이, 때로는 기꺼이.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성과 연결성 이면에 숨어 있는 통제와 착취의 메커니즘을, 우리는 오랫동안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코겔버그는 ‘자기 계발’이라는 현대의 신념 체계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는 자기 계발이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 착취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실패의 원인을 오직 개인의 ‘노력 부족’에서만 찾는 문화. 우리는 ‘더 나은 나’를 위해 스스로를 끝없이 몰아붙인다. 그러나 이 과정은 때로 자존감의 성장보다 깊은 자기 혐오와 소진을 남긴다.


직장에서는 부당한 상사를 탓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계발의 세계에서는 모든 실패가 자기 탓이 된다. 노력하지 않은 나,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나, 이겨내지 못한 나.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벌주고, 다시 채찍질한다. 이 책은 그 비극적인 자기 파괴의 순환을 똑바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개발』은 묻는다.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술의 진보와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삶은 정말 더 나아지고 있는가? 아니면 점점 더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 책은 우리에게 하나의 경고이자 제안이다. 우리가 진정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다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감시와 자기 착취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진짜 ‘나’를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진짜 자기 계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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