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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hi H Feb 16. 2023

승무원은 맥가이버다.

어쩌다가 승무원이 되어버린 아줌마

벌써 17년을 승무원을 하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다. 우연히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합격을 하여 세 살 딸이 있던 나로선 난감했다. 물론 더 난감한 사람은 갑자기 맞벌이 부부가 되고, 상글 아빠가 되어야 하는 내 남편은 더 비참했다.


외국인과 연예를 미친 듯이 하고 결국은 남편을 따라 미국을 건너왔다. 그해 2001년 미국에 테러공격이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임신!


단 돈 만원이 아쉬운 우리에겐 시댁 식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도 길바닥에 나와 살아야 했을 것이다. 다행히 남편은 곧 좋은 직장을 찾았고 샌프란 시스코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남편의 월급으로 한국을 가고 싶어도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아 항공사에 일을 하면 비행기 값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는 마음에 여러 미국 항공사를 확인했지만 테러 이후 항공사들은 다들 무너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유독  한 한공사 Southwest는 특이한 브랜드로  구인 광고를 하고  있었다. 국내선이라는 점 도 마음에 들었다. 뭐 어디서든 일단 발가락이라도 들여놓으면  나중에 큰 항공사로 가면 되지? 하고 마케팅 부서에 자리가 있으면 하고 대뜸 이력서를 넣었다. 설마? 이민온 아줌마 그리고 학교이력도 없고, 직업도 없고 그냥 아줌마를 설마 뽑겠어? 근데 여긴 미국이잖아? Land of opportunity? 기회의 나라이니?


두세 달이 지났을까? 까마득히 잊을 뻔 한 시기에 City collge 가서 컴퓨터랑 여행 마케팅 수업을 두 번 정도 갈 때였다. 강사가 갑자기  앞으로 어느 항공사에 일을 할지를 강의하면서 Southwest를 적극 추천한다고…, 속으로  역시 지금까지 소식이 없으면  안 된 거겠지? 하고 아쉬워하면서 집에 돌아왔다. 큰 서류 봉투가 보인다. 앞에 Southwest라고 적혀 있다.


놀라서 봉투를 열어보니 인터뷰에 응해 주겠냐고, 텍사스 달라스에 오라고 한다. 일단 남편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텍사스는 못 가니까 굳이 스트레스를 주기 싫었다.


다음날 전화를 해서 인터뷰 초청 감사한데 텍사스를 못 가니, 샌프란 시스코에서 할 수 있는 스케줄이 있냐고. 텍사스 마케팅 부서에서 구인을 해서 만약에 일을 하게 되면 이사비용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데 특유의 텍사스 억양의 여자분께서 혹시 승무원 직업에 관심이 있냐고? 순간 헛웃음. 내 머릿속 승무원은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쁜 그 승무원? 다시 정중하 거절했다. 그랬더니 서류를 보내 줄 테니  한번 생각해 보라고. 최대한 친절히 감사하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에 승무원 인터뷰 날짜가 잡힌 서류가 도착했다. 다행히 텍사스가 아닌 건너편 동네 Oakland 공항 근처이다.


따뜻한 봄날 저녁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아빠를 기다리며 차고 앞에서 놀고 있었다. 남편이  피곤한 모습으로 차에 내리며 아이가 달려오니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는다.


이때다 싶었다! 그간의 싱황을 조잘조잘 잘 설명을 했다.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는 어쩔 건데? 한다.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솔직히 내가 승무원이 어떻게 되냐? 다리도 짧고, 애 낳고 채중도 늘고, 그렇다고 평소에 관리가 되어 뭐 피부라도 좋으냐? 그래도 인터뷰도 경험인데 미국 와서 이력서 한 장 넣은 곳에세 오라고 하는데 예의상 가야지? 하고 남편을 설득했다.


난 그래서 어쩌다 승무원이 되었다. 나의 맥가이버 인생이 시작이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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